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김용건이다. 그가 막내로 참여한 후 여행 분위기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3년 만의 여행이 주는 새로움, 그게 열정을 만드는 힘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실없는 농담을 쏟아내며 형들을 무장해제시킨 김용건의 힘은 절대적이다.

여유와 아름다움 가득한 여행;
모두를 웃고 떠들게 만드는 행복 바이러스 퍼트린 김용건의 힘이 반갑다

볼프강 호수 앞 숙소는 그 자체가 힐링이 되는 듯했다. 테라스에 나가면 호수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자연이 환하게 맞이하는 그곳은 어쩌면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그리고 어디를 봐도 여유로워지는 자연 환경,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니 말이다.

샤프베르크 산을 오르는 세계 최초 산악열차. 열차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오르막길은 허리와 무릎이 아픈 일섭에게는 지옥과 같은 일이다. 5년 전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 일섭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몸이 아파 자연스럽게 나오는 투정이었을 것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모두가 그 오르막길을 일섭은 오르지 못하고 포기할 것이라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비록 느리게 걷고 중간중간 쉬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포기도 없었고 불평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너무 값진 순간들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르막길을 함께 오르던 일섭과 서진, 그리고 힘겹게 올라온 일섭을 박수로 환영해주는 친구들. 그렇게 꽃할배들의 여행은 점점 완숙해졌다. 쉽지 않은 그래서 너무 아름다웠던 샤프베르크 산을 내려 온 그들은 볼프강을 건너는 보트를 타고 쯔뵐퍼호른 산으로 향했다.

그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케이블카이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산에 오른 꽃할배들은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천주교 신자인 박근형은 산꼭대기에 있는 십자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모두가 포기한 그 길을 홀로 걷는 그. 여행지를 찾으면 항상 성당을 찾던 그에게 그 길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쯔뵐퍼호른 산을 즐기는 꽃할배들에게 이 모든 것은 충만한 행복 그 자체였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휴게소에서 자리를 잡고 이미 커피와 풍경에 빠진 일섭. 그리고 각자의 자유 시간을 즐기고 모두 모이는 상황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오직 직진만 하고 과묵했던 이순재가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행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동물을 좋아하고 학문적으로 여행지를 접근하던 그가 농담이라니 상상도 못한 일이 가능한 것은 막내 때문이다.

아재 개그를 수시로 하는 김용건으로 인해 이번 여행은 모두가 떠들썩하게 보내게 되었다. 김용건을 가장 반갑게 맞은 것은 신구였다. 가장 행복해 했고 즐거운 신구에게 용건을 만나 함께 여행한 것은 행운이었다. 김용건의 실없는 농담은 그렇게 학구적이기만 했던 이순재와 신구를 변하게 만들었다.

말보다는 조용하게 여행을 즐기기만 했던 순재가 실없는 농담을 수시로 던지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낯설게 다가올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 김용건의 나비효과였다. 여행지에서도 그리고 휴식 시간에도 조용하기만 했던 할배들의 변화는 그래서 반갑다.

여행은 조금은 떠들썩하고 평소의 자신을 내려놓고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꽃할배들의 변화를 이끈 김용건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그간 짐꾼의 아쉬움을 제작진은 이번에는 완전히 날려버렸다. 막내이지만 70대인 김용건의 등장은 할배들을 모두 무장해제 시켜버렸다. 모두를 행복해지게 만드는 행복 바이러스는 그렇게 고단할 수밖에 없는 여행을 즐겁게 해주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볼프강을 품은 잘츠캄머구트 숙소를 나서 마지막 목적지인 빈으로 향했다. 음악이 도시에 가득한 오스트리아 빈은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마지막 목적지다. 서진의 운전으로 꽃할배들은 잠에 들고, 조수석에 탔다는 이유로 애써 잠을 쫓으려 애쓰는 일섭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자막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나영석 사단의 장기가 일섭의 졸음 쫓기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의 평범함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와 재미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휴게소 뷔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용건이 그토록 원하던 운전까지 더해지며 그들은 빈으로 들어서기 전 쇤브룬 궁전을 찾았다. 여름 궁전으로 알려진 그곳은 베르사유 궁전을 그대로 모방해 만들어진 곳이기도 했다. 엄청난 규모의 아름다운 궁전에서도 일섭은 힘들기만 하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

걷는 것 자체가 힘겨워하는 일섭을 보고 용건은 "홍도야 우지 마라~"는 노래와 함께 26년 전 드라마 '아들과 딸'에 출연했던 건강했던 일섭을 소환했다. 그 추억 소환은 힘겨웠던 일섭을 웃게 만들었다. 용건이 신의 한 수인 이유는 이런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거대한 쇤브룬 궁전을 마차를 타고 돌아보는 꽃할배들의 각기 다른 모습과 함께 여름 궁전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김용건의 삶의 원칙은 당연했다.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보다는 살아 생전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삶일 것이다.

과묵하기만 했던 학구파 큰형 이순재마저 실없는 농담을 먼저 던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이제야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진정한 여행 예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중심에 김용건이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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