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2년 유예라는 정부여당 감세 방안에 동의했다. 국민의힘은 "국민 이겨먹는 정치 없다"고 반겼다.  

언론에서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여야가 공정과세 원칙을 저버렸고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원수 같은 양당이 포퓰리즘 감세 정책에는 찰떡같이 공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떼쓰면 봐준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 비공개 회의 등에서 "코인 과세가 가능하겠냐"고 말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지 1주일여 만이다. 이재명 대표는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된 코인의 취득원가를 조세당국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조세원칙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랜 숙의와 정무적인 판단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초 읽기에 들어갔다. 가상자산 과세는 양도·대여 소득이 연 250만 원을 초과하면 22%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다. 투자자들의 반발로 시행이 유예되다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애초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 공제액을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하자고 주장했으며 정부여당은 과세를 2027년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감세안에 동의한 것이다. 이번에 유예되면 세 번째가 된다. 2년 뒤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유예 동의 기사를 공유하며 "국민을 이겨먹는 정치 없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청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도 했다. 

3일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당도 코인과세 유예, ‘윤석열 감세’ 뭐라 할 자격 있나>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던 그 결기는 어디로 갔나"라며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민망할 지경"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을 '투기조장당', 민주당을 '투기방조당'으로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은 정치적 지지층에 표심을 얻으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도 내팽개치고 있으며 야당마저 대선을 염두에 두고 동조했다"면서 "공당의 정책이 시민들이 지향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함의가 있다고 한다면,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불로소득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이미 마련된 법도 시행하지 못하면서 상법 개정은 무슨 수로 관철시킬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세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모자랄 상황에서 입법이 완료된 세제까지 유예하는 건 너무도 무책임하다"며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받아들일 때부터 정책 일관성을 팽개쳤다.(중략)이러니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 역시 ‘시늉에 그칠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하면서 주주권리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 처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발언으로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 현장 간담회에서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상법 개정을 굳이 안 해도 된다"며 "그런데 저희 예측으로는 (자본시장법 개정)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일반 주주에게까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 대신 합병·분할 등의 일부 행위에 규제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4일 상법 개정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주재한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3일 한국일보는 사설 <떼 쓰면 없던 일로… 조세 정의도, 신뢰도 내팽개치나>에서 "감세에만 적극적인 여야의 '선택적 협치'는 세금마저 '떼 쓰면 안 내도 된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또 남겼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해외 코인 거래 소득을 파악할 시스템이 없다는 정부와 거대양당의 주장에 대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같은 조건임에도 이미 과세를 시행 중"이라며 "떼를 쓰는 800만 가상자산 투자자에 굴복하면서 둘러대는 핑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주식시장에서는 금투세를 폐지했는데 코인 과세는 왜 하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거래돼 경제 선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증시와 달리 가상자산 시장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검증된 게 없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금투세와의 형평성을 따지기 앞서 세금이 꼬박꼬박 부과되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과의 형평성부터 말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 뜻'을 강조한 한동훈 대표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정작 '김건희 특검법' 등 핵심적 현안에는 국민을 이기려 들면서 감세를 두고는 국민 뜻 운운하니 너무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원칙 잃은 ‘코인 과세’ 연기… 與野 합심해 ‘빚투’ 조장하나>에서 "최근 코인 시장은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코인 거래 규모가 코스피·코스닥 주식 거래대금을 추월한 상황에서 원칙 없이 반복되는 과세 유예가 자칫 ‘빚투’ 열풍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원수 같은 여야가 나라 좀먹는 포퓰리즘엔 찰떡 공조>에서 "진짜 이유는 2021년 558만명에서 지난 6월 기준 778만명으로 급증한 ‘코인족’들의 반발 때문이다. 이들에게 밉보이면 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여야는 코인 과세를 2027년으로 미뤘지만, 그해 3월 대선이 있다. 또 과세를 유예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의 책임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먼저 불을 붙인 것은 정부·여당"이라며 "민주당 정부의 퍼주기와 재정 만능주의를 비판했던 윤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코인 과세 유예로 재정 부담을 늘리고 있다. 작년 56조 원의 세수 부족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 이상의 세수 부족이 예견돼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한겨레는 사설 <가상자산 과세도 2년 유예…‘감세’만 협치하는 여야>에서 "정부와 거대 양당이 주장하는 추가 제도 정비 필요성은 감세로 표심을 얻어보려는 정치권의 얄팍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거대 양당 지도부는 조세정의 후퇴와 조세행정의 일관성 훼손이라는 부작용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렇게 하나둘 세금을 깎아주면서 나라 살림을 어떻게 운영하려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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