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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한빛 PD 2주기, 방송제작환경 얼마나 바뀌었나5개 부처 종합대책 발표 1년, 실효성은 미미… "역무 칸막이에 갇혀 있을 때 아니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10.29 16:1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서 장시간 노동관행과 비정규직 계약해지 업무 등으로 괴로워하던 이한빛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이 지났다. 이한빛 PD의 죽음으로 방송 제작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각 부처가 분할된 역할에 따라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하고 있어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종합대책을 책임지고 추진할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 이한빛 PD의 2주기 전날인 25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서울노동권익센터·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로 '이한빛 PD 죽음 이후, 드라마 제작 현장 2년의 변화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취하는 노동의 투쟁 방향은 '법적 정체성 획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부처가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방송 스탭의 노동자성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고 이한빛 PD의 2주기 전날인 25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서울노동권익센터·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로 '이한빛 PD 죽음 이후, 드라마 제작 현장 2년의 변화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부처는 지난해 12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5개 부처가 추진중인 대책은 현재 각 부처의 규제·진흥 권한에 맞춰 나뉘어져 있다.  

김 강사는 "5개 부처의 대책이 중소 제작사, 특히 시사교양 부문 독립PD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독립PD의 법적 정체성을 사업자로 전제하고 방송사와의 '공정거래'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고용 및 노동조건, 그리고 안전에 대한 권리보다 더 우선시한다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5개 부처의 대책이 갖는 문제점은 방송산업 노동시장에서 개인사업자와 노동자 간의 모호한 구분을 그대로 유지시킨다는 점에 있다"며 "노동자로서의 법적 인정 기준의 적용 여부는 드라마 제작현장 비공식 노동자 스스로의 정체성과 조직화, 그리고 투쟁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표>방송 불공정관행 개선 5개 부처 업무 현황. (출처='시장의 성장, 노동의 추락, 한국 드라마 제작현장의 노동운동을 위한 제안'.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5개 부처의 대책 중 노동권 보장에 있어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제정과 노동부의 근로감독·부당노동행위 점검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오히려 방송사와 제작사의 위장도급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달 노동부는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다. 노동부는 촬영·조명·음향·미술·그립 등 다양한 직무의 스탭 노동자들에 대해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이른바 '턴키계약'을 맺고 있는 도급감독들을 개별사업자로 판단했다. 조수급 스탭들은 노동자로 인정하면서도 감독급 스탭에게는 '사용자' 지위를 부여해 사용자 책임을 묻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들은 현재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사, 제작사와 '턴키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작 현장에서 PD로 대표되는 방송사업자의 근로지시에 의해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계약형식만을 고려해 이들에게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김 강사의 지적이다. 게다가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는 유권해석으로 이를 바탕으로 제작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작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문체부의 방송분야 표준계약서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문체부가 권고하는 방송분야 표준계약서는 근로·하도급·업무위탁 등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문체부의 표준계약서에 대해 현장 스탭들은 방송사업자가 하도급 계약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4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CJ E&M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미디어스)

김 강사는 "방통위 포함 5개 정부부처의 종합대책 실효는 미미하기만 하다. 이는 각 부처가 방송산업 내 자신들에게 주어진 규제·진흥·기금지원·공정거래 감시 등의 역할에 한정해 분리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드라마 제작현장의 문제에 대해 서로의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5개 부처 종합대책 이행상황 점검과 추진을 책임질 한 부서의 지정이 필요하다. 더 이상 역무 칸막이에 갇혀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장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방송사·제작사 등 자본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지난 9월 지상파 방송4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별협약을 체결, 비정규직 방송 스탭들의 노동 실태를 조사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스튜디오드래곤, 몬스터유니온 등의 제작사들은 언론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제작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현장 스탭들의 호소는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산별협약을 체결한 언론노조 최정기 정책실장은 올해 안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방송사 간 '특별협의체' 구성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KBS 사장 선임이 마무리되는 대로 방송사 간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 자율 합의에만 맡겨두면 안 된다. 정부 부처가 들어와 사회적으로 강제하게 해야 한다"며 "정부와 방송사, 제작사, 스탭노조와 언론노조가 참여하는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최근 문체부가 수용하겠다고 밝혀 올 하반기 내로 구성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최 실장은 "가이드라인을 강력하게 지킬 수 있도록 의무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명확하게 해야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 편성의 구조적 변화, 턴키 계약 관행 근절도 가능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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