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4일 KBS가 총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KBS1라디오<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의 마이크를 놓기로 선언한 방송인 정은아 씨를 경질하고 프로그램 편성과 진행자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은아 씨는 지난 3일 “후배들이 결의해 그렇게 (파업을) 하는 상황에서 빈 책상을 보며 들어가 일하는 게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파업기간 라디오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의 홈페이지에는 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KBS가 정은아 씨 경질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사측을 규탄했다.

9월 8일 KBS1라디오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홈페이지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홈페이지 캡처)

KBS는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를 편성에서 삭제하고 <함께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KBS본부 라디오구역은 성명을 통해 "우리 피디들은 새 프로그램이 통과되기까지 최소한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기본적인 관념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함께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당일에 통과되는 '기적' 같은 장면을 이번에 처음 목격했다"고 꼬집었다.

정은아MC 진행자 당일교체, 편성변경 내역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라디오구역은 "정은아 씨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그 순간에 이미 본인도 모르게 해고자가 되어 있었다"면서 "오영실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진행자인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대방만 며칠 해 본 대타 피디가 새 프로그램을 피칭하는 것은 적법한가?"라고 프로그램 신설 과정을 비판했다.

KBS본부 아나운서 구역도 '당장 돌려놓아라!'라는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아나운서 구역은 "프리랜서 방송인이 파업에 뜻을 함께 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많은 국민들도 이에 응답을 해 주었다"며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진행자와 프로그램을 원래대로 돌려놓아라"고 촉구했다.

아나운서 구역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은 오영실 전 아나운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아나운서 구역은 "후배 아나운서의 용기있는 결정으로 잠시 비워 둔 자리를 한솥밥 먹던 전직 선배가 넙죽 받는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인지 묻고싶다"며 "도리라는 것을 안다면 당연히 거부하는 것이 맞다"고 질책했다. 또 아나운서 구역은 "땅에 떨어진 전직 KBS아나운서라는 이름표가 더 지저분해지기 전에 빨리 다시 주워 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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