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판문점 선언의 결과 중 하나로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재개되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분단 이후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을 65년 만에 마주할 수 있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언제나 감동적이고, 그만큼 더 아프다. 분단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동기를 늘 재확인시켜주기도 한다.

그저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몇 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비칠지 몰라도, 정작 이산가족들에게는 평생을 기다렸다가 죽기 전에 겨우 한번 핏줄을 가슴에 안아볼 기막힌 기회인 것이다. 10년도 아니고 50년 그 이상을 그리워하던 이산가족들은 이제는 다 늙어서 봐도 모를 것 같은 혈육을 만나자마자 단번에 알아채고 오열을 쏟는 모습들이었다. 그만큼 간절했고, 또 잊은 적 없는 세월이었음을 말해준다.

평생 기다려 드디어 만난 이산가족…눈물바다 된 상봉장(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이런 감동의 현장을 대하는 언론들의 태도는 차갑다. 특히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눈으로 지켜보기 위해 티비 뉴스를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줄 정도였다. 한국 뉴스 브랜드 1위라는 JTBC 뉴스룸은 첫 보도를 고용 쇼크 기사로 채웠다. 심지어 태풍소식에도 우선순위에 밀렸다. SBS도 뉴스 배치는 JTBC와 비슷했다. 그나마 첫 기사로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다룬 매체는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때보다 떨어질 때 더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고 보면 무리도 아닌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다른 언론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북 이산가족상봉 소식은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 경향보다 CNN의 홈페이지에서 더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자 하면 외신 먼저 봐야 한다는 말이 영 틀리다고는 할 수 없게 됐다.

JTBC의 경우 이산가족상봉을 전하는 내용도 문제였다. 가족들이 만나는 장면의 음성을 빼고 기자의 리포트로 대신하여 현장의 감동을 애써 감추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직계가족 및 형제를 만나는 경우가 적고 삼촌 이상의 친척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평생의 기다림 끝에…이제야 한 식탁 둘러앉은 이산가족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가 애써 강조한 직계가족의 상봉 숫자보다 남측 이산가족들 89명 중 90대 이상이 33명, 80대 이상은 44명으로 상봉에 나선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8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상봉은 2년 10개월 만이다. 이산가족상봉이 정례화되어야 할 결정적 이유를 말해주는 사실이다. 이처럼 몇 년 만에 한 번씩 열려서는 그 많은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보지 못하고 수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문제도 중요하고,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 예상되는 태풍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점검인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주일 간의 만남을 시작한 행사 첫날만큼은 당연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뉴스였다.

뉴스룸이 다룬 이산가족상봉 기사 제목은 ‘평생의 기다림 끝에...이제야 한 식탁에 둘러앉은 이산가족’이었다. 그 ‘평생의 기다림’의 무게와 아픔을 가슴으로 헤아릴 수 있었다면 정부 비판과 태풍 소식보다 먼저 국민과 공감을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JTBC 뉴스룸 아니 모든 한국 언론들이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안 한 것보다 못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그 선봉에 한국 뉴스 브랜드 1위를 자랑하던 JTBC가 선 것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를 면치 못하는 큰 이유 하나쯤이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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