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6.13 일 10:19
상단여백
HOME 뉴스 비평
태풍 소식에도 밀린 남북 이산가족상봉 보도[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08.21 10:35

지난 4월의 판문점 선언의 결과 중 하나로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재개되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분단 이후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을 65년 만에 마주할 수 있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은 언제나 감동적이고, 그만큼 더 아프다. 분단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동기를 늘 재확인시켜주기도 한다. 

그저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몇 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비칠지 몰라도, 정작 이산가족들에게는 평생을 기다렸다가 죽기 전에 겨우 한번 핏줄을 가슴에 안아볼 기막힌 기회인 것이다. 10년도 아니고 50년 그 이상을 그리워하던 이산가족들은 이제는 다 늙어서 봐도 모를 것 같은 혈육을 만나자마자 단번에 알아채고 오열을 쏟는 모습들이었다. 그만큼 간절했고, 또 잊은 적 없는 세월이었음을 말해준다. 

평생 기다려 드디어 만난 이산가족…눈물바다 된 상봉장(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이런 감동의 현장을 대하는 언론들의 태도는 차갑다. 특히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눈으로 지켜보기 위해 티비 뉴스를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줄 정도였다. 한국 뉴스 브랜드 1위라는 JTBC 뉴스룸은 첫 보도를 고용 쇼크 기사로 채웠다. 심지어 태풍소식에도 우선순위에 밀렸다. SBS도 뉴스 배치는 JTBC와 비슷했다. 그나마 첫 기사로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다룬 매체는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를 때보다 떨어질 때 더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고 보면 무리도 아닌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다른 언론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북 이산가족상봉 소식은 소위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 경향보다 CNN의 홈페이지에서 더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자 하면 외신 먼저 봐야 한다는 말이 영 틀리다고는 할 수 없게 됐다.

JTBC의 경우 이산가족상봉을 전하는 내용도 문제였다. 가족들이 만나는 장면의 음성을 빼고 기자의 리포트로 대신하여 현장의 감동을 애써 감추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직계가족 및 형제를 만나는 경우가 적고 삼촌 이상의 친척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평생의 기다림 끝에…이제야 한 식탁 둘러앉은 이산가족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가 애써 강조한 직계가족의 상봉 숫자보다 남측 이산가족들 89명 중 90대 이상이 33명, 80대 이상은 44명으로 상봉에 나선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8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상봉은 2년 10개월 만이다. 이산가족상봉이 정례화되어야 할 결정적 이유를 말해주는 사실이다. 이처럼 몇 년 만에 한 번씩 열려서는 그 많은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보지 못하고 수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문제도 중요하고,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 예상되는 태풍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점검인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주일 간의 만남을 시작한 행사 첫날만큼은 당연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뉴스였다. 

뉴스룸이 다룬 이산가족상봉 기사 제목은 ‘평생의 기다림 끝에...이제야 한 식탁에 둘러앉은 이산가족’이었다. 그 ‘평생의 기다림’의 무게와 아픔을 가슴으로 헤아릴 수 있었다면 정부 비판과 태풍 소식보다 먼저 국민과 공감을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JTBC 뉴스룸 아니 모든 한국 언론들이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안 한 것보다 못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그 선봉에 한국 뉴스 브랜드 1위를 자랑하던 JTBC가 선 것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꼴찌를 면치 못하는 큰 이유 하나쯤이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탁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6
전체보기
  • 글쎄요 2018-08-22 05:42:12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열리는 것도 아닌데, 고용 절벽에 대한 우려와 6년 만에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태풍 소식이 더 중요할 수 있죠.
    의견이야 분분하겠지만, 두 소식이 수차례 열렸던 이산가족 상봉 뉴스보다 과연 가치가 없었을까 의문이군요.
    외신이야 외교 뉴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고... 외신이 한국 고용상황 뉴스를 주요하게 다룰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리고 JTBC 뉴스룸의 경우 2014년 19차 상봉/2015년 20차 상봉 모두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탑으로 다룬 적이 없습니다.   삭제

    • 글쎄요 2018-08-22 05:41:19

      3년 4개월 만에 열린 14년 상봉은 리조트 붕괴사고 원인에 대한 리포트, 소치올림픽 피겨 쇼트 경기 소식들 다음이었고.

      http://news.jtbc.joins.com/Replay/news_replay.aspx?fcode=PR10000403&strSearchDate=20140220   삭제

      • 글쎄요 2018-08-22 05:40:40

        15년 또한 국정교과서, 여야회동, 총선용 개각, 방산 비리, 김무성 사위 마약 소식 등에 한참 밀렸죠.

        http://news.jtbc.joins.com/Replay/news_replay.aspx?fcode=PR10000403&strSearchDate=20151020   삭제

        • 글쎄요 2018-08-22 05:40:03

          과연 14년, 15년에도 뉴스룸의 이산가족 상봉 보도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는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현장의 감동을 애써 감추려는 것 아닌가"라는 식의 '대단한 피해의식'까지도 드러냈었는지?

          기사를 읽은 솔직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문빠들도 참 어지간하다."입니다.
          과거와 별다를 것 없는 보도 태도도 문재인 정권에서는 문제가 되나 봅니다?   삭제

          • 글쎄요 2018-08-22 05:39:22

            웬만하면 기사 쓸 때는 정치 지지성향이 드러나지 않게 쓰는 걸 추천 드립니다.
            진심으로 이산가족에 감정 이입해서 상봉 소식이 뒤로 밀린 것이 섭섭한 것인지,
            우리 이니 지지율 상승할 수 있는 뉴스를 대대적으로 다뤄주지 않아서 심사가 꼬인 것인지 헷갈리거든요.
            여튼 순수하게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공감도 안 되고...   삭제

            • 이승현 2018-08-21 13:36:09

              이산가족 상봉이 현실화되니 정말 기쁩니다.

              많은 분들이 헤어진 가족 분들과 상봉하시어 가슴에 한과 슬픔을 모두

              치유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실향민과 이산가족에 대한 애환과 슬픔을 잘 녹여낸 영화가 있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영화 ‘미친도시‘ 추천 드립니다.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