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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분노한 자들의 도시’- 시험제도가 문제? ‘시험이라도 쳐라’란 분노의 본질[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1.12 18:44

<SBS 스페셜>이 창사 특집으로 2018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문제를 다룬다. 바로 ‘운인가 능력인가’라는 화두를 통한 공정성 전쟁이 그것이다. 

다큐의 시작은 어렵사리 카메라 앞에 선, 지난 촛불의 마중물이 된 이화여대 비리 사건의 최초제보자다. 김수경(27) 씨를 통해 우리 사회는 그저 엄마를 잘 둔 덕에 이대 학생이 되었고, 거기에 국가 대표에 메달까지 딴 적폐의 상징 정유라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말말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부터, '이대 딱 한번 갔다. 학점은 나도 의아해', '누가 이대를 가고 싶댔나'로 청년들은 공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 시대 청년들이 가장 고통 받는 '아킬레스 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가고, 그런데 다시 또 죽어라 공부해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에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요즘 청년들 말대로 '뼈를 때렸다'. 

공정성의 딜레마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

창사 특집 <SBS 스페셜>은 바로 이 청년들의 분노, 그 근원이 된 '공정성' 문제를 헤집어 본다. 그리고 먼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다룬다. 

상시, 지속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의 공약. 이는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고, 그 공약에 따라 일선 학교와 각 공사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서울 교통공사 역시 지난 3월 무기계약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그런데 그 '환영 받던 공약'의 결과는 달랐다. 

역차별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125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 교통공사. 그곳에 다니는 정규직 김성희(31)씨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고시촌에서 2년 동안 세상과 담을 쌓은 채 노력했던 시간, 그 시간을 통해 얻은 능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는 억울함. 자신이 '노오력'을 해서 얻은 결실을 누군가는 쉽게 얻는 것 같다는 생각에 '화병'이 날 지경이다. 

김성희 씨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다니며 어렵사리 주경야독하며 공채를 통해 정직원이 된 자신의 노력이 허무하고, 심지어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이런 교통공사 정직원들의 억울함은 결국 김민철 씨 등에 의한 헌법 소원과 행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내세우는 건 '공정성'이다. 자신들은 노력을 통해 금메달만큼 값진 사원증을 목에 걸었는데, 왜 누군가는 거기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분노한다. '시험'이라도 치라며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한다. 

이런 절차상의, 과정상의 공정성의 문제는 뜻밖에도 12년 만에 복직한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튄다. 이들의 복직 기사 댓글에는 청년들의 불만이 폭주, ‘떼를 쓰면 복직이 되는구나'라는 비아냥이 가득하다. '다시 시험을 치라'며 야유한다.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

그런데 그 비아냥과 분노의 대상이 된 사람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에는 2016년에 벌어진 구의역 사고라는 계기가 있다. 구의역 지하철 9-4 승차장에서 끼니로 준비한 컵라면도 먹지 못한 채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진 꽃 같은 나이의 김 군. 그의 죽음 이후 그처럼 스크린도어 안전관리를 하던 외주 용역업체 직원이던 박창수(30)씨는 정직원이 되었다. 

하청업체에서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과 대우에서의 불이익을 받던 창수 씨는 정직원이 된 이후 책임감이 한층 더해졌다고 답한다. 그의 말처럼 용역업체 비정규직의 전환 이후 사고가 줄었다. 그러나, 창수 씨의 마음은 어쩐지 불편하다.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12년 만에 복직하는 KTX 해고 승무원 오미선(39)씨 역시 자신들의 복직은 떼를 써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항변한다. 12년 전 시험을 치고 인턴근무를 하고 1년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약속이 비로소 지켜진 것이라 말한다. 

결국 선의에서 비롯된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은 우리 사회 을VS.을의 불편한 동거를 낳았다. 

시험은 공정한 것인가?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

이 불편한 동거의 문제를 풀기 위해 다큐는 최후통첩 게임을 예를 든다.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 그들을 다시 제안자와 응답자로 나눈다. 그리고 제안자에게 주어진 10만원, 제안자는 임의대로 이를 응답자와 나눈다. 

첫 번째 과정, 대부분의 제안자들은 5만원씩 공평하게 나눈다. 제안자들은 그게 안전하고 공평하다 입을 모은다. 이어 단 5분간의 공공기관 입사시험 문제로 치른 후 재개된 과정, 그런데 시험 결과 성적순으로 나뉜 제안자와 응답자 그룹의 배분율이 달라진다. 줄어든 응답자의 몫, 제안자도 응답자도 이런 불평등한 배분이 공정하다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다큐는 반문한다. 겨우 5분의 시험이 공정한 것이냐고. 즉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혹은 역차별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청년들이 내세우는 '시험'을 통한 자격이라는 게 의미가 있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시험의 무용론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사회 시험의 역사를 논한다. 한국전쟁 이후 각자의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등장한 시험, 그 시험은 한국 사회에서 출세와 보상의 공정한 장치로 자리 잡아 왔다. 더구나 고도성장기 평균 이상의 제너럴 리스트를 배출해야 하는 산업사회에서 시험은 그 중요성이 더해만 갔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7년째 공시에 매달리는 33살 박승현 씨처럼, 시험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많은데 합격률은 낮아져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배자'가 된다는 것이다. 수능 시험자의 3/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공시에 매달리는 현실, 그중 1.8%만이 합격통지서를 받는 결과는 점점 더 청년들을 무한노력 경쟁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고 다큐는 말한다. 

더구나 그 가운데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그 촘촘하다는 그물 사이로 채용 비리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래서 등장한 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인 NCS. 업무 능력과 연관이 있는지 의심되는, 핀란드 대학생들이 '바보 같다는 시험'을 우리의 청년들은 50분에 50문항을 풀어내야 한다. 시험의 문제를 또 다른 ‘시험’으로 풀어내는 악순환이다. 

<SBS 스페셜>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역차별, 공정성 논란에 대해 그 공정성의 잣대가 된 '시험'이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가라는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 

시험이 문제가 아니다

[2018 창사특집 SBS 대기획]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전쟁’ 1부 분노한 자들의 도시

우선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채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치른 시험이 무용한 것이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니 ‘당신들이 주장하는 공정성은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한다면 어떨까? 저 많은 시간을 시험에 투자하는 청춘들은 그들이 파고드는 그 시험이 업무와 관련되어 유용하다 믿어서일까? 왜 우리 사회에서 사시 존폐와 관련된 반발과, 입시와 관련되어 수능절대주의가 등장하는 것일까? 과연 이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사시나 수능이 '좋아서'일까? 

이는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는 대중적 믿음 때문이다. 그 시험을 통과해야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다. 과연 이런 절박한 동아줄을 선뜻 누구와 나누겠다는 사람이 쉽겠는가. 이 시대 청년들이 매달리는 시험은 그 어설픈 '최후통첩 게임의 5분간의 시험'이 아니다. 

다큐 초반에 등장한 정유라, 그는 남들은 다 시험 쳐서 가는 대학에 부모덕으로 무임승차했다. 수능도 그런 세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공사 정규직 전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자 중 108명이 재직자의 자녀, 배우자, 친인척이라는 현실이 말하는 건 무엇일까? 과연 이런 상황에서 다큐에서 예로 든 뉴욕 메츠에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으로 수시로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의 공정성을 우리 사회가 담보해낼 수 있을까? 이른바 수능의 보완책으로 마련된 갖가지 수시 요강들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계층이 누구일까? 그래도 '시험'이 공정하다는 사람들의 자포자기적 반응의 속내가 무엇인지 한번쯤 헤아려보기라도 한 것인지. 

문제는 시험의 ‘형태’가 아니다. 공시를 통해 정규직이 된 사람들이 내세운 억울함의 초점은  그들의 '시간'과 '노력'이다. 그런 그들에게 당신들이 친 시험이 잘못된 것이니, 양보하라 하면 YES라 할 수 있을까? 즉, <SBS 스페셜>이 내세운 ‘공정성’의 문제, 그 사례로 든 공사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역차별 논란과 후반부에 해법으로 내세운 시대착오적 시험제도 문제는 서로 다른 범주의 이야기다. 즉, 입시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에게 흡사 선생이 과연 ‘니가 대학을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원론적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산업사회적 프레임의 시험 제도와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하지만 그것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청춘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역차별, 공정성의 문제는 다른 이야기다. 그들은 시험을 말하고 있지만, 시험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에 반해 지극히 좁은 문 사이에서 아귀 지옥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집단적 반발이다. 그런 청춘들의 고통에 대한 '원론적인 시험 무용론'은 안이하다 못해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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