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회의 방청을 온 기자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을 지칭해 "기레기" "인권장사치" 등의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용원 인권위 위원은 13일 열린 상임위원회 직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회의 비공개를 요구하며 “기레기들이 들어와서 방청하고 쓰레기 기사를 써왔다. 이런 상황에서 방청을 허용할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은 “한겨레, 경향에서 아무리 써봐도 다른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을 위안 삼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방청하는 것과 관련해 “‘인권 장사치’들도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인권단체가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 '기레기'와 '인권장사치'는 위원장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겨레·경향신문·연합뉴스·JTBC 기자와 인권단체 소속 변호사,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방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위원의 회의 비공개 요구는 표결에 부쳐졌으나 2:2 동수로 부결됐다. 4인의 상임위원 중 이충상 위원과 김 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개로 전환된 후에도 설전이 이어졌다.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방청하는 사람들을 기레기라 하고, 장사치라 해도 되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김 위원은 “기레기는 대법원의 판례에서 모욕적인 말이 아니라고 했다”고 맞받아쳤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경향신문에 “인권위 모니터링을 오래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공공기관의 투명성이 높아야 한다는 것, 자신이 인권위원으로서의 공무를 수행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인권위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면서 “방청한 내용을 어떻게 다룰지는 기자와 인권 단체의 소관인데, 이에 대해 폄하하는 표현을 쓰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한 인권위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회의를 참관한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굉장히 부적절하고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 인권위 직원은 한겨레에 “김용원·이충상 위원의 너무 심각한 발언이 많았다. 충격적이다. 인권위 직원이라는 게 창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임위에서 김 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폭로도 나왔다. 박진 사무총장은 “김 위원이 본인이 요청한 정보공개 행정소송 자료 일체를 사무처에서 못 받자 해당 직원을 불러 각서를 강요했다”면서 “김 위원이 해당 직원을 불러서 녹음을 할 테니 ‘위원장이 불법적 지시를 한 것’이라고 각서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해 “6급도 아니고 9급도 아니고 수십 년 공무원 생활한 무려 4급 공무원인데 큰소리하면 안 되고 조용조용하게 하고 그게 무슨 직장 내 괴롭힘인가. 막 그냥 다그치면 그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냐”고 답했다.
김 위원은 대화 녹음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말고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고 녹음 안 한다고 해서 녹음 안 되는 것도 아니잖냐"고 말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5일 김 위원은 A 행정법무담당관을 불러 자료제출 거부가 위원장의 지시라는 확인서를 쓰라는 취지로 말했다. A담당관이 이를 거부하자 김 위원은 “녹음을 하겠다”고 했고, A 담당관이 이 역시도 거부했으나 김 위원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송두환 위원장으로부터 자료를 갖다주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죠”라고 심문하듯 대화를 이어 나갔다고 한다.
박 사무총장은 “그 일이 있고 나서 병가를 냈고,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보고 때문에 잠깐 온 뒤 ‘절망적이다’ ‘괴롭다’라며 다시 병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남규선 위원은 “기가 막혀서 말이 잘 안 나온다. 위원장께서 (직원에게 각서 등을 불법지시한) 이 문제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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