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을 꿈꾸는 미구엘은 음악이라면 기겁을 하는 가족들 때문에 낙심한다. 그런던 중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가 자신의 고조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용기를 내어 보지만, 이내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가족들에 의해 꿈을 제지당하고 상처를 갖게 된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가출 뿐. 그러다가 우연히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만지게 된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사후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디즈니&픽사가 새롭게 출시한 애니메이션 <코코>(2017)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소재는 보수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늘 등장했지만, <코코>는 그 정도가 노골적이다. 가족에게 등 돌렸던 소년이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가는 것에 모자라, 호적에서 파버린 고조할아버지까지 다시 가족으로 불러들인다. 가히 완벽한 가족 봉합 프로젝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코코> 스틸 이미지

극 초반 음악가를 꿈꾸는 미구엘은 가족들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친다. 미구엘의 가족들이 음악을 그렇게도 싫어하는 이유는 미구엘의 고조부가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등지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었다. 고조할아버지가 나간 이후 그의 아내이자 미구엘의 고조모인 이멜다는 집안 곳곳에 있던 음악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집안 식구 누구도 음악의 ‘음’자도 거론하지 못하게 한다.

한때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이멜다였지만,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그녀에게 음악은 가족의 행복을 앗아간 사악한 악마다. 그래서 이멜다는 가족의 행복과 안정을 지키기 위해 음악을 멀리했고 딸 코코를 비롯한 후손들도 이멜다의 뜻에 따라 음악을 금기시하며 살아왔다. 그녀의 고손자 미구엘을 빼고 말이다.

고조할아버지의 핏줄을 제대로 이어 받았는지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출중한 재능도 갖춘 미구엘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기회를 잡아”는 미구엘의 고조부로 추정되는 에르네스토가 그가 출연했던 영화에서 했던 유명한 대사다. 고조부의 패기를 이어받아 뮤지션으로서의 성공을 꿈꾸던 미구엘. 하지만 이내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며 숱한 악행을 저질렀던 에르네스토의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되고 가족을 등진 스스로를 반성한다.

영화 <코코> 스틸 이미지

미구엘에게 가족은 그의 꿈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뮤지션인 고조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뮤지션이 되겠다는 미구엘의 꿈은 가업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음악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 같았던 미구엘의 조상들과 가족들은 자신들의 숨겨진 DNA를 발견하고 음악으로 진정한 가족의 화합을 꾀한다. 가족과 꿈을 모두 잡고자 하는 <코코>의 영리한 전략은 성공을 거둔다. 자신의 꿈(음악)과 가족을 상충되는 존재로 간주했던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와 달리 미구엘에게 가족과 음악은 충분히 양립가능한 요소다.

뮤지션으로서 성공을 동경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성공했던 에르네스토로부터 그 폐해를 똑똑히 목격한 미구엘은 에르네스토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헥터를 만나며 음악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미구엘이 헥터를 통해 발견한 음악의 지향점은 거대한 성공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이고, 그 행복에는 자신을 포함한 가까운 주변 사람들,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코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끔찍한 존재로 다가왔던 가족이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버팀목이 된다는 설정이다. 내 인생을 망치려 작정한 사람들 같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미우나 고우나 가족밖에 없다는 것이 <코코>의 지론이다.

영화 <코코> 스틸 이미지

물론 디즈니 특유의 보수적 색채 속에서도 작품마다 주인공의 주체성을 강조했던 디즈니&픽사의 야심작 <코코>는 주인공의 꿈을 억압하고 자신들의 뜻을 따를 것을 강조했던 가족 체제로의 일방적 회귀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은 자신의 꿈을 반대하고 억누르기 바빴던 가족에게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가족 간에 묵은 갈등도 단숨에 해결한다.

하지만 미구엘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에는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음악가라는 핏줄,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던 가족 간의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가족 간의 사랑과 헌신으로 꽉 찬 <코코>는 그래서 감동적이면서 아름답게 다가온다.

허나 가족해체시대에, 오랜 세월 호적에서 지워진 고조할아버지까지 불러들이며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의 화합을 강조하는 <코코>의 의도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있는 가족들도 해체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믿을 것을 가족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가족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은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 몰라도 최근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보수적으로 다가온 작품 <코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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