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5일 배우 김사랑 씨가 이탈리아 여행 중 추락사고를 당했다. 스포츠월드 단독 보도로 밝혀진 김사랑 씨의 부상 소식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김사랑’(25일 3위, 26일 1위, 27일 2위)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자 수많은 언론이 김사랑 씨의 사고 소식과 함께 ‘새삼’ 주목받은 ‘각선미’·‘섹시’·‘전 연인’을 엮기 시작했다. 이른바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배우 김사랑 씨의 추락사고아 관련된 어뷰징 기사 제목(네이버 뉴스 화면 캡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0일 <여배우 부상 기사에 왜 ‘얼평․몸평’이 들어가나>라는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김사랑 씨와 관련된 어뷰징 기사를 비판했다. 민언련이 지적한 언론 보도는 주로 ‘섹시’·‘각선미’·‘다리’·‘몸매’·‘열애설’ 등의 자극적인 검색어와 연결됐다.

김사랑 씨와 관련된 어뷰징 기사를 최초로 쓴 언론은 매일경제다. 매일경제는 <김사랑 추락사고 부상 소식에 “몸이 명품인데” 응원 봇물>이란 기사를 통해 “특히 국내 최고 각선미 미녀로 불리는 그녀이기에 팬들은 혹여 흉터라도 남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라며 “몸이 명품인 배우인데 보험이라도 들었으려나” 같은 온라인 댓글을 언급했다.

매일경제는 <‘다리골절’ 김사랑, 백만불짜리 각선미>라는 추가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해당 기사에는 “김사랑하면 떠오르는 명품 다리에 입은 부상이라 팬들이 빠른 쾌유를 빌고 있다” “특히 다리가 길고 예뻐 ‘백만불짜리 각선미’로 불린다” “김사랑은 화보나 SNS 등을 통해 특히 각선미가 돋보이는 비현실적 몸매를 뽐내곤 했다” “소파에 앉은 김사랑의 명품 다리가 빛났다. 또, 과거 올린 한 화보 사진에서 과감한 디자인의 블랙 드레스를 입은 김사랑은 도발적 눈빛으로 길고 곧게 뻗은 각선미를 뽐낸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김사랑 씨의 추락사고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쓴 언론사에는 MBN, 아시아경제, 국제신문, 서울경제, 전자신문, 일요신문, 더팩트 등의 인지도 있는 언론사도 포함됐다. 민언련은 “당사자가 다친 상황에서 언론이 그의 외모를 들먹이고 다른 무엇보다 ‘사고로 외모가 손상되었을까봐’ 걱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작성한 배우 김사랑 씨 기사. 제목과 댓글 소개 부분 편집(네이버 뉴스 화면 재구성)

아직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관계 없이 불안감을 키우는 보도도 등장했다. 동아일보는 <김사랑 맨홀서 추락→맨홀 NO, 밝히기 곤란…누리꾼 “말 못 할 사연있나?”>라는 보도를 통해 “소속사 관계자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기사 말미엔 “밝히면 뭐가 곤란하길래 사고경위도 못 밝히냐”, “처음엔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소속사가 계속해서 명쾌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언플만 하는 걸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려고 한다”는 댓글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독자의 클릭수가 광고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어뷰징을 부추기고 있다”며 “또한 언론인과 기사를 소비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낮은 인권의식․젠더의식 역시 이런 어뷰징 기사 범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의 문제도 지적했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6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공동 구성해 어뷰징, 광고·홍보, 선정적 기사를 제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언련은 “대부분의 사람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침해적 기사를 ‘나몰라라 유통’하며 이득을 보고 있는 포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포털은 면피용 대책으로 책임을 모면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어뷰징․선정 보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디어스는 수많은 언론사가 자극적인 단어와 실시간 검색어를 엮어 어뷰징 기사를 쓴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언론사들은 ‘보라카이 폐쇄’ 소식을 전하면서 보라카이에서 화보를 찍었던 여성 연예인을 자극적인 소재로 썼다. 당시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어뷰징)기사를 내는 언론사 뿐만 아니라 전체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언론이 보라카이 폐쇄 사건을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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