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 이은, 예상 밖의 판결이다. 언론은 대체적으로 사법부가 선거법 위반 사건은 비교적 가볍게, 위증교사 사건은 중하게 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완전히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셈이 됐다.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이해가 쉽지는 않다. 재판부는 위증의 당사자인 김진성 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위증은 있었다’는 취지다. 또한 위증에 이르게 된 이유가 이재명 대표의 교사행위라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 행위에 고의성이 없기에 유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기서 고의성의 인정 여부는, 위증을 인지하고 자신의 행위가 위증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견했는가에 달려 있다. 즉,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김병량 전 시장과 KBS가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려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면 자신에게 유리해진다는 판단은 했을지 몰라도, 이 진술의 진위에 대해선 알 수 없었고, 자신의 행위가 위증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역시 알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의 행위는 통상적인 방어권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경향신문의 26일 보도를 보면 “검찰이 추가 증거를 낸다면 고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법조계 일각의 전망이 인용돼 있다.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판단인 만큼 항소심에서 법리다툼이 치열할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선거법 위반 사건도 그렇지만 이번 판결도 여전히 이후에 어떻게 될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네 번째 '지방시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성장 동력'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훈 정책위의장.(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네 번째 '지방시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성장 동력'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은 김상훈 정책위의장.(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반격의 실마리로 삼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검사의 무리한 기소가 증명됐다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분출하는 것이다. 내심으로야 여러 감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재판에 모든 정치적 정당성을 거는 전략은 좋지 않다. 앞서도 언급했듯 항소심에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희일비 하지 말고 재판은 사법부에 맡기고 당은 민생에 대하여 중심을 잡고 가겠다는 메시지가 필요한 때이다.

재판에 일희일비하고 판결에 ‘다 걸기’하면 어떤 상황에 빠지는지는 여당의 상황이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실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징역형 판결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층의 결집에 일부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는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재판에서 무슨 결론이 나올 때마다 희비의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은 보수언론의 지면에서도 관측된다. 가령 조선일보의 26일자 기사 제목은 <사법리스크 반사이익 ‘10일 천하’로 끝난 與>이다. 이 기사에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대야 공세에만 매몰돼 있던 여당의 기세가 ‘10일 천하’로 끝나버린 셈”이라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이 인용돼 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에만 매달리는 것은 반사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 내부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사실 보수 정치권 최대 이슈는 아직도 ’한동훈 가족의 대통령 부부 모욕' 사건이다. 25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끼리 이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해 조직 대 조직의 대결 구도로까지 비화됐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한동훈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당 대표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물론 이 얘기를 하면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선고가 나오고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으니…”란 전제를 빼놓지 않았다.

11월 2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1월 2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경향신문 26일자에 실린 <한동훈 ‘당원게시판’ 대처, 왜 ‘김건희’가 떠오르나> 제목의 칼럼을 보면 한동훈 대표의 대처에 대해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연상된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된 외부 조언을 들으면 ‘제가 집사람한테 그런 말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답한다는 보도(중앙일보)도 떠오른다”는 대목이 나온다. 사실 당내외의 친윤계가 노리는 것은 이 효과일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지적하니, ‘가족 리스크’를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한동훈 대표로서는 이런 상황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대처하기 어려우니 ‘외부의 적’인 이재명 대표 문제를 끌어와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일 테다.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해법은 간단하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특검 수용으로 해소하고, 당원게시판 논란은 “가족에게 확인했고, 수사를 기다려보자”고 하면 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는 결론은 사법부에,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면 된다. 국회가 할 일이 많은 시기다. 쓸데없는 일에 일희일비하면서 시간 낭비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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