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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성역없는 보도'의 조건은 충족해"[인터뷰]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 "시청자의 의문을 풀 수 있다면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4.10 08:32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SBS 노사가 '혁신'을 내걸고 사장 임명동의제를 합의한 지 반년, 실시한 지는 100일 남짓이 지났다. 과거 '논두렁 시계'보도 논란, 세월호 인양 보도 논란 등으로 멍에를 졌던 SBS가 최근 삼성 에버랜드 땅값 논란 보도, '촛불 위수령' 논란 보도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은 취임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임팩트 있는 뉴스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명동의제 실시 100일이 지난 SBS 보도본부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SBS 보도본부장실에서 심석태 본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미디어스)

Q. 보도본부장 취임 직후 구성원들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100일 남짓의 시간이 지났는데 보도본부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는가

2016년 8월 조직개편부터 작년 세월호 보도 파동 등 SBS 보도본부가 창사 이래 전례 없이 흔들렸다. 본부장이 짧은 시기에 여러 명이 바뀌며 지도부가 흔들렸고, SBS가 대외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일도 생겨 보도본부 전체가 안정되지 못했다. '아픔이 있다', '자신감의 상처가 있다'고 한 취지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응어리져있던, 우리가 어떤 보도를 할 때 충분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런 상처들이 속으로 많이 나있던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보도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구성원들에게 물으면 전부 '성역없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신 있게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상처와 자신감 부족을 해결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은 해결됐다고 본다.

문제는 뉴스라는 게 단순히 성역 없이 보도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보도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면 좋은 보도란 무엇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우리가 자신감을 가져야 의미가 있다. 성역이 없다는 것은 제대로 된 언론의 출발점이다.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절대로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 내부적인 고민은 오히려 더 커진 상태다. 구성원들은 어쨌든 작년 말 임명동의제 등 과정을 거치면서 그 필요조건은 충족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몇 가지 보도들을 거치면서 충족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Q. SBS 뉴스의 이른바 '백화점식 나열 리포트'가 그동안 임팩트를 주지 못했었다고 자평하신 바 있다. 최근 저녁종합뉴스인 'SBS 8뉴스' 탐사보도 프로젝트 '끝까지 판다'를 통해 한 주제로 7~8꼭지에 이르는 리포트를 선보였다. 백화점식 나열 리포트 타파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지, 가능한 종합적인 사안들을 담아야 하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이와 같은 시도를 하는 것에 우려는 없었는지? 

임팩트가 약했다. 어느 날 하루 잘하고 일주일 내내 임팩트가 없으면 임팩트는 약한 거다. 뉴스는 매일 해야 하는 것이다. 매일 최선을 다해 우리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어제 SBS 뉴스는 뭐였나?'라고 물었을 때 그런 부분의 임팩트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신호탄은 작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부터 리포트 아이템 선정을 하면 몇 꼭지씩 상당부분 늘려서 했다. 또 꼭지 수보다는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로 깊이 있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2~3분이면 족할 사안을 잘게 1분에 쪼개 여러 개 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번에는 시간 길이로 치면 20여분을 며칠 한 것이다. 우리 리포트 보는 사람들의 의문을 다 풀어줄 수만 있다면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긴 리포트는 처음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사실 저녁종합뉴스에 이런 시도가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등 큰 사건이 터지면 2~30분 터서 하는 것은 수시로 했다. 물론 외부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발굴해낸 아이템으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안의 여러 측면들을 골고루 심어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제가 백화점식 나열 리포트하고는 다른 방향의 뉴스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번이 조금 대표적인 것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위원 의견 중 '저녁종합뉴스니까 여기선 핵심적인 내용만 보도하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면 어땠겠나'라는 의견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주요 시간에 편성된 다른 보도프로그램이 없다. 그리고 매일 이슈가 나아가야 하는데 일부 내용들을 빼서 다른데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저녁종합뉴스에서 20분이 아니라 30분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뉴스가 나가지 못하고 문제가 됐다면 모르겠으나 막연히 저녁종합뉴스니까 각 사안들을 골고루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은 선입견이고 편견일 수 있다.

Q. '끝까지 판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석연치 않은 승계 작업을 정조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역대급'보도였다는 평가와 동시에 걱정 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땅값을 둘러싼 황당한 과정을 정조준 했다. 승계과정 자체를 정조준해서 어떻게 해봐야겠다는 그런 원대한 구상을 한 건 아니었다. 

광고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삼성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대표기업이고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우 큰 기업이다. 이런 큰 기업이 어떤 부분에서 자신과 관련한 문제가 보도됐다고 광고로 장난을 치겠나라는 생각을 한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삼성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기사를 쓸 때 '이건 광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면서 기사를 쓰지 못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SBS뉴스 전체에 대해 이미지를 형성한다.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고 열심히 봐주신다면 삼성뿐 아니라 어디라도 광고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비디오머그', '마부작침' 등 'SBS 디지털뉴스랩' 콘텐츠들이 TV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비디오머그'의 경우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방송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어떤 이유로 하게 된 것인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SBS의 뉴미디어 콘텐츠들이다. 이미 사람들의 뉴스소비나 뉴스콘텐츠에 대한 생각이 전통적 방송콘텐츠 외에 다양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자랑 같지만 SBS는 뉴미디어 콘텐츠의 강점이 비교적 앞서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미디어 쪽에서 만들었던 실험적인 콘텐츠들이 방송 쪽에도 잘 접목될 수 있으면 방송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이용자들은 경계를 넘어 소비하고 있는데 공급하는 사람들만 '뉴미디어에서 하는 것', '방송에서 하는 것'하고 나누면 안 된다. 그래서 뉴미디어국에서도 뉴미디어만을 생각하지 않고 방송을 생각해 기획한다. 방송에 나갈 때는 그대로 트는 게 아니라 방송 시청자의 패턴에 맞게 수정해서 내는 식이다.

콜라보레이션은 뉴미디어에서 만드는 모든 콘텐츠를 방송 쪽 콜라보를 전제로 해서 가능하면 넓혀보라고 지시한 상태다. 모든 뉴미디어 콘텐츠는 필요로 하는 모든 플랫폼에 다 들어간다. 

Q.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JTBC 보도에 대해 SBS가 비판보도를 내 두 방송사가 몇 차례의 보도를 주고받았다. 언론사 간 다툼으로 보는 시각과 언론사 간 논쟁이 보기 좋았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이러한 보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보도와 관련한 모든 결정을 본부장이 하는 건 아니다. 그날그날의 뉴스는 국장 책임 하에 하고 있다. 보도 책임자로서 제가 파악하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이 사안은 특정 언론사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 사안 자체가 너무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우리 군이 촛불집회 와중에 부대를 동원해 시위에 개입하려고 했다거나 억누르려고 누군가 시도·검토했다면 그건 내란에 준하는 것이다. 이건 어느 날 어느 국회의원이 한 번 비판하는 멘트를 하고, 어느 날 하루 저녁 뉴스에서 한 두 꼭지 비판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JTBC 보도 다음날 정의당에서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이 나왔었고 제 주변의 모든 사람, 여기 기자들도 군이 병력을 동원하려고 했던 것처럼 알고 있었다. 그런데 SBS 취재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이건 팩트를 바로 잡아 주는 것이 좋겠다는 보도국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JTBC니까 JTBC를 어떻게 해보자, 공격하자' 그런 생각은 전혀 아니다. 언론사마다 보도를 하다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보도를 하다보면 오보도 있을 것이고, 정정도 하고 반론도 받고 소송도 당한다. 기자 일이라는 게 항상 그렇다. 그렇다고 한다면 타사가 오보한 것을 비평해야할까? 그럴 필요 없다. 각 언론사가 나름대로 보도하면 시청자들과 소통 과정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 나가는 과정이 있으면 된다. 다만, 이 사안은 그렇게 넘기기에 너무 큰 사안이었다.

Q. JTBC는 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판단을 구하겠다"고 했다. JTBC 담당기자는 SBS보도에 대해 "감정 섞인 듯 한 표현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감정섞인 비난으로 치면 JTBC보도가 SBS를 훨씬 더 많이 비난했다고 생각한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의 경우 직선적인 사람이라 그런 것이지 감정 섞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차분하게, 정말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도한 것이지 우리가 누구를 시비 걸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JTBC는 상당히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이 있었다. 그런데 JTBC는 자신들에게 제기된 핵심적인 부분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계속 자신들의 보도를 정당화하는 쪽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쪽으로 갔다. 그러는 바람에 양자 간 싸움으로 비춰지게 된 부분은 안타깝다.  

Q. 스포츠뉴스의 변화도 보인다. 평창올림픽 기간이 있긴 했지만 SBS는 노선영, 심석희 선수 관련 빙상연맹의 문제점, 스켈레톤 경기 관람 특혜 논란, 최근에는 대한체조협회의 리듬체조 복장논란을 단독보도 했다. 단순히 스포츠 경기 소식을 나열하던 과거 보도와 달라진 모습이다

따로 지시한 것은 없다. 다만 '스포츠도 뉴스'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다. 가능하면 뉴스적인 관점에서, 시사적인 부분에 대해서 더 취재를 해서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선수는 이래서, 저 선수는 저래서' 같은 틀에 박힌 기사를 쓰기 보다는 좀 더 공격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 스포츠팀이 스스로 열심히 한 것이다.

보도본부의 대부분의 부서들은 5층에 있지만 스포츠부는 보도제작부 등과 함께 4층에 있다.  5층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만의 뉴스를 발굴하자'는 것이다. 우리만의 뉴스, 힘줘서 갈 수 있는 뉴스를 발굴하자는 분위기가 4층에도 옮겨진 것 같다. 

Q. SBS '뉴스토리' 작가 교체 논란과 관련해 해당 작가들은 SBS 보도본부에 공식사과와 업무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SBS가 계약 과정에서 정부가 내놓은 표준계약서 조항 중 계약기간, 저작권 부분에 있어 독소조항을 두었다는 것이 작가들의 입장인데

계약기간은 기본적으로 1년으로 수정했다. 프로그램에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 1달 전 공지하는 것으로 고치고, 이유를 충실히 설명하는 설명의무도 집어넣었다. 표준계약서 집필횟수 조항은 드라마 때문에 생긴 것이다. 보통 1년을 52주라고 했을 때 주간 프로그램의 경우 계약기간은 52회다. 주간 프로그램에 '1년 100회 집필' 같은 건 없다. 저작권 부분은 작가 분들이 원하는 대로 법률검토를 거쳐 고쳐준 것이다. 작가 분들을 만났을 때도 저작권 내용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2월 23일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후 다음 월요일(26일) 작가들을 복귀시키도록 연락을 넣으라고 했다. 3월 2일 작가들을 만나 복귀 이야기를 했는데 그다음 화요일(6일)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제가 한 제안들을 거절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보통 잘못한 사람이 당사자를 만나 직접 사과하는 게 공식사과다. 보도본부장은 책임자다. 본부장, 부장, 국장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정식으로 SBS를 대표해 사과하는 게 공식적이다. 저는 SBS를 대표해 보도본부의 대부분의 업무에 대해서 결정권을 갖고 있다. 보도본부의 일상적 운영과 관련해서는 최종 결재권을 갖고 있고 일상적으로 사장에게 보고하지도 않는다.  책임자인 제가 직접 만나서 미안하다고 했고,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고, 계약연장을 하겠다고 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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