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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을 다루는 신중함 ‘보이스2’ VS 부모의 시각에 치우친 ‘둥지탈출3’[이주의 BEST&WORST] OCN <보이스 시즌2>, tvN <둥지탈출3>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8.08.25 10:45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아동 성폭행을 다루는 신중함 그리고 책임감 <보이스2> 

“제작진은 본회 출연한 미성년 배우의 정서적인 관리를 병행하며 촬영하였으며 추후에도 지속적인 심리케어 및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지난 18일,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다룬 <보이스2> 3회 ‘심판의 시간’은 이 자막과 함께 시작했다. 미성년 배우의 정서 관리를 언급한 오프닝 자막처럼, 방송에서 다룬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자체에 대한 접근도 굉장히 신중했다. 그래서 “연출자의 양심을 걸고 촬영했다”는 제작진의 책임감에 더욱 믿음이 갔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시즌2>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수사물은 많았지만, 심신미약으로 양형을 받은 성폭행범이 출소 후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재범의 위험성까지 다루는 수사물은 많지 않았다. ‘심판의 시간’은 미성년자 성폭행 후 양형을 받은 가해자가 출소 후 다시 피해자 가족을 노린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심신미약으로 양형을 받은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 금지 청원이 화제가 된 상황에서, <보이스2>가 다룬 사건은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보이스2> 3회는 가해자의 처벌 후에도 끝나지 않는, 아니 끝날 수 없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명했다. 

극 중 희주(이유미)를 성폭행했던 가해자 염기태(연제욱)는 출소 후 희주가 아닌 희주 남동생을 노렸고, 피해자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다. 희주의 엄마는 희주로부터 자신이 범인에게 납치됐다는 문자를 받았고, 희주 엄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염기태의 집으로 향했다. 염기태는 전자발찌로 인해 희주 납치 추정 시각에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증명됐지만, 얼마 후 전자발찌를 이용해 알리바이가 조작됐음이 드러났다. 성폭행범의 재범을 예방한다는 취지의 전자발찌가 실효성이 없음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시즌2>

미성년자 성폭행범의 재범. 듣기만 해도 굉장히 강렬한 사건이라 자칫 자극적으로 다뤄질 우려가 있었지만, <보이스2>는 사건의 잔혹성을 살리되 피해자 가족의 고통, 재범의 우려성, 경찰의 재발 방지 약속까지 사건의 본질을 조명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이 주는 충격에만 급급하지 않고,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가해자가 체포된 직후 센터장 강권주(이하나)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아동 성폭행범에게 양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아프게 증명해드린 것 같아서 경찰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염기태가 감옥에서 평생 나오지 못하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법 당국이 피해자 가족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약속을, 강권주가 그리고 <보이스2>가 해줬다. 

이 주의 Worst: 철저히 부모 입장에서 관찰하는 <둥지탈출3> (8월 21일 방송)

<둥지탈출3> 방송 직후, 김수정 양은 SNS를 통해 ‘아버지 과보호’에 대해 해명을 했다. 해명의 배경은 이렇다. 21일 방송에서 수정이 아빠는 15살 딸의 외출이 못 미더운 나머지 12살 아들에게 용돈을 미끼로 누나와의 동반 외출을 강요했고, 그것도 모자라 영상 통화로 현재 위치 및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까지 보여 달라고 말했다. 방송 후 아버지의 과도한 집착이 논란이 되자, 수정이는 SNS를 통해 “전부 거짓은 아니지만 조금 과하게 편집된 것 같다”는 요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3>

여기서 중요한 건, ‘전부 거짓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방송 수위보다는 덜 했을지 몰라도, 어쨌든 아버지의 과보호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누나 따라가는 것이) 귀찮아도 그렇게 할 때마다 (아빠가) 용돈을 조금씩 주신다”는 동생의 인터뷰를 미루어 보면, 아빠의 동생 동반 외출 요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 

아빠는 수정이가 외출하기 전부터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13일의 금요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외출을 막는 것부터 시작해서 ‘왜 친구를 만나느냐’, ‘언제 들어오느냐’, ‘누구를 만나느냐’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심지어 외출을 준비하는 딸의 방에 들어가서 얼굴을 밀착 감시하면서 화장도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아빠는 자신의 과도한 집착을 합리화했다. 수정이가 어릴 때 예쁜 외모 때문에 짓궂은 행동을 많이 당했고, 그럴 때 동생 민준이가 누나 친구들에게 맞아가면서까지 맞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수정의 외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누나를 보호해 주던 동생을 옆에 붙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미선을 비롯한 패널들은 “민준이를 붙이신 이유가 있었네요”라고 바로 수긍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15살 딸의 자유를 침해해도 된다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3>

<둥지탈출3>는 아빠의 감시가 답답하다는 수정의 인터뷰와, 그럴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해명을 균형감 있게 내보낸 것처럼 보였다. 부녀의 인터뷰를 번갈아 내보냈으니, 그렇게 보일 만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계적인 균형에 불과했다. 

박미선, 김창렬, 장영란 등 패널들은 수정의 답답함보다는 아버지의 걱정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저녁 7시 즈음 수정이 어두운 놀이터에 혼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아빠가 “저거 되게 위험해보이지 않느냐”고 묻자, 패널들은 “내가 딸 가진 아빠라면 당연히 걱정된다”고 맞장구쳤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각에 놀이터에 혼자 있는 수정이가 잘못이 아니라, 그 시각에 여중생이 놀이터에 혼자 있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가 잘못이다. 그런데 수정이 아빠를 비롯한 패널들은 수정이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3>

누나와의 동반 외출에서 눈물을 보인 동생 민준의 모습에, 패널들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힘들다”면서 민준의 고단함에는 동의하면서도, 수정의 갑갑함에 대해서는 누구도 진지하게 논하지 않는다. “딸 가진 아빠라면 충분히 이럴 수 있다”면서 아빠의 과보호를 정당화한다. 딸을 걱정하는 것과 딸을 부모의 굴레 안에 가두는 건 별개의 문제다. 

<둥지탈출3>는 철저히 부모의 시각에서 자녀의 일상을 관찰한다. 내 자식은 이래야 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더욱 고착화되고, 같은 부모 입장인 패널들은 그 부모의 고정관념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래서 별 문제 될 것 없어 보이는 자녀의 행동도 문제 행동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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