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2016년 사회2부장 재직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보도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7월 작성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 활동보고서’에 박 후보자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보도를 지연시키거나, 못하게 막았다는 증언들이 등장한다.
박 후보자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사회2부장을 지냈다. 당시 사회2부는 ‘최순실 태스크포스(TF)’를 산하에 두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 핵심 취재부서였다. KBS 진미위는 과거 불공정 보도,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해 설치된 내부 기구다.

보고서에 박 후보자의 반대로 최순실(현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 관련 보도가 출고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KBS 사회2부 기자는 2016년 10월 14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정유라 특혜 입학 의혹’ 관련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해명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온라인 단신 기사를 썼다. 하지만 이는 보도되지 못했다.
당시 사건팀장은 진미위 보고서에서 “(박장범)부장이 전화 와서 ‘기사 싸인’(승인) 넣지 말라고 했다. 그날도 싸우고 다음날도 여러번 부장과 통화에서 기사에 싸인 넣자고 말했다. 결국 안됐는데(중략)당시 부장이 말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기사 요건이 안 된다고 하기에 (중략) 수정해보겠다고 하니 부장이 지금은 하지 말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사건팀장은 박 후보자가 “정유라는 최순실의 딸일 뿐 사건 본질이 아니”라고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특종이 보도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기자가 2016년 12월 7일 우병우 민정수석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사건을 맡은 광주지검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고했으나 박 후보자는 “오늘 뉴스 아이템이 많아 못 들어간다”고 했다고 한다. 해당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고, 관련 내용은 같은 달 16일 SBS가 [단독] 보도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또 박 후보자는 친박 정치인과 최순실 측이 주장하던 ‘태블릿 진위’ 논란을 취재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한 기자는 “(사회2부장이) ‘야 이게 맞겠어? PC가 가짜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정황이 있는 양 취재를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2월 박 후보자는 최 씨의 일방 주장을 다룬 심층 보도를 지시했다가 취재기자가 태블릿이 최 씨 것이란 증거들을 단독 취재하자, 방송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장범 후보자는 과거에는 ‘박근혜-최순실’에게 충성하더니 이번 정권에서는 ‘윤석열-김건희’로 환승 충성하고 있다"며 "현 시국에 한국방송 사장이 될 경우 더 심각한 ‘보도농단’이 일어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 측은 진미위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KBS는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합당한 이유 없이 통제할 수 없다”며 “당시 노조와 협회 등으로부터 문제 제기가 없었고,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발제 검토와 데스킹 등 사실 확인을 거쳤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진미위 조사 결과 박 후보자가 징계를 받지 않았다며 ‘부당한 보도 통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8~19일 열릴 예정이다. 19일 증인으로 채택된 대통령실, KBS 경영진·간부 이사 등 대다수가 불출석을 예고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의 G20 회의 순방으로 인한 국정 사무 수행’ 성태윤 정책실장·최재혁 홍보기획비서관은·이기정 의전비서관 ‘G20 순방 업무’ 사유로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민 KBS 사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사장 선임 절차는 이사회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행했다”며 “선임 과정에 대해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아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
장한식 보도본부장과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은 “국회에 출석해 보도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 KBS 뉴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불출석한다고 했다. 최 국장은 ‘윤 대통령 대담’은 “통합뉴스룸과는 무관하게 진행돼 이 사안에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사장 선임 과정’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KBS 이사 11인 중 권순범·류현순·이건 이사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조합원을 상대로 시행한 '박장범 후보자 찬반 투표' 결과 응답자의 95.40%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BS 구성원들은 박장범 사장 취임 시 우려되는 점으로 ▲보도 및 프로그램 신뢰도 및 경쟁력 추락 81.4% ▲KBS의 땡윤 방송 고착화 등 채널 이미지 손상 80.2%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저해 73%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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