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세대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나온 지 어연 6년이 지났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들이 포기해야 하는 개수는 5포, 7포로 늘어났고 이제는 N포 세대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청년들은 연애가 부담이고, 결혼이 망설여지며, 출산이 두렵기만 하다. 이 중 오늘은 '연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들의 연애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돈'이다.
사랑하는 애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은 마음, 기념일엔 조금 더 잘 챙겨주고 싶은 게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럼과 동시에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머릿속엔 통장 잔고가 떠오르고, 맛집을 검색할 땐 메뉴보단 가격을 먼저 보게 된다.
얼마 전 20대 아르바이트생 80%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생의 평균 데이트 비용이 남녀 각각 4만5000원, 3만4000원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시급 6470원으로 짧게는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을 일해야 데이트 한 번 할 수 있는 돈이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연애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원래 사랑은 가난하게 하는 거야", "그것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야"라며 넘어가기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한두 번 그랬을 때야 추억이지, 서너 번 반복되면 궁상이다. 청년실업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실시한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은 청년의 부담을 덜어주는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점이 아직도 논란의 여지로 남아있다. 기껏 돈 줬더니 유흥비에 쓴다며, 데이트하라고 준 돈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종종 논쟁의 요소가 되곤 한다. 최근엔 청년수당 카드로 모텔비도 계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끄럽기도 했었다. 애정이 깊어질수록 사랑 비용도 들기 마련이다. 비용도 생각보다 꽤 많이 든다.
2030 절반이 캥거루족이다. 즉, 청년 2명 중 1명은 사랑을 나누는 것조차 돈이 있어야 가능한 셈이다. 모텔비 논란이 제기됐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럴 거면 우리한테 출산율이 저조하네",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 하네" 이런 얘기 앞으로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청년들의 계속되는 연애 포기가 우리 사회의 진짜 큰 문제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마음껏 연애할 수 없는 한 결혼과 출산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면 "너네 데이트하라고 준 돈이 아니야"라는 식의 접근은 바뀌어야 한다.
10년 전 연이은 독일 대학생들의 등록금 폐지 시위에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젊은 층이 맘껏 공부할 수 있어야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며 지지와 연대의 손길을 내민 독일 정치권과 부모세대처럼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이 맘껏 웃고, 꿈꾸며, 사랑할 수 있어야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 할 수 있다는"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청년들이 포기 세대로 전락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말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볼 것인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것인가.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다.
데이트 비용 4만5000원이 부담스러워 연애를 포기하고 있다. 노래방 한 시간, 영화 한 편, 한 끼 식사면 사라지는 비용이다. 이를 유흥비, 취업과는 무관한 비용이라며 닥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영수증 제출 없이 84억이라는 돈을 특수활동비라는 이름하에 쓸 수 있는 자들이다. 진짜 유흥비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을 말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정치인으로, 얼마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현재는 정치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청년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고자 노력하며, 그동안 2030에게 금기와 다름없었던 정치의 벽을 허물고자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