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오는 10월부터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의 에어스(Airs) 자동편집이 네이버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 전면 적용된다. 사람이 해오던 기사배열이 사라지는 것이다. 네이버가 에어스 편집을 도입한 이유는 뉴스편집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뉴스편집은 공정성 논란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네이버는 모바일 뉴스 서비스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실시간 검색어를 뉴스 첫 화면에 노출하지 않고 뉴스 서비스에 언론사별 ‘채널’ 서비스와 에어스 자동편집 화면이 노출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사 배열에서 인위적인 편집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 네이버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 에어스(Airs)는 인공신경망과 협력필터 기술로 이뤄진다 (사진=네이버)

이에 대해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편집자의 공정성 논란만큼 로직(디지털 논리회로)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결국은 로직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보 편식과 그에 따라 다양성이 실종될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송경재 교수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미국 저널리즘 학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유튜브의 필터버블(맞춤형 정보로 인해 이용자가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이라면서 “이용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줄 우려가 있다. 네이버도 그렇게 된다면 포털의 건강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이 한겨레를 같이 보지는 않는다. 비슷한 종류의 신문을 찾아본다”면서 “에어스 뉴스편집은 오프라인의 뉴스 생태계와 닮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네이버는 선한 의지로 한 것이지만, 의도하지 않게 한국 언론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네이버 뉴스 서비스 개편안 인식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용자 역시 필터버블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네이버 뉴스 서비스 개편안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알고리즘 뉴스 서비스 전망에 대해서 ‘특정 분야의 뉴스만 소비할 것 같다’는 응답은 75.0%에 달했다.(관련 기사 ▶ 국민 61.8%, "사람보다 인공지능 뉴스배열이 더 공정")

에어스 뉴스편집이 대형 언론사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 송경재 교수는 “소수자 매체나 특정 분야의 전문지 기사들이 과연 네이버 메인 화면에 표시되지 않고 통신사나 속보 위주의 기사배열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기존 언론을 의도하지 않게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메인에 노출되는 뉴스는 한정되어 있다”면서 “노동자가 노동 전문지를 메인에서 보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송경재 교수는 해결책으로 인간 편집자와 인공지능의 협업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기계와 사람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네이버가 다양한 시각을 담은 기사배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알고리즘 로직의 공개를 해야 공정성 시비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로직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 배열을 믿을 순 없다”면서 “알고리즘은 객관성 확보를 전제로 하는데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만든 알고리즘을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는 없다”면서 “이에 대한 검증 없이 네이버가 원하는 알고리즘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가는 공정성 시비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해결책으로 네이버가 외부의 지적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알고리즘은 영업·기술적 문제이기 때문에 로직을 전면공개하라는 주장을 네이버가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에어스 기사배열에 대한 소통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찬 처장은 “포털은 알고리즘의 기술 중립성을 이야기하면서 공정성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이용자가 에어스 기사배열에 대한 문제를 인식했을 때 항의를 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찬 처장은 “알고리즘 자체는 이용자에 편익을 줄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이를 무조건 활용하지 말라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서비스는 활발히 해야 하지만 보완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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