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부 여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에 동의한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가 말로만 평등세상을 외칠 뿐,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에 협력해 조세 정의와 정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등 부자감세에 찬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합류는 정해진 수순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이 끝나자 종부세·상속세 완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먹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금투세 시행 유예와 종부세 완화 방침을 공론화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MBN 인터뷰를 통해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화가 날 만하다"며 금투세 시행 유예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정책 디베이트'라며 당내 금투세 찬반 토론을 진행했지만 이 대표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거쳐 당 지도부에 금투세에 관한 결정을 위임했고, 이 대표 체제 지도부는 '시행 유예'도 아닌 '폐지'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 등의 금융 투자로 얻는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20%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도입했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로 5100만 원의 연 수익을 올린 사람은 20만 원의 금투세를 내게 된다. 금투세 과세 대상은 연 수익률 10%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전체 주식투자자의 1% 정도로 추정된다. 

9월 29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MBN뉴스 유튜브)
9월 29일 MBN '시사스페셜-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인터뷰 방송화면 갈무리 (MBN뉴스 유튜브)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말로는 평등세상을 외치는 민주당이 공평과세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조세원칙은 물론 민주당의 신뢰·강령·정체성을 훼손한 이 대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금투세가 무관한데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금투세 유예의 근거로 언급하는 등 금투세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며 "그동안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하면서도 뒤에서는 동조해왔던 민주당이 이제는 앞에서도 정부여당과 다를 바 없는 선택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큰손이 떠나 주가가 하락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미 큰손들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2023년 말 기준 상장주식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0.39%에 불과하다"며 "이미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금융투자소득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이 어려워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금투세 폐지 이후 민주당의 행보는 무엇인가. 이 대표가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종부세 폐지에 나서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나"라며 "자산 세제는 무력화하면서 13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이재명표 예산'을 어떻게 실현시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달 4일 정의당·노동당·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지난달 4일 정의당·노동당·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의당)

같은 날 조국혁신당은 입장문을 내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손잡고 추진하는 금투세 폐지안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금투세 폐지는 주식시장 선진화에 심각하게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더 나쁜 것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해 마련한 법안을 합리성 없는 정치적 압박에 밀려 폐기하는 전례를 남긴다는 것이다. 심각한 입법 후퇴이자 정치적 퇴행"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입장문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와 '원칙과 가치'로부터 생명력을 얻는 정치 신뢰도 함께 폐지됐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결국 민주당 정부가 직접 발의하고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을 민주당이 폐지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에 협력하는 것"이라며 "정의당은 민주당이 무너뜨린 조세 정의와 정치 신뢰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더욱 공고히 원칙과 가치의 정치를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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