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피해가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중점 모니터링 실시’ ‘경찰 수사 의뢰’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영상 필터링 시스템인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DB)’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 대응을 주문했으나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공염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단체 대화방 등을 중심으로 유포되는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에 대해 강력 대응한다며 ▲SNS 대상 중점 모니터링 실시 ▲전자 심의 활용을 통한 24시간 이내 성적 허위영상물 시정요구 ▲악성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통심의위는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텔레그램 성범죄 영상물 확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SNS를 타고 유포되고 있다”며 “익명의 보호막에 기대 기술을 악용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관계 당국은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성범죄 필터링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26일 서면 브리핑에서 “방통심의위가 중점 모니터링을 착수해 악성 (딥페이크 성범죄물)유포자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방통심의위가 운영하는 ‘공공 DNA DB’조차 가동되지 않는 현실에서 정부의 대처는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 DNA DB’는 방통심의위가 여성가족부·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와 연계해 디지털 성착취물에 대한 특징값(DNA)을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다. 해당 DB는 웹하드 등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에게 전달된다. 이들 사업자는 DB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디지털 성착취물 필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정의당은 “더 이상 피해가 드러나기를 기다리거나 피해자가 신고하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수사로 가해자를 강력 처벌하고 범죄를 뿌리 뽑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본 사안에 대한 특별수사를 긴급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조경숙 IT 칼럼니스트는 25일 경향신문 칼럼 <공공 DNA DB? 있었는데 없었습니다>에서 “올해 상반기에 공공 DNA DB의 사용 현황에 대해 방통심의위와 방통위에 각각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모두 ‘데이터가 부존재’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나마 방통심의위에서는 매년 공공 DNA DB에 신규 업데이트되는 영상 건수를 알려주었는데, 2019년부터 2024년 3월까지 등록된 불법성범죄 영상의 DNA 건수는 무려 7만여건에 이른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 칼럼니스트는 "그러나 실제로 이 DB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정말 필터링되고 있기는 한지에 대한 데이터는 방통위도 방통심의위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며 "데이터가 없다는 건 실제 활용되고 있는지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닌가. 불법성착취 영상은 증가하는데 기껏 개발된 필터링 기술이 활용되지 않는다면, 이 공공 DNA DB는 대체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조 칼럼니스트는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개발해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방통심의위는 대학가 딥페이크 성범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제재와 차단뿐만 아니라 이미 있는 기술의 정비와 운영에도 힘쓴다면, 피해자를 다각도에서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위원장 이재정)는 27일 윤 대통령의 강력 대응 주문과 관련해 논평을 내어 “디지털성범죄 컨트롤타워는 여성가족부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6개월째 장관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여성위는 “더구나 윤 정부는 지난해 여성 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예산,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 제작, 디지털 성범죄 특화 프로그램 운영 등의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며 "윤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여성위는 “담당 부처의 수장은 공석으로 두고, 예산은 삭감하면서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땜질식 처방”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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