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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조, '계엄 문건' 옹호한 자사 보도 비판"언론검열 계획까지 적시한 문건… 군화에 짓밟혔던 언론자유 잊었나"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10.18 08:52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옹호했다는 내부비판이 나왔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은 16일 발행한 노보에 '군화에 짓밟혔던 언론자유를 잊은 건지요?'라는 제목의 공정보도 발제문을 공개했다. 이는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이 일었던 당시 노조 공정보도위원회(이하 공보위)가 자사 보도의 공정성 훼손을 지적한 발제문이다. 앞서 조선일보 노조는 12일 발행한 노보에서 당시 해당 발제문을 작성해 조선일보 주필과 편집국장에게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며 발제문 공개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집회예상지역 전차 투입, 야당 의원 검거작전을 통한 국회무력화, 주요언론에 대한 검열·통제 등의 내용이 담긴 기무사 계엄 문건이 공개되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일보는 타 언론사와 달리 뒤늦게 관련 보도를 시작하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군이 이같은 내용의 문건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무사 문건을 옹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공보위는 "기무사 요원들이 조선일보에 출입했던 시절이 있었다. 빨간펜을 휘갈겼던 군인들과의 마찰은 무용담처럼 전해지지만 굴욕적이고 참담한 언론 역사"라며 "군부 쿠데타를 주도해던 기무사가 그 모습 그대로 다시 등장하여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고 사측 보도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공보위는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고 공작을 벌여 적대 여론을 조성한 것은 군정보기관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월권이고 불법행위이다. 왜 본지는 이 사실이 알려진지 열흘이 지나서야 보도할 정도로 소극적인지 의문"이라며 "국가가 보듬어야할 유족을 적에게 하듯이 공격했는데 뉴스가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공보위는 "게다가 기무사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저항하는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계획까지 짰다. 국정농단을 처음 고발해 국민적 저항을 촉발한 언론으로서 조선일보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데 기무사와 관련해 늦게나마 나온 사설은 기무사 문건을 정당화하는 논리였다"고 비판했다.

공보위가 지적한 사설은 조선일보 7월 11일자 사설 '탄핵 찬반 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공보위는 해당 사설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탄핵 찬반 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軍은 어떻게 해야 하나' 조선일보 7월 11일자 사설

공보위는 "혼란을 자초한 국가체제는 군이 아닌 국민의 직접적 정치행위로 새로 재편되는 게 정의"라며 "4.19 혁명 당시 국민의 저항과 경찰의 무력진압 속에 혼란은 있었지만 군은 개입하지 않았고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새로운 헌정질서가 수립됐다. 이번엔 헌재가 국민의 뜻에 맞게 판결했기 때문에 혼란이 끝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보위는 "군은 법률에 따라 긴급상황에 대응방안을 짠 것이라고 하지만 여러모로 정당성이 없음이 드러났다. 우선 대통령 권한인 군 동원을 국방부 자체적으로 계획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내용에서도 민주 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보도 검열단을 통한 언론통제를 계획하고, 위수령에 대해서는 국회의 통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계략을 적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지난 30년에 걸쳐 정권 교체를 이어온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군부의 쿠데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지 이미 오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보위는 "계엄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에는 독재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다. 그에 근거하여 이런 반민주적 시도가 죄책감 없이 획책된 셈"이라며 "헌법 77조는 계엄을 통해 군이 사법부 행정부를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민주주의 보루인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게 해놓았다"고 지적했다. 

헌법 77조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조선일보는 당시 사설에서 "군의 입장에선 국가 전복·마비 상황이 실제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가 법적 절차 등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검토 문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공보위는 "검토는 실행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검열 인원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문건을 언론이 대수롭지 않게 볼 수는 없다"며 "문건이 드러난 배경에 대해 음모론도 있으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문제에선 정파의 이해를 따질 일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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