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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운칠기삼 넘어설 공정성전쟁의 해법, 누가 ‘운’을 관리해야 하나[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1.19 17:40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정성' 문제를 다뤘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올해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젊은이들의 분노와, 한 해 수능 시험자의 3/4이 응시하는 각종 공시와 관련된 한국형 능력주의에 다다른다. 그리고 ‘시험을 통한 경쟁은 공정한가’라는 회의적 물음으로 1부는 끝을 맺는다. 

그리고 11월 18일 이어진 2부는 '운'과 '능력'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그를 위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한국 사회에서 '대박'을 터트린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그런데 그들의 답은 한결같다. “제가 이만큼 성공한 건 운도 중요하지만 노력이 더 중요해요.” 즉, 운이 아니라 '노력'이란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열심히 한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아주 큰 규모의 성공은 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확신해요.- Toss 이승건 대표 

심지어 타고난 미모가 없었다면 힘들지 않았겠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쇼핑몰 하늘 대표는 '그조차도 노력'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다. 반면,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입을 모아 '운'을 말한다. 그 주요한 이유는 집안 배경은 본인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요소란 것이다. 즉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2부 불운을 피하는 법

결론에 도달하기 힘든 질문, ‘운인가 능력인가’의 답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았다. 안드레아 파사다 박사를 비롯한 세 명의 연구진은 컴퓨터 안에 1000명이 20세에서 60세까지 살아가는 가상세계를 만든 후 이들의 운명을 시뮬레이션 해본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파레토 법칙'이다. 즉, 상위 20%가 전체 80%의 부를 소유한다는, 이른바 '운칠기삼'의 속설이 과학적임을 증명했다. 

이들이 분석한 성공 요소는 평균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운’이 좋으면 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운칠기삼'이 아니다. 이들 학자들이 주장하는 건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운이 없어서 그 능력조차 쓸모없어질 수 있는 '불운의 환경'이다. 즉, 불운을 없애주는 ‘사회의 역할’이다. 

인간 진화의 사회적 혁신으로서의 '나눔'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2부 불운을 피하는 법

그 사회의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제작진은 인도네시아의 라말레라를 찾는다. 화산섬인 람바타 섬, 워낙 척박하여 국제기구로부터 유일한 생업인 고래잡이를 허용 받은 이곳에서 남자들은 배를 타고 나가 작살로 고개를 잡는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작살잡이인 이곳, 말린 고래고기가 이들의 주 수입원이다. 작살 하나로 길이 20m의 향유고래도 잡을 수 있는 작살잡이. 그런데 그가 잡아온 고래는 마을 ‘공동체’의 몫이다. 

마을 남자들이 배를 타고 돌아오면 몫을 관장하는 마을 어른인 아타몰라가 '공정'하게 몫을 나눈다. 배를 조종한 사람과 배의 소유주에게 머리, 작살잡이에게는 어깨 등 역할과 능력에 따른 분배이다. 하지만 배를 타고나간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다. 참여치 않은 이들도, 심지어 배를 타다 가장을 잃은 가정에도 몫이 돌아간다. 

그것이 가능한 건 이들이 잡은 고래를 그 고래를 잡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바다의 것, 마을 사람 모두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래 고기가 없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이 라말레라 사람들로 하여금 '나눔'을 실천하게 했다. 

진화 학자는 말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행운을 나눠 불운에 맞서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혁신'이었다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몫을 더 주는 ‘능력주의’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나눔'이라는 안전판을 통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뮤얼 보울스에 다르면 인간의 뇌는 공정함에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최후통첩 게임 등에서 불공정한 처사에 부딪쳤을 때 뇌에서는 뇌섬엽이 활발해지면서 마치 썩은 음식을 봤을 때처럼 불쾌감이 강화된다. 즉, 인간의 뇌는 '공정함'에 대해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규모가 커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이 공정함의 본능이 위협받는단 점이다.

'운'을 만들어 주는 사회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2부 불운을 피하는 법

이탈리아 학자들의 시뮬레이션 실험. 학자들은 그 가상세계의 1000명에게 5년마다 분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미국식 능력주의, 랜덤 방식 그리고 균등 배분 방식 등이다. 

미국식 능력주의는 어떻게 작동될까? 기업 YC의 사례를 살펴본다. 대부분 사업을 할 경우 필요한 경제적 도움 등을 인맥에 의존하는 현실, 그 한계에 주목한 YC는 기업활동의 엑셀레이터가 되기로 한다. 즉 성공의 '운'이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미미박스' 등의 업체가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미국 사회는 위계 조직화된 한국과 달리 테트리스 게임처럼 각자 자신에 맞는 역할을 찾아내면 기회가 주어지는 '기회'의 국가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캠핑카 대열과 최근 영화로도 개봉한 LA 라라랜드의 6만여 노숙자 텐트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능력 있는 사람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안타깝게도 불운은 온전히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맹점의 그늘이 깊다.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2부 불운을 피하는 법

실험의 세 가지 사례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건 '균등 배분' 방식이었다. 즉 자원을 재분배하여 모두에게 기회를 주었을 때 분배는 가장 성공적이었다. <SBS 스페셜>은 이 실험의 성공사례를 핀란드의 보편복지에서 찾는다.

얼마 전만 해도 실업수당 중심의 복지정책을 펼치던 핀란드는 기본소득을 실험 중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한 기본소득. 실업 중인 무라자 씨는 기본소득 덕택에 재취업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고자 했던 책 집필을 시작했다. 기본소득을 받는 처음 몇 달간은 '공짜' 돈을 즐기기도 했지만, 곧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을 찾게 되었다며 기본소득의 의미를 짚는다. 

핀란드는 이런 기본소득 실험과 함께, 국민의 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한다. 핀란드에 정착한 한국인 부부, 자녀의 선행 언어교육의 필요 여부를 묻자 학교 측은 아이를 가르치는 건 '학교의 몫'이라 답했다며 자신들의 선택을 기뻐한다. 물론 이런 무상교육과 기본소득을 위해 핀란드 국민들은 30%~80%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즉,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2부 불운을 피하는 법

대표적 기업인 노키아의 몰락 이후 ‘유럽의 병자’라 칭해졌던 시절을 지나온 핀란드. 그걸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청년들의 활력 넘치는 도전이었다. 21살의 오토가 대학을 다니며 현재 두  번째 스타트업에 도전 중이듯이, 핀란드 전역에서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도전이 가능한 건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에 기반 한 '무상교육'과 '기본소득' 실험이다. 

개인의 능력은 다르다. 그 각자 다른 능력이 성공에 이르게 되는 데는 '운'이 필요하다. 그리고 <SBS 스페셜>은 말한다. 그 '운'을 담당해야 하는 건, 하늘도 아니고 금수저도 아니고 이제는 '사회'여야 한다고. 적어도 젊은이들이 능력을 가지고도 좌절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2부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이 도달한 결론은 결국 '운을 만들어 주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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