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2017)는 지난 11일 개봉한 <코코> 상영 전 만날 수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픽사는 새 애니메이션을 공개할 때마다 본편 상영에 앞서 짤막하게 볼 수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해왔는데,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러닝타임은 물론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그 비중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단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를 이야기하기 앞서, 이 단편 애니메이션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한 <겨울왕국>(2013)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국내 개봉한 <겨울왕국>은 한국에서 역대 애니 최고 흥행작 등극 포함,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디즈니의 최고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엘사와 안나 외에도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 등 애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골고루 사랑 받은 <겨울왕국>은 이후에도 엘사, 안나의 뒷이야기를 다룬 <겨울왕국 열기>(2015), 레고와 합작한 <겨울왕국: 오로라를 찾아서>(2016) 등 단편버전 스핀오프를 계속 만들어왔다. 그의 연장선에 있는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겨울왕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올라프를 주축으로 만든 <겨울왕국>의 새로운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겨울왕국> 스틸이미지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왕국 사람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꿈에 부풀어있던 엘사와 안나는 왕국의 전통 행사인 크리스마스 타종 행사 이후 사람들이 각자 홈파티를 보내기 위해 뿔뿔이 흩어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를 보다 못한 올라프는 스벤과 의기투합하여, 마을 곳곳을 다니며 각 집안의 크리스마스 전통을 수집한다. 성공적으로 크리스마스 전통들을 모았다고 기뻐하던 찰나,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 올라프와 스벤이 힘들게 모은 크리스마스 전통들은 산산조각 부서지게 되고 설상가상 굶주린 늑대들에게 쫓겨 만신창이가 된 올라프는 실의에 빠져 엘사와 안나가 있는 왕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눈치 빠른 관객들은 예상했겠지만,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곤경에 빠진 캐릭터(올라프)가 친구들(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스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그들의 우정 또한 더욱 돈독해지는 스토리를 지향한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엘사와 안나는 부모의 사고와 함께 집안의 전통이 단절되었음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엘사, 안나와 새로운 가족이 된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힘을 보태고자 하지만, 그녀들의 상실감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그렇게 올라프가 엘사, 안나를 위로할 수 있는 재밋거리를 찾고자 궁 밖을 나간 사이, 엘사와 안나도 잃어버린 전통을 살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던 중 뜻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영화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포스터

부모의 죽음 이후 직계 가족이라곤 자매 둘만 남은 엘사와 안나는 올라프, 크리스토프, 스벤 등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일종의 대안가족 형태를 통해 자신들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극복해 나간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이후 상영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가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의 공동체 복원을 지향했다면,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는 않지만 피보다 더 끈끈한 친구들의 우정을 강조한다.

부모 세대와의 단절로 전통이 이어지지 않은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의 주인공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왕국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만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간다. 반면,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신발 제조로 가업을 이어나가는 가족들과 달리, 뮤지션이라는 색다른 꿈을 키워나갔지만 그 꿈 또한 고조할아버지부터 내려온 대물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음악가가 되고 싶어 하는 미구엘의 꿈은 고조할아버지의 가출로 단절된, 뮤지션이라는 집안의 전통을 다시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기성세대와 다른 삶을 펼쳐나가고 싶었지만, 알고 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이미 조상님들이 다 이루었음을 터득한 후손(미구엘)은 조상들이 물려준 것을 잘 받아서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역할을 자청한다. 그 이전에 미구엘이 뮤지션의 삶을 동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는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전설의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가 있었다. 에르네스토가 남긴 음악, 영상들을 보면서 에르네스토와 같은 위대한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미구엘은 그의 축복을 받아 에르네스토를 잇는 가수를 꿈꾼다.

영화 <코코> 스틸 이미지

반면, 이을 만한 전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던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의 주인공들은 고육지책으로 기존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크리스마스 전통을 모아 자신들의 전통으로 이어 붙이려고 했지만 곧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대신, 엘사와 안나가 어릴 때 본인들 스스로 만들고, 서로를 이어주던 새로운 존재로 그들만의 전통을 만들어나간다.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 전통을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들. 어떤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싶지는 않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 못지않게 기존의 문화를 잘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 편의 상영본으로 묶인 작품 속에, 전통을 대하는 상반된 관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두 작품이 나란히 붙어있는 것이 여러모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디즈니에서 대안가족과 더불어 엘사, 안나로 대표되는 현 세대의 새로운 전통을 내세웠다면, 그간 기존 시스템 내에서 대안적 가치를 찾고자 했던 픽사가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보수적 성향으로 대표되는 디즈니, 비교적 진보적 색채가 짙었던 픽사는 이렇게 서로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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