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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셀프심의' 파문 김 팀장은 꼬리다[기자수첩] 민언련 "적폐 정산을 위한 정부 기구 조속히 구성해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3.22 08:39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폐가 드러났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심의를 총괄한 김 모 전 팀장이 친인척의 명의를 이용해 ‘셀프 민원’을 신청한 사실을 적발해 파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이전 방통심의위 위원장, 부위원장이 있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미디어스)

김 모 팀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6건의 방송 민원을 신청했다. 방통심의위는 이 중 13건은 법정 제재, 14건은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무려 62%의 성공률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김 모 팀장이 신청한 민원 명세를 보면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김 모 팀장이 민원을 제기한 주요 프로그램은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JTBC 뉴스룸 ▲MBC 뉴스데스크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등이다. 뿌리깊은 미래의 경우 “역사 왜곡 다큐 심의 요청”이라는 이름으로 민원을 넣었다. 해당 방송은 자유한국당 측이 편향된 방송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선 한국 국민에 대해 ‘남녘’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의견 진술을 위해 출석한 PD에게 자유한국당 추천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어디 가면 한국방송공사 팀장이라고 하지 남녘방송공사 팀장이라고 하지 않을 거 아니냐”고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도 거들었다. 2015년 3월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뿌리 깊은 미래는 건국 가치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권의 부름에 방통심의위가 응답한 모양새였다. 

2016년 7월 JTBC 뉴스룸이 사드와 관련된 외신 보도를 오역한 것에 대해 민원을 넣기도 했다. 2013년 5월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는 “대통령 뒤에 인공기를 배치한 의도는?”이라고, 2015년 3월 방영된 JTBC NEWS 아침에 대해서는 “대통령 폄하 방송 심의 요청”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모두 당시 보수진영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다.

결국, 김 모 팀장은 보수 성향을 지닌 방통심의위 위원의 지시를 받아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방통심의위 위원도 보수세력의 지시나 부탁을 받아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보수세력과 방통심의위 위원, 김 모 팀장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들도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는 2014년 ‘방통심의위 직원성향 분석’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방통심의위 팀장급 간부들과 가족의 정치적 성향 등을 적시했다. 정부가 방통심의위를 치밀하게 관리해 온 흔적이다.

지난해 JTBC는 ‘청와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찰 문건’ 보도를 통해 국정원이 방통심의위 부위원장에게 심의를 청부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서 방통심의위 부위원장은 “국정원 등에서 제보가 왔는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엔 편법으로 게시판에 사람을 동원해 글을 쓰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제보를 받고 선의에서 했던, 강요를 받았든 간에 국정원과 청와대가 방통심의위를 사실상 지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왔지만 ‘셀프 민원’의 주범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김 모 팀장에게 지시한 위원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과 수사의뢰서를 접수했지만 김 모 팀장만 대상이었지, 주범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셀프 민원’의 주범인 ‘보수 성향’의 전 위원장·부위원장은 적발되지 않고, 꼬리에 불과한 김 모 팀장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청부 민원을 지시한 전임 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방통심의위를 사찰해 심의를 정권의 영향력 아래 둔 청와대 등 정부 관계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적폐 정권의 방송장악 구조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번 사건은 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적폐를 이어가려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심의를 악용한 사례의 단면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언론·시민단체를 비롯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정부 차원의 철저한 조사,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등 언론장악 적폐청산을 위한 기구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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