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했다.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 내 토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대표가 유예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부자감세'를 위한 여야 합작이 본격화 될 조짐이다. 민주당의 금투세 유예는 조세정의와 정치에 대한 신뢰를 걷어차는 '역행'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방송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금투세 논란과 주식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화가 날만한 게 '맨날 뺏기고 부당경쟁으로 손해 보다가 가끔 한 번씩 돈 버는데 거기에다 세금을 내야 한단 말이야' 억울하다"며 "다른 나라에 금투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은 하면 안 돼' 이런 정서가 있다. 그런 점을 저희는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9월 29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MBN뉴스 유튜브)
9월 29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MBN뉴스 유튜브)

이 대표는 자신을 '평생 개미'로 지칭하며 "제가 공직을 그만두면 다시 또 국장(국내 주식 시장)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이 누군가가 빨대를 대고 훔쳐가는 사람이 있다. 주식시장의 불공정성"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 엄정하게 단속하고, 주식투자자들의 손실과 수익에 대해 공정하게 부담을 안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하겠다"며 "이것들이 다 되고 난 다음에나 (금투세 시행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조만간 어쨌든 저희도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이념 스펙트럼이 어느 지점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정책 디베이트 :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투세 시행은 어떻게>를 개최했다.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눠 당내 공개 정책토론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의원총회를 열어 금투세 시행에 대한 당론을 정할 예정인데, 당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9월 29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MBN뉴스 유튜브)
9월 29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MBN뉴스 유튜브)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를 강조하며 금투세 시행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방침을 밝혀 민주당발 '부자감세' 논란이 불거졌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 등의 금융 투자로 5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냈을 경우 초과수익에 부과하는 20%의 세금이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와 매매로 5100만 원의 연 수익을 올린 사람은 20만 원의 금투세를 내게 된다. 

금투세 과세 대상은 전체 주식투자자의 1%로 추정된다. 지난달 19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5억 원 초과 상장주식을 보유한 인원은 전체 투자자의 1%인 14만 명이다. 연 수익률 10%를 가정해 금투세 과세 대상을 추정한 수치다. 이들은 전체 내국인 주식 보유총액의 53.11%인 401조 2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인당 평균 29억 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30일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서민·중산층을 대변한다면서 1% 슈퍼개미를 위한 금투세 유예를 외치는 이재명 대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민주당은 어떻게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할 것이며, 어떻게 이재명표 기본소득 등을 위한 세원 확충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라며 "금투세 유예는 민주당의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패착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쥐꼬리만 한 근로소득, 불안정한 자영업자, 프리랜서도 내는 사업소득, 한푼 두푼 모은 예적금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조세저항이 없냐"며 "아르바이트를 해도 세금을 내는데, 수억 원을 투자해서 거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면 어떤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특히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데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없는 '기본 사회'라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이 조세정책에 있어 정부여당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앞에서는 '부자감세' 정책을 펼치는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세수결손의 책임을 물으면서 뒤에서는 법인세·종부세 등 감세에 동조했다"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장문을 내어 "금투세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갈팡질팡이 끝날 줄을 모른다"며 "하기 싫다는 것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직접 발의하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래 벌써 4년째"라고 짚었다.

금투세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2019년 여당에 제안하면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했으며 유예기간을 두어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2년 추가 유예를 주장하고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권 대표는 "민주당 정부가 힘 있게 추진하고,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조차 이렇게 거듭 나중으로 미룬다면 대체 어떤 시민이 정치를 믿겠냐"며 "금투세 시행은 애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의 문제였으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담합으로 이제는 정치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확장됐다. 금투세 유예는 조세정의와 정치 신뢰를 동시에 걷어차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권 대표는 "금투세 유예·폐기론은 명백한 부자감세다. 주식투자자 중에서도 상위 약 1%만 대상이 된다. 전체 인구로 치면 그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며 "금투세 합의 조건으로 단계적 인하 및 폐지하기로 한 증권거래세는 지금도 계획대로 인하되고 있다. '이중감세'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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