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여론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일부 보수층의 결집이 전망되고 또 관측된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대통령과 정권의 행태가 보수층도 방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둘째, 보수층이 분열할 만한 사건이 생겼다. 전자는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대표적이고, 후자는 윤-한 갈등이다. 이 두 개 사안은 서로 악순환의 구도를 이뤄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폭망 기자회견’ 이후 한동훈 대표는 이전까지의 태도를 바꿨다. 이는 ‘급변침’에 비유할 만했다. 당정갈등은 빠르게 봉합되었다. 최대 쟁점처럼 됐던 특별감찰관 문제는 의원총회에서 별 이견이 없는 형태로 합의되었다. 이전에도 추진을 하지 말자던 적은 없던 문제였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의 연계가 핵심이었는데, 연계를 풀자는 데에 동의하긴 했지만 별도의 법안으로 추진하기로 해 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는 어차피 올라야 할 문제로 남았다. 즉, 이 역시 ‘봉합’된 것에 가까운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한 갈등이 봉합되니 당 내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놓고 싸울 이유도 없어졌다. 이렇게 여론조사 수치 상 관망으로 돌아선 일부 보수층이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가운데,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판결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보수 유권자 층 전반에 ‘거봐라, 이재명과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느냐’란 식의 자기정당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지역,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의 전형적인 보수유권자층에서 상당한 폭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까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 와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과 탈동조화 되는 걸로 요약할 수 있는 상황이 뚜렷했다. 하지만 적어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탈동조화는 극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걸로 보인다는 거다.

문제는 확장이다. 상황이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상대편의 잘못 혹은 약점에 기대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는 식의 정치는 한계가 있는 거다. 한동훈 대표가 그간 말해왔던 변화와 쇄신은 더 폭을 키워 진행돼야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인정해야 하며 그 결실은 특검 수용과 국정의 정상화로 이어져야 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4+1 개혁’ 등을 언급하며 개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검토되고 있다는 인사의 내용을 보면 돌려막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심지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장관직을 내려놓게 한 후 국정원장으로 보낼 거라고 하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될 일조차 되지 않는다. 애초에 지지율이 너무 낮아 될 일도 없지만 말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후 당원교육이 진행된 청주 cjb미디어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후 당원교육이 진행된 청주 cjb미디어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일부 친윤 인사들은 ‘한동훈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 집권 여당을 2주째 뒤흔들고 있는 당원게시판 논쟁은 한심하고 황당하다. 나라의 통치를 책임져야 할 여당 내의 최대 논쟁거리가 ‘누가 익명으로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비난하였는가’라니, 믿기지 않는 지경이다. 대다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문제제기를 이런 방식으로 하는 사람들도 이해되지 않지만 한동훈 대표의 대응도 납득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당원의 정보를 이러한 이유로 함부로 확인해줄 수 없다거나 하는 설명은 일견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한동훈 대표 본인의 입장을 얘기하면 된다. ‘가족들에게 물어봤는데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내 설명을 못 믿겠다면 경찰이 수사를 한다고 하니 최종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의 화법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가족들이 게시판에 글을 썼는지 여부는 비켜가고 있다. 그러니 “그답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이다.

사실 애초 의혹의 포인트 중 하나는 ‘한동훈 댓글팀’의 존재 여부였다. 이러면 법적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진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말하듯 가족의 문제라고 하면 ‘퇴로’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물론 한동훈 대표 측이 보기엔 이런 구도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을 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앞서도 언급했듯 양쪽 모두가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두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올바른 길로 가기로 합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그런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명태균 씨는 여전히 여의도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여당 일부의 기대와는 달리,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운명과는 별개로, 여전히 정권의 운명은 풍전등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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