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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론이 사는 법] ② 시사IN[인터뷰] 고제규 편집국장 "관점과 특종이 있는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다"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5.09 08:08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시사IN 로고(시사IN)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한민국 주간지는 2007년 시사IN 탄생 전과 후로 나뉜다. 시사IN은 다른 주간지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정 기업이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광고나 판촉에 집중하지 않았다. 오로지 기사만으로 주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시사IN은 2017년 41,649부의 유료부수를 기록하면서 주간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ABC협회 2017년도 결과 기준)

시사IN은 2007년 창간됐다. 타 주간지보다 역사가 짧아 보이지만 뿌리는 1989년 창간된 시사저널에 있다. 2006년 시사저널은 삼성 이학수 경영전략실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후에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이학수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개인비서인 박명경 상무에 관한 비판기사가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금창태 당시 사장은 심야에 인쇄소로 찾아가 직접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이에 반발한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을 위한 투쟁을 했다. 시사저널 노조는 전면 파업을 했고 1년이 넘게 투쟁을 이어갔다. 결국 기자들은 사원주와 국민주를 바탕으로 시사IN을 만들었다.

시사IN의 창간은 언론에 ‘진실’과 ‘정의’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창간 시작뿐 아니라 이후에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갔다.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 누구보다 대기업에 비판적이었으며, 살아있는 권력에 창을 겨눴다. 삼성 장충기 문자, 안종범 업무수첩은 시사IN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인쇄 매체의 판매 부수는 매년 떨어진다. 시사IN도 그 흐름을 어길 순 없다. 이제 시사IN은 전성기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기존 독자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영광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번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과의 인터뷰는 시사IN의 고민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시사IN)

Q. 시사IN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A. 간단히 말해, 2007년에 창간한 인쇄 매체다. 디지털 시대에 호응하려고 노력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Q. 주 독자층은 어떻게 되는가

A. 최근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우선, 가장 많은 독자층은 50대다. 그 이후 40대, 30대, 20대 순이다. 재미있는 것은 50대, 40대의 경우 삼성 기사 삭제 파동과 관련한 창간 스토리를 알고 있다. 20대는 잘 모른다. 2006년 당시 10대였으니까. 
그런데 구독 의사가 가장 높은 연령층은 20대다. 창간 스토리는 모르지만 ‘정보가 많아서’·‘기사가 좋아서’ 구독을 하고 싶어 한다. 다만 20대에겐 정기구독료가 부담이다. 1년에 십수만 원이 큰돈일 수밖에 없다. 

Q. 시사IN은 주간지 판매 부수 1위 매체다. 타 주간지보다 역사가 짧은데, 1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나

A. 첫 번째 요인은 주진우 기자와 나는 꼼수다였다. 두 번째 요인은 재미있게도 박근혜 특수다. 12년 대선 이후 일주일 동안 자발적 구독자가 많이 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많은 사람이 공허함을 느낀 것 같다.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 시사IN에 전화를 줬다. 
우리가 박근혜 특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탐사보도에 강한 매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시사IN은 주간지의 호흡에 맞춰 언론인 생활을 해온 기자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어젠다에 대한 깊이 있는 취재와 이를 네러티브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특화된 것이다. 그런 점이 1위의 원동력이 됐다. 

Q. 시사IN의 기자는 개개인이 전문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

A. 맞다. 기자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미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선배 기자들이 있고, 브랜드를 찾아가는 후배들이 있다. 남문희 기자의 경우 30년을 한반도 문제만 다뤘다. 탐사 보도의 주진우·김은지 기자, 문화 영역의 고재열 기자, 정치의 이숙이·천관율 기자 등. 일간지 기자와 다르게 한 분야에 특화된 기자들이 있다.

Q. 호불호가 갈리는 방법이다

A. 맞다. 기자 마케팅, 스타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올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과 비슷하다. 무한도전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힘도 있지만 출연진의 캐릭터가 확고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6명이 전부 유재석이었으면 인기를 못 끌었을 것이다. 각자 다른 출연진의 호흡이 개인을 빛나게 했고, 무한도전의 성공을 만들었다. 시사IN도 마찬가지다. 기자의 전문성은 개인과 매체를 빛나게 한다. 독자에게 시사IN을 읽을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Q. 시사IN의 경우 기자와 독자의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A. 맞다. 최근 중림동 다이내믹(시사IN 기자들과 독자의 오프라인 만남 행사)의 참여도가 높다. 독자들이 기자 이름을 기억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 저널리즘의 위기 시대에 기사나 SNS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체에 대한 독자의 호응을 높이는 방안이다.

Q. 시사IN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A. ‘기자가 매체다’는 시사IN만의 정신이 있다. 자기 이름으로 지면에 기사가 나가는데, 글을 쓰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지면 구성에 있어 PD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사진, 첫 문장, 내용 등에 자기의 역량을 다해야 한다.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자들 스스로 자기의 전문분야를 찾아간다. 회사는 기자가 자기의 장르는 개발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Q. 그렇다면 시사IN이 추구하는 기사의 방향은 뭔가

A. 관점과 특종이다. 한국의 언론시장에서 관점과 특종 중 하나를 택할 순 없다. 둘 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 주진우·김은지 기자는 특종을, 천관율·남문희 기자는 관점을 제시하는 기사를 쓴다.

또 속보성 기사는 지양한다. 기자에게 충분한 취재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면 기사의 품질로 되돌아온다. 이는 시기를 타지 않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기사는 깊이 있는 탐사 보도다.

Q. 이른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매체의 생존을 이끌어가는 것 같다

A. 모든 언론사가 겪는 ‘미디어 위기’. 우리는 왜 없겠나. 시사IN이 언론이지만 하나의 기업이기도 하다. 광고와 기사, 저널리즘과 언론기업. 항상 갈등 관계에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언론기업으로 성공하고, 기자는 쓸 수 있는 기사를 잘 쓰는 것이다. 시사IN 구성원은 광고와 기사는 별개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창간할 때부터 광고와 기사의 영역이 나뉘어있었다.

Q. 모든 언론사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A. 우리가 광고와 타협하는 게 있었으면 써야 할 기사를 못 썼을 것이다. 이를 고발하는 기사도 썼다. (시사IN은 농협중앙회·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언론과 기사를 대가로 거래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Q. 주간지의 독자는 줄고 있다

A. 독자감소의 경우 전 세계 모든 언론사가 갖는 고민이다. 다행히 시사IN은 독자감소의 폭이 크지 않다. 또한 개인 후원을 늘리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정기구독자와 소액후원같이 독자 개개인을 중심으로 한 방법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Q. 후원이나 인쇄 매체 구독은 독자들이 해당 언론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정할 때 성공할 수 있다

A. 김영미 편집위원이나 주진우 기자의 기사를 보고 후원하려는 분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큰돈을 후원하는 분도 계시다. 공통점은 탐사 보도다. 시사IN만의 보도를 보고 후원하려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시사IN 555호 속지 중 일부. 브로마이드 형태로 남북 양 정상의 사진을 꾸몄다(미디어스)

Q. 주간지이다 보니 잡지가 늦게 배송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며 시사IN을 보는 독자들이 있다

A. 잡지는 하나의 작품이다. 매주 시사IN을 역사의 기록물이라 생각하고 만든다. 또한 디자인적인 요소도 있다. 아무리 기사 내용이 좋아도 디자인이 별로이면 잡지를 보지 않는다. 시각적인 강점이 없는 잡지는 생존하기 어렵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주의 잡지는 브로마이드처럼 꾸몄다. 표지 속의 표지로 남북 정상 간의 사진과 판문점 선언을 담았다. 독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이렇게 인쇄물을 바탕으로 하나의 작품을 구현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잡지는 가장 혁신적이고 휴대성이 높은 인쇄물이다. 이를 잘 발전시킨다면 생존의 틈새시장 있다고 본다.

Q. 시사IN은 소수자에 대한 감성을 공감하는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A. 독자와 시사IN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이념은 있다.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감성이 그것이다. 시사IN의 기자라고 한다면 소수자에 대한 감성을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 여성 인권, 페미니즘 등. 이 기준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편집국 내부의 민주화는 잘 이루어졌나

A. 최악의 편집국은 침묵하는 편집국이라 생각한다. 논쟁하는 편집국이 좋은 편집국이다. 기자와 데스크 간에 토론이 활성화돼야 한다. 기사에 추가해야 하는 내용, 사진, 글 등. 이런 논쟁은 궁극적으로 언론을 이롭게 한다.

Q. 잡지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설이 있다

A. 전 세계의 모든 주간지가 힘든 것은 맞다. 그런데 언론은 언제나 망할 수 있다는 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2000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는데 당시에도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언론이 망할 거라고 했다. 저널리즘의 역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TV가 처음 나왔을 때 신문이 망할 거라고 했다. 어찌 되었건 망하지 않았다. 언론의 위기 아닌 적은 없었다. 이를 외면하고, 위기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망할 것이다.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언론은 생존할 것이다.

Q. 미디어 위기, 시사IN만의 정답이 있나

A. 전 세계 어느 언론사도 ‘미디어의 위기’에 대해 정답을 제시한 곳이 없다. 다만 시행착오를 하는 언론사와 안 하는 언론사가 있다. ‘이렇게 해보자’라고 길을 찾아가는 언론사는 생존해왔다. 하지만 현상유지만 하는 언론사는 어김없이 도태된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언론사가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시사IN도 정해진 길은 없지만 아마도 정면승부가 정답인 것 같다. 언론사는 기사를 가지고 승부를 봐야 한다. 기사로 경쟁하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다. 독자의 신뢰를 잃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독자가 매체를 보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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