2019년 정부예산은 대폭 증가됐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일자리와 복지에 무게를 더한 예산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밝힌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정부의 의지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나날이 감소하는 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분이다. 저출산 문제는 많은 사회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중첩되어 예산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예산을 투입해 아이를 낳는 일이 가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보조하는 수밖에는 없다.

여기서 가정이란 양부모 가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2,016만여 가구 중에서 한부모 가정은 212만 가구에 달한다. 열 중 한 가구가 한부모 가정인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 또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 여건상 한부모 가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부모 가정의 평균 월소득은 190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절반수준에 미달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낙태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낳을 수도, 낳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예비 한부모가 대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이들 고아원 간다" 차관이 울먹거려도…예산 삭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출산지원책으로 출산장려금을 2천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아동수당 10만원도 못마땅해 하던 자유한국당의 변화는 놀라우면서도 진의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과연 그 진심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예산소위에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시설지원 예산 61억원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이 전액삭감을 고집한 것이다. 출산장려금 2천만원을 주겠다던 말이 진심이었다고 믿을 수 없는 모순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한부모가정의 어려운 환경과 상황엔 동의하지만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전액삭감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울먹이기까지 하며 읍소했고, 기획재정부 김용진 차관도 “양육 공백으로 한부모 시설에 있던 아이들이 결국엔 고아원에 가게 되는 상황”이라고 사정했지만 송언석 의원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여성가족부가 내년 시설 1곳당 아이돌보미 2명을 배치할 수 있도록 예산 61억원을 편성했다. 그나마 담당상임위에서 17억원이 깎였는데, 이마저도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전액삭감을 주장했다. 현재 전국에는 125개의 한부모시설이 있고, 여기에 거주하는 12세 이하 아동은 2천여 명이다. 이중 절반이 영유아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는 자유한국당에게 복지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 고아원 간다" 차관이 울먹거려도…예산 삭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한부모 가정의 빈자리는 국가가 대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이다. 출산관련 복지는 표퓰리즘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생존정책이다.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 문제를 예산에 적극 반영해온 것도 그런 이유이다. 저출산 대책은 임신·출산, 보육, 취업까지를 포함한다. 신혼부부 주거지원, 난임부부 지원, 무상보육 및 교육확대, 아동수당 지급, 공공어린이집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미혼모 지원이다. 현재 미혼모 지원책은 양육보조금 월 13만원이 전부다. 위탁가정 지원금에 10분의 1 수준이다. 저출산 1등 국가에서 미혼모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는 것은 넌센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그나마 아이돌봄에 겨우 61억원 지원하겠다는 것도 결코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최소한이라 할 수 있다.

딱딱한 수치로만 봐도 우리나라 한부모 가정이 당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게다가 6천억원, 6백억원도 아닌 고작 ‘61억’원을 전액삭감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정치를 떠나 사람인가 싶은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는 "악마는 직업을 잃었다"며 분개했다. 그런 와중에 한부모 가정 양육비 전액삭감을 주장한 송언석 의원에 대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송 의원의 지역구인 김천에 국비 827억원을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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