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KBS 정치부 야당 반장과 인사청문단 직원이 '답변 안하기 전략'을 논의하는 문자가 포착돼 논란이다. 

야당 반장이 “명태균 오빠 그대로 받은 건 다 오보됨”이라고 하자 인사청문단 직원은 “그냥 답변 안하기 전략으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KBS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에 대해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야당 반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20일 국회 과방위 박장범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한 문자 메시지 내역을 공개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KBS 기자는 “결국 그 오빠는 윤석열 아니라고 드러남” “명태균 오빠 그대로 받은 건 다 오보됨”이라고 말했고, 이에 인사청문단 직원은 "넵" “그냥 답변 안하기 전략으로 가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사진=국회방송 갈무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최 위원장은 “KBS 김성주 기자, 야당 반장이다. (인사청문단 직원이)야당 반장에게 ’그냥 답변 안하기 전략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게 찍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이틀 동안 (청문회가)끝나고 나서 조언은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제발 말 좀 줄여라'였다”며 “어떤 화면인지에 대해 확인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 김현 의원은 “김 기자는 지난 박민 사장 국정감사 기간에 보도본부장을 KBS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얘기했던 그 기자”라며 “여기에서 일어난 일을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일 수 있기 때문에 김 기자에 대해 참고인으로 채택해 사실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인사청문회를 방해하는 문자를 KBS 측과 인사청문회 팀에서 주고받은 것이기 때문에 (참고인 채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반면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자가 이런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는 건지, 이 사람이 판단하기에 그런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청문회단 입장에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사장 후보자의 대응방안을 실시간으로 기자와 인사청문준비단이 주고받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기자가 로비스트인가”냐고 했다. 과방위는 표결을 통해 김 기자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KBS가 ‘명태균 의혹’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9월 19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보도된 날 KBS는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전혀 다루지 않았다”며 “10월 15일 소위 ‘오빠 카톡’이 공개된 날 KBS ‘뉴스9’은 11번째로 다룬 반면 MBC는 해당 사안을 5꼭지 보도했고, SBS는 3번 다뤘다. 30년 기자 생활 했다고 하는데 밸류가 없다고 생각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11월 지상파 방송사 명태균 [단독] 보도 건수를 보면 KBS는 1건 했다. SBS는 12건, MBC는 15건 했다"며 "이게 제대로 보도한 것”이라고 했다. KBS '뉴스9'은 지난 12일 톱기사로 '배아줄기세포 이식이 잘 됐다'는 소식을 배치했다. 민주당으로부터 입수한 '명태균 [단독]' 보도는 뉴스가치 판단에서 '배아줄기세포'에 밀렸다. (관련기사▶KBS, '명태균 [단독]' 제쳐두고 '줄기세포 이식' 톱 보도)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사흘째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사흘째 인사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명태균 사안을 전담하고 있는 창원 총국 KBS 기자들의 인력난 호소하며 ‘명태균 테스크포스(TF)’ 구성을 촉구하는 사내 게시글을 게재한 사실을 공개했다. 최재현 통합뉴스룸 국장은 KBS 기자협회의 ‘명태균 TF’ 구성 요구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총국 기자는 총 10명이다. 하루 근무자 수는 6명 정도로 전해졌다. 창원 총국 기자들은 “경남은 서울·경기·부산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산·바다도 있고, 태풍 길목이고, 산불이 잦고, 명태균이 산다"며 "본사 리포트를 제작하고 로컬 리포트를 만드는데 지금 인력으로는 다른 뉴스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창원 총국 기자들의 취재 환경에 한 KBS 직원은 내부 게시글에서 “문제는 ‘명태균 TF’라며 “보수 신문까지도 많게는 14명까지 인력을 투입해 TF를 운용 중이지만 창원 총국은 본사 법조팀 인력보다 적다. 이런 상황에서 왜 명태균 TF를 구성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해당 직원은 “기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창원지검에 인력을 안 보내는 거라면 본사에서 리포트라도 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리포트 메우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창원 총국) 기자들에게 명태균까지 하라는 것은 이 건에 대해 제대로 취재 보도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KBS에 그 많은 인력이 있는데 본사는 신경 안 쓰고 총국에 맡겨놓는 게 맞나"라고 했다. 이 의원은 "KBS 기수별 성명에서도 박 후보자의 편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이런 이슈가 있을 때 박 후보자가 정권의 편, 김건희 여사 편을 들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퇴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저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며 “개별 뉴스 프로그램 선택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KBS는 저렇게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매일 공유되고 소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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