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23일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이주인권연대 등 시민단체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집회는 명백히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대한민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자유대학·민초결사대 등 '혐중 집회'를 주최한 극우단체다.
이주배경청소년, 교사, 청소년지원센터장, 대림동 주민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집회 주최 측이 일상의 평온을 방해하고, 혐오 발언으로 차별을 조장하고, 이주민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대한민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같은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에 대한 예방 및 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함으로써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극우단체인 '자유대학'은 지난 4월 1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 일대에서 이른바 '윤 어게인'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 앞에서 1시간 넘게 '불법체류자 같다', '중국으로 가라', '여기서 한 달간 집회신고를 하겠다'고 외쳤다. 지난달 21일 '민초결사대'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집회에서 혐중 현수막, 구호를 내걸고 행진했다.
진정인들은 "이 사건 혐오표현은 폭력과 증오를 직접적·잠재적으로 선동하고 발화의 의도 또한 혐오 확산에 있었다는 점에서 해악성이 매우 크다"며 "'척결하라', '꺼져라', '멸공' 등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배제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선동적 구호로서 제한·금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항은 인권침해의 예방 구제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인권위는 본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혐오표현 대응 기본지침 제정 및 관련 법률 제정 촉구'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절박한 절규...인권위가 나설 차례"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 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에는 이주노동자·동포·결혼이주민 등 다양한 이주민들이 273만 명이나 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주민 동포들은 여러 차별을 받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떠나라고 한다"며 "중국인에 대한 가짜뉴스와 거짓말을 퍼뜨리고 혐오를 조장하는데 놀랍게도 이런 혐오표현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퍼지고 있다. 심지어 제1야당 정치인들까지 버젓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최근 캄보디아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있는 이주노동자·결혼이주민·유학생 등 캄보디아 이주민들이 혐오와 비난을 받아선 안 된다"며 "이런 혐오 세력을 제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중국 출신 이주민을 비롯한 모든 이주민에 대한 혐오가 이 사회에서 근절될 수 있도록 인권위는 가장 강력한 권고를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장은 "(인권위에) 별 기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을 필두로 한 인권위 상황도 상황이지만 인권위 진정은 결국 강제성 없는 권고에 그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 강제성 없는 권고라도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인권위 권고는 단순한 우려 표명이 아니라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제대로 된 기준조차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민들의 절박한 절규에 이제 인권위가 나설 차례"라고 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극우 혐오 집회를 마주하는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곳곳마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의 반대 집회가 열린다"며 "수많은 시민이 혐오 집회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수자들의 문제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는 혐오의 비용을 심각하게 치르고 있다. 국가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특히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 계획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이런 현실을 만든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는 혐중 집회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말했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변호사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올해 5월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 사회 내에서 이주민·난민·소수민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소극적이며 실효적인 제도적 보호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우려한 바 있다"며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들이 인권침해라는 점이 인권위 결정을 통해 명확하게 확인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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