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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배현진이 언론탄압의 피해자?"언론장악 심판 차원에서 '테마공천' 추진"…"한국당, 공영방송 바라보는 관점 왜곡돼"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3.08 16:48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의 영입 이유로 "현 정권의 언론탄압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언론탄압의 피해자로 내세운다고 한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길환영 전 KBS 사장(왼쪽)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연합뉴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핵심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아나운서의 영입을 추진해 왔다"면서 "내일(9일) 이들의 입당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환영 전 사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박찬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 갑 재선거에, 배현진 아나운서는 역시 같은 이유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송파 을 재선거에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길환영 전 사장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현 정권 언론탄압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현 정권의 언론장악·탄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묻는 차원에서 이들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내세우는 '테마 공천'을 현재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언론탄압'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길환영 전 사장은 지난 'KBS 보도통제'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다. 지난 2016년 9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보도통제 의혹과 관련해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5월 5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을 불렀다"면서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는데, 그 이유가 이정현과 제가 통화 했을 때와 같았다. 그래서 알아차렸다"고 밝혔다.

김시곤 전 국장은 "다른 사장은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보도본부 간부들 서로가 황당해서 얼굴만 서로 쳐다보면서 아무말 못하는 그런 상황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사장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고 하면 길 사장은 말을 잘 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길환영 전 KBS 사장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미디어스

길환영 전 사장은 김시곤 전 국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이 저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면서 '청와대에서 김시곤 사표를 받으라고 했을 때 그거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했다"면서 "청와대에서 사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국장에게 전화에서 이러는 건 명백한 압력"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길환영 전 사장은 보도통제 의혹 확산 등으로 KBS이사회로부터 해임당했다. 길 전 사장이 해임되던 2014년 6월 당시 KBS이사회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사가 7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길 전 사장의 해임안은 7대4로 가결됐다.

길환영 전 사장의 자유한국당 입당 소식과 관련해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길환영 전 사장은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뉴스와 온갖 프로그램에 개입하면서 방송법을 위반하고 제작의 자율성과 보도의 독립성,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침해한 당사자"라면서 "언론탄압의 피해자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피해자라는 논리라면 오히려 박근혜 정권이 탄압한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거의 가짜뉴스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공당이란 곳이 KBS와 관련된 입장을 내면 과장되고, 잘못돼있고, 팩트 틀리고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언론탄압의 가해자를 현 정부 피해자로 둔갑하는 뻔뻔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황당하다"고 밝혔다.

성재호 본부장은 "KBS 사장을 하고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사람은 없다"면서 "최소한 제가 다닌 20여년 동안 KBS 사장이 정치하겠다고 KBS에 먹칠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아무리 중간에 쫓겨났다지만 대한민국 최대 공영방송사 KBS 사장의 무게가 있다"면서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의 언론관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길환영 전 사장의 경우 세월호 청문회, 이정현 보도개입 사건에서도 직접 지시하는 등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증거가 있다"면서 "KBS를 친정부 성향으로 타락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길 전 사장을 언론탄압의 피해자로 내세운 것은 자유한국당이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배현진 아나운서도 특별히 주도적으로 무엇을 한 건 아니지만 김재철, 김장겸 시절 MBC, 소위 친정부적 성향의 정권 홍보방송을 앞장섰던 사장 밑에서 앵커를 했던 사람"이라면서 "언론의 자유, 언론의 감시기능 등을 지키려는 노조의 파업에 반대해 복귀한 사람을 영입해 공천을 주겠다는 건 자유한국당이 언론의 기능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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