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명동·잠실 등 관광특구 일대에서 혐중 시위에 대해 한국관광공사가 미온적 대처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니터링 단계로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민 의원은 "명동 집회의 약 30%가 혐오 집회"라며 "그 중 건수로 보면 지난해 4건이었던 게 56건으로 폭증했다. 관광특구 명동이 혐오 집회의 상징적인 장소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혐중 세력이 중국인 관광객들을 굉장히 혐오하고 배척하는 상황"이라며 "K-관광이 잘못하면 혐오 관광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동 극우·반중 집회 현황 (자료=민형배 의원실 제공)
명동 극우·반중 집회 현황 (자료=민형배 의원실 제공)

민 의원은 서울 명동 일대에서 벌어지는 혐중 집회가 단순한 시위를 넘어 관광객 안전을 위협하는 소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지하철역에서 집회 참가자가 난동 부리며 열차 운행을 방해한다', '집회 참가자가 태극기 깃대로 시민의 머리를 가격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사진을 찍고 집회 내용이 혐오적이다' 등의 경찰 신고가 들어온다며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부정선거 및 중국공산당 규탄', 'China Lee out', 'Fake president China Lee' 같은 혐오 집회가 관광특구에서 극단적으로 늘고 있다"며 "관광공사는 이번 사태를 '모니터링 단계'로 보고 있는데 이게 온당하냐"고 물었다. 민 의원은 "관광공사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크게 듣는 말은 '차이나 아웃'이 됐다"며 "관광공사가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저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명동에서 중국인에 대해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데 왜 가만두냐고 물어봤더니 '현재 방한 외래객은 증가 추세로 위기 평가 체계상 심각도는 관광객 거의 변화 없음 및 발생도 매우 낮음으로 정기 모니터링이 필요한 관심 단계로 판단된다'는 답변이 왔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2024년 중국 관광객이 약 460만 명이었는데 올해 8월 말까지 약 370만 명이 왔다.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는 최대 800만 명까지 왔다. 코로나19 이전을 생각해 보면 중국인 혐오 집회가 없었으면 관광객은 이보다 훨씬 늘었어야 온당하다"고 했다.

추석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관광객과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달 관광객을 포함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52만5천396명으로, 작년 같은 달(45만1천496명)보다 16.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연합뉴스)
추석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관광객과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달 관광객을 포함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52만5천396명으로, 작년 같은 달(45만1천496명)보다 16.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에 대해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중국 내 방한 여론과 여행 취소 사례 발생 여부 등을 중심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 직무대행은 "현지에서 SNS 채널 등을 통해 환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행업계 등과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난해 우리 국민 2872만 명이 해외에 나갔다. 특정 국가에 대한 위협은 상대국으로 나가는 우리 국민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재헌 주중대사는 이날 중국 상하이총영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혐중 시위에 대해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양국 우호 정서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선 엄중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일부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불안을 줄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상공인들의 영업에 큰 지장을 주는 자해적 행위"라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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