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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론이 사는 법] ⑥ '창간 20주년' 인물과 사상[인터뷰] 박상문 편집장 "다양성과 비판정신, 그 속에 답이 있다"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6.05 10:58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인물과 사상>(<인물과 사상>)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인물과 사상>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1997년 창간한 계간 매체다. 주로 강 교수 본인의 글과 생각을 담은 1인 저널리즘 매체였다. 계간 <인물과 사상>이 호응을 얻자 강준만 교수는 시의성·독자 연결성은 얻기 위해 1998년 5월 월간 <인물과 사상>을 창간하고 3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언론의 오만과 방종을 응징한다

둘째, 지역 차별, 학력 차별, 성차별 등 모든 종류의 부당한 차별에 대해 투쟁한다

셋째, 성역과 금기가 없는 실명비판의 문화를 우리 사회의 주류 문화로 정착시킨다

<인물과 사상>은 3가지 목표를 지켜나갔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언론으로 자리 잡으며 지식인과 권력에 서슴없이 논쟁을 걸었다. 상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과 실명 거론은 한국 언론·지식인 사회에선 유례없는 일이었다. <인물과 사상>은 지식인의 토론장을 만들었고,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한국사회를 한 발짝 진보시키려 했다.

인문·사회 월간지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과 사상>이었지만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계간 <인물과 사상>은 2005년 종간을 선언했지만, 월간 <인물과 사상>은 지금까지 출간되고 있다. 매체의 영향력·이슈 메이킹·판매 부수 측면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줄어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잡지’가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위기 속에서도 <인물과 사상>은 초심을 잃지 않았다. 매체 영향력·판매 부수 등은 신경 쓰지 않고 강준만 교수가 제시한 3가지 목표를 견지했다. 은하선·최승호·노종면 등 당시 화제에 서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사회현상과 모든 차별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가했다. 창간 주역인 강준만 교수는 뒤로 물러섰지만, 그가 내세운 목표는 여전히 <인물과 사상>에 배어 있는 것이다. 미디어스는 <인물과 사상> 박상문 편집장을 만나 <인물과 사상>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물과 사상> 박상문 편집장(미디어스)

Q. '이 언론이 사는 법'에 나온 언론사 중 가장 많은 인터뷰 요청을 했다. 만나기 정말 어려웠다

A. 신중함이 있었다. 과거 <인물과 사상>은 실명비판의 글과 비판적 어조의 글을 많이 실었는데 그에 반해 반작용도 많았다. 매체의 영향력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언론이 사는 법’에 대한 인터뷰를 해서 적합하거나 알찬 콘텐츠를 미디어스에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Q. 우선 <인물과 사상>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인물과 사상>은 98년 5월에 창간호를 냈다. ▲언론의 오만과 방종을 응징한다 ▲지역 차별, 학력 차별, 성차별 등 모든 종류의 부당한 차별에 대해 투쟁한다 ▲성역과 금기가 없는 실명비판의 문화를 우리 사회의 주류 문화로 정착시킨다는 신조를 가지고 창간했다. 또 강준만 교수의 실명비판을 통해 한국사회에 바람을 일으켰던 매체이기도 하다.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Q. 사실 설명이 필요 없는 매체다. 20년을 지켜왔는데, 생존의 원동력은 뭘까

A. 독자다. 독자가 있었기에 <인물과 사상>이 있을 수 있었다. 솔직히 창간 초기보다는 독자가 많이 감소했다. 지금은 열성 독자가 주로 남아 있다. 18년, 19년 동안 정기구독을 해오신 분들이다. 이런 분 중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이나 철학자 김용옥 선생님도 있다.

열성 독자가 많으니 편집국으로 직접 연락이 오기도 한다. “월간지를 받아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전화나 편지가 온 적이 있다. 최근에는 독자 중 한 분이 유명한 빵집의 빵을 한 상자 보내주셨다. 그런 식으로 독려를 해주는 독자가 있으니까 긴 시간 동안 책을 낼 수 있었다. 아마 사회 비판적 내용을 솔직하게 담아주는 <인물과 사상>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 같다.

Q. <인물과 사상>의 중심은 인터뷰다. 표지 기사로 인터뷰가 나오는데 선정 기준이 있나?

A. 기본적으로 그달의 쟁점을 잡아낼 수 있는 전문적인 인물이 필요하다. 또 대중성도 있어야 한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인터뷰이를 선정해야 한다. <인물과 사상>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물이기도 해야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이슈다. 그달의 쟁점에 따라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작업에 가장 공을 들인다. 인터뷰가 <인물과 사상>에 주는 의미가 크다. 표지 기사이기도 하고, 우리의 상징성이다. <인물과 사상>을 대변할 수 있기에 심사숙고를 많이 한다. 

<인물과 사상> 200호, 240호 (<인물과 사상>)

Q. 인터뷰의 양이 많고, 질문의 수준이 매우 높다

A. 인터뷰 전문가를 섭외해서 진행한다. 오랫동안 신기주 기자(현 에스콰이어 편집장)가 인터뷰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지승호 씨가 인터뷰한다. 이들은 인터뷰 진행에 탁월한 사람들이다. 달인이다. 우리는 큰 방향성만 제시할 뿐이다.

Q. 각 전문가의 글이 지면에 올라간다. 선정 기준이 있는가

A. <인물과 사상>은 월간지뿐 아니라 단행본 출판도 함께한다. 따라서 자체 기사보다 연재가 중심이 된다. 연재 원고의 기준 자체는 다양성을 담보한 콘텐츠다. 다양성을 가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한다.
 
Q. 잡지 지면에 광고가 거의 없다

A. <인물과 사상>은 유료광고를 거의 받지 않는다. 우리가 배치하는 광고는 주로 도서·교환 광고다. 표지 바로 뒤에 있는 페이지는 달마다 쟁점이 되는 사안을 소수 매체, 시민운동 단체에 무료로 제공한다. 우리가 직접 전화해 ‘광고 올려드리겠습니다’라고 요청한다.
 
Q. 광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A. 사실 우리 매체에 광고를 주는 곳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도서 광고나 각 매체끼리 교환해 광고를 내준다. 시민단체나 NGO, 소수 단체에 직접 연락을 해서 광고를 요청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성교육, 낙태법 반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광고 등을 했다. 연락하면 그분들은 ‘왜 광고를 해줘요? 얼마 줘야 해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광고의 취지를 설명해주면 다 이해해 주신다.

Q. 그렇다면 광고라고 보기 어렵다 

A. 그냥 광고라고 보지 않는다. <인물과 사상>의 관점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보통 단행본 책에 광고가 없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상업적 광고 대신 그달의 이슈와 소수자 목소리를 담으려 한다. 광고는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환이다.

Q. 보통 지면 판매:광고 비율이 6:4 정도면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인쇄 매체라고 하는데

A. 광고는 창간호부터 그렇게 했다. 거의 유료광고를 받지 않았다.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인물과 사상>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은 뭔가

A. 오랫동안 견지하고 있었던 것은 다양성과 비판 정신이다. 우선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려고 했다. 또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사회의 모습을 담아내고, 소수자의 시각을 보여주려 했다. 그게 한국사회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판 정신도 있다. 실명비판을 시작한 매체이고 그런 전통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주로 연재를 하고 인터뷰이로 선정된다.

이 중 다양성이 중요하다. 모든 의견을 합리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한국사회가 그동안 다루지 못한, 금기시하는 주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글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물과 사상> 239호 (<인물과 사상>)

Q. 그 대표적인 주제가 은하선 작가의 인터뷰 기사 같다. 많은 비난이 있었다

A. 아직 한국사회가 은하선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포용력이 없는 것 같다. 남자도 은하선을 지지한다고 하기에는 겁이 나는 사회다. 한국사회는 위선적인 사회였는데 메갈리아나 워마드는 위악이다. 한국사회가 위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폭이 좁은 사회라는 뜻이다. 그래서 일부 기득권 남성들이 여성들을 혐오하지 않나 생각한다.

Q. 언론의 이야기로 들어가자. 최근의 언론은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A. 저널리즘의 임무는 공정성이다. 언론이 역할을 못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해서이다. 많은 언론이 이념적 잣대나 당파성에 매몰됐다. 그러니 객관성이나 치열한 고민 없이 기사를 양산해내는 경우가 많다. 

Q.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돈을 주고 매체를 사거나, 기사를 보지 않는 것 같다

A. 디지털 환경이 그렇게 되기도 했고, 각 언론사가 자초한 부분도 있다. 기사의 가치를 인정받고,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하다. 돈을 주고 기사를 보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Q. <인물과 사상>은 미디어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A. 물론 획기적인 성장은 어렵다. 매해 독자층을 끌어들이려고 회의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도 독자층의 영역 확대는 분명히 필요하다. <인물과 사상>이 꾸준히 견지한 다양성·비판 정신을 가지면서 저변을 확대하려 한다. 우선 2030 세대의 독자를 잡는 게 목표다.

Q. <인물과 사상>처럼 자신의 방향성을 지키는 언론사는 드물다

A. 어느 언론사나 처음에는 자신만의 색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게 흐려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념적 잣대와 당파성을 강조하는 게 사업적인 측면에서 이득인 걸 언론사가 알기 때문에 이렇게 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객관성과 공정함을 지켰으면 한다. 편향된 기사는 언론사에 당장 수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미디어 신뢰도에는 악영향을 준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A. 언론사가 관점이 있는 뉴스, 공정성, 진실, 균형감각을 가지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언론의 기본적 자세이기도 하다. 현재 미디어는 그런 것을 잃어버렸다.

<인물과 사상>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창간 때 했던 목표는 꾸준히 가지고 있다. 그걸 잃지 않고 꾸준히 매체를 운영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다른 언론사도 각자 목표는 다르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갔으면 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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