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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 아직 끝나지 않은 복지원 사건, 괴물을 만든 시대 '1988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7.23 15:10

1973년으로 간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라이프 온 마스>가 중반부에 들어서며 '귤화위지(회남(淮南)의 귤을 회북(淮北)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의 우를 범하던 리메이크작의 우려를 씻어내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회 원작에서 평범한 인질범 에피소드는 1988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으로 '타임 슬립'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지강헌 인질극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시대의 공기를 소환했다. 수사극답게, 그저 조용필과 박남정의 노래나 선데이서울로 대변되던 '응답하라 1988'을 넘어  빈부격차가 고착되던 1988년의 시대를 정확하게 포착해 낸 것이다. 그에 이어 우리에게 '형제 복지원'으로 기억되는 또 하나의 '과거의 괴물'을 불러온다. 

괴물을 만든 시대, 1988년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2018년 연쇄 살인범을 쫓다 의문의 총격으로 사경을 헤매던 한태주(정경호 분). 그의 무의식 속에서 소환된 1988년에서도 그는 '현재의 연쇄 살인범'을 쫓는 데 여념이 없었다. 현재의 연쇄 살인범 김민석의 과거 행적을 찾아 애초에 그의 살인을 봉쇄하려 했지만 찾을 길 없었던 그 존재는, 뜻밖에도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어린 태주의 곁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뜻밖에도 김민석을 조우하게 된 건 도봉리의 살인 사건. 죽은 지 오래된 김봉례 네 집에서 찾은 가족사진, 그리고 그곳의 김민석. 민석의 행적을 찾아 김봉례의 남편을 찾아간 한태주는 민석이 두 사람의 친자식이 아니라, 정부의 혜택을 받기 위해 가짜로 입양된 아이이며, 그로 인해 오랫동안 학대당했던 피해자라는 사실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김봉례의 범행 수법이 그들이 쫓는 연쇄 살인범의 수법과 동일하다는 걸 알게 된다. 경찰서 내에서 죽은 마약 중독자의 죽음을 통해 범인이 그들 주변에 암약해 있음이 드러나며 김민석의 형 현석(곽정욱 분)이 드디어 전면에 등장한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윤나영(고아성 분)을 납치하며 강력계에 역습을 가하던 현석은 하지만 기억 속 집을 찾아낸 태주로 인해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현석을 찾기 위해 그의 과거 행적을 쫓던 태주와 강력계 형사들은 범죄를 만들어 낸 88년의 오욕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월남에서 팔을 잃고 돌아와 술과 자식들 매질로 세월을 보내던 아버지. 그런 무능한 아버지 대신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술집에 나갔지만 병을 얻었던 누나. 좋은 집에서 태어났다면 의사라도 될 놈이라던 현석은 연탄불로 위장하여 아버지를 죽였다. 벽에 즐비한 상장대신 '범죄'를 손에 든 그의 변화에는, 동생과 함께 외가를 찾아 나섰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다짜고짜 그를 납치해간 인성시의 '환경미화작업'과 그 배후의 '복지원'이 있었다. 

동생을 사랑하던 소년, 사이코패스가 되다

현석의 과거 행적 중에 추적이 불가능했던 3년. 그 3년엔 동생을 보살피려 했던 소년을 사이코패스로 돌변시킨 막무가내의 감금과 학대의 세월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직도 우리의 현실 속에서 튀어나오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소환이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1975년 내무부 훈령 410로, 정부는 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인들을 영장 없이 구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훈령은 70년대에는 유신 정권의, 그리고 80년대엔 독재 정권의 유용한 수단이 되어 '정화'라는 명목으로 죄없 는 사람들에게 '영어'의 고통을 강요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형제 복지원에서의 인권 유린 사건. 특히 1988년 국가적 행사인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는 이유로,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가출 청소년 같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을 '사회 정화'의 명목으로 막무가내로 잡아들였다. 

드라마는 이 사회 정화 작업을 상기시킨다. 현석은 그 사회 정화 작업으로 표창장을 받은, 하지만 동생을 눈앞에 두고 자신을 무작정 잡아가 가둔 형사를, 복지원에서 자신에게 변태적 행'를 한 간호사를, 그리고 그 배후인 복지원 원장을, 동생을 학대한 김봉례 씨처럼 '보복'하고자 했다.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수사물의 단골주범인 '사이코패스'를 <라이프 온 마스>는 1988년이라는 시대의 인물로 재탄생시키며 다시 한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대를 복기한다. 1988년은 자랑스러운 88올림픽의 시대가 아니라, 유전무죄의 범죄들이 연달아 터지던 오욕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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