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미국의 언론들도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가 자의적 해석을 덧붙여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에 이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사설 [이 상황서 ‘문재인 대 트럼프’가 리스크가 되면 안 된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에 주석을 달며 “한미 동맹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에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며 “이때 '한국'은 문 대통령을 가리킨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내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언급한 전례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청와대는 즉각 ‘전쟁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했다”면서 “트럼프의 언급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속의 ‘한국’에 ‘문 대통령’이라는 주해를 붙여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에 이용하고, 나아가 ‘전쟁을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청와대 발표를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한 셈이다.

[조선일보 사설] 이 상황서 '문재인 對 트럼프'가 리스크 되면 안 된다 (2017년 9월 5일자 오피니언 35면)

또 조선일보는 “트럼프는 지난달 7일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봤나’라고 했다. '미국 몰래 북한과 대화하고 있느냐'는 느낌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고 해석하고, “북핵 위기 상황에서 트럼프는 '한·미 FTA 폐기'까지 언급했다. 한·미 동맹 역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두 정상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진 사실”이라며 “김정은은 도발하면서 제일 먼저 한미 간 틈이 벌어지는지를 살필 것이다. 지금 한미는 김정은이 바라는 대로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해석은 우리나라 다른 언론을 비롯해 미국 언론 반응과도 상이하다. 뉴욕타임즈는 현지시간으로 3일 로버트 아이혼 전 국무부 특보 발언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최대한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해 왔고,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유화적이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비판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해 김정은에게 선물을 안겼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2017년 9월 3일자(현지시간) 사설 (관련 페이지 캡처)

경향신문은 5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에 대해 “한국과 북핵 대응책을 협의하기도 전에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 동맹국을 공개 비판한 것”이라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책임전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에서 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북·미 간의 일”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개발에 나섰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트럼프는 엉뚱하게도 북한의 핵실험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렸다”며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한·미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어 이득을 취하려는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꼴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사설] 대북정책에 실패해놓고 한국 탓하는 트럼프의 황당함 (2017년 9월 5일 오피니언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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