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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온 마스’- 유전무죄 무전유죄 실화 소환, 우리는 거기서 얼마나 멀어졌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7.01 18:45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30년 전의 대한민국은 2018년 시점에서 보면 마치 '화성'처럼 낯설다. 우리가 살아낸 시절임에도 저랬나 싶게 낯설고 촌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늘 현재진행형이라 여겨진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어떻게 저렇게 입을 수가 있지’라고 여겨지는 아저씨들의 펑퍼짐한 패션. 나름 멋지다고 한 그 촌스럽기 그지없는 뽀글머리 파마. 한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 여직원에게 '양'이라 부르며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가하면, 실실 웃으며 성적 농담을 흘리는 젠더적 무지. 그리고 범죄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치면 다짜고짜 손부터 올라가는 '일상적이었던 폭력'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이었던 현상들이 '일상'이며 '보편'이었던 시대였다. <라이프 온 마스>는 2018년의 관점에서 보면 '화성'처럼 낯선 80년대의 공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7화는 그런 '화성 같은 80년대'에서도, 영화 <홀리데이> 등으로 재연되며 또렷하게 각인된 '지강헌 인질극'을 다시 한번 불러온다.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탈주범들의 인질극. 그 과정에 강동철(박성웅 분) 계장 휘하 강력반 형사들이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탈주 과정 중 다친 죄수의 치료를 위해 의사를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간호사인 척 윤 순경(고아성 분)이 그 집에 들어간다. 이어 공명심에 눈이 먼 김 과장이 경찰 기동대와 함께 무분별한 진압 작전을 개시하자,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강동철과 한태주(정경호 분)가 잠입한다. 하지만 잠입이 무색하게 탈주범들의 인질이 되고, 이렇게 주인공들을 사건의 한가운데 던져 넣음으로써 '지강헌 탈주극'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라면 한 박스 훔쳤는데, 감옥에서 10년?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당시 죄수가 호송 중에 탈주하여 주택가에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였다는 사실은 지금도 그렇겠지만 사회적으로 충격이 컸다. 80년대 이후 무력에 의거하여 집권한 정권답게, 사회를 안정시키고 시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지킨다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그런 가운데 '죄수'들의 탈주라는 건, 그리고 그들이 일반 시민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건, 전 정권이 그토록 내세웠던 '국민들의 안녕'에 이 정권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강헌이 연상되는 극중 이강헌(주석태 분) 등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저 라면 한 박스를, 돈 500만 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법으로 정한 형량 외에 '보호감호소'에서 십여 년을 썩어야 하는데 반해, 70억이 넘는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대통령의 친동생이 풀려나는 상황에 대해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여기서 등장한 '보호감호제', 이 제도야말로 80년대 군사정권이 저지른 야만적 폭력의 제도화를 상징한다.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1980년 제정된 사회보호법으로 이는 죄를 범한 자에 한하여 재범의 위험이 있고, 특수한 교육 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자에 대하여 보호 처분을 시행할 수 있다는 조치이다. 사회를 보호하고 범죄자의 개선과 사회 복귀를 위한다는 이 제도는 1981년 삼청교육대에서 순화 교육을 마친 2400여 명이 청송교도소 등에 수용되며 현실화되었다. 이 초법적 범죄자 수용 조치는 이 후 세 차례 헌재 등의 '합헌' 결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에서 인권 침해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했고, 2003년에는 청송 보호감호소 재소자 600여 명이 이와 관련하여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두환 정권 하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범들을 이 제도를 악용하여 영구적으로 사회에 격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악법'으로 활용도가 높은 제도였다. 그리고 <라온마>의 이강헌은 자신들의 탈주 이유 중 하나를 이 '인권침해'의 보호감호법을 들고 나온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렇게 법이 있어도 초법적 조치에 의해 감옥에서 십여 년을 썩어야 하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맞은편에, '70억의 전경환'이 있다. 대통령의 동생이란 후광으로 새마을본부 중앙본부장 자리에 올랐던 전경환은 1988년 공금 7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 시대 무려 대통령의 동생인데도 구속을 시켜야 했을 정도면, 그가 저지른 '권력형 비리'가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다음 해 겨우 징역 7년에 벌금 22억 원을 받았을 뿐이다. 라면 한 박스에 십 년, 돈 500만 원 15년에 비해, 76억 원을 해먹었는데 7년이란 '유전무죄, 무전유죄'.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드라마에서 환기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당시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은 건, 2018년 이제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넘어설 수 없는 벽이 고착화되고 실감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재벌'이라는 경제적 권력과 '권력형 비리'는 이전의 유신 권력과 다른 결을 가진, 자본주의화한 권력의 현실을 일반 시민들에게 절감케 해주는 시간이었다. 화성과 같은 80년대의 공기를 소환한 <라온마>에서 터져 나온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2018년에도 도도하게 흐르는, 고도로 계급화된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을 열어준 물길의 '수원'과도 같다. 

최근 패션가에 그 시절 여성들이 입었던 알록달록한 무늬의 스커트가 등장했다. 화장도 다시 그 시절처럼 눈두덩이를 시퍼렇게, 입술은 빨갛게 대비의 색감을 소환한다. 물론 패션의 소환과 다르게, 이제는 그 시절 윤 순경을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에 입을 모아 '미투'라 할 정도로 '젠더적 감수성'에 있어서는 바람직한 변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반면 그 시절 지강헌의 편지를 통해 세상에 회자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이 시대의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다. 돈이 없어 포기하는 게 익숙해진 시절, 과연 '화성'처럼 낯선 80년대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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