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 8월 19일 윤석열 대통령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관련 국무회의 발언 중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언론관련 기관이 동원된 '가짜뉴스' 퇴치에 팔을 걷어 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현재 윤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은 공회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의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가 개소 1년 2개월 만에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센터로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게 언론재단의 공식 입장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3개월 운영 끝에 중단됐다. 국민의힘에서 발의된 '네이버·유튜브 가짜뉴스 방지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진숙)와 방통심의위가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위치했던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사진=미디어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위치했던 '한국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사진=미디어스)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실에 따르면, 언론재단 '가짜뉴스센터'는 지난 6월 말 문을 닫았다. 언론재단은 지난 2월 조직개편을 통해 당초 5명이던 '가짜뉴스센터' 인력을 2명으로 축소했고, 이후 정기인사를 통해 상담인력 1명만을 남긴 뒤 다시 해당 인력을 미디어교육팀에 배치했다. (관련기사▶언론재단 '가짜뉴스센터', 센터장 사라지고 직원 반토막)

언론재단 관계자는 '가짜뉴스센터'를 없앤 데 대해 이기헌 의원실에 "사실상 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재단이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가짜뉴스 대응 및 예방을 위한 미디어교육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기헌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보여주기식으로 급조해 만든 전시성 사업의 대표적 사례"라며 "문체부가 대통령 심기보좌를 하기 위해 언론재단의 팔을 비틀어 급조해 낸 사업에 행정력과 예산 낭비가 있었던 만큼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20일 박보균 장관 체제 문체부는 <'악성 정보 전염병' 가짜뉴스 퇴치 전면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루 전 윤석열 대통령은 4·19 기념식에서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4월 20일 보도자료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4월 20일 보도자료 갈무리

문체부의 가짜뉴스 퇴치 대책에 언론재단 '가짜뉴스센터' 설치·운영이 포함됐다. 문체부는 언론재단 '가짜뉴스센터'를 통해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가짜뉴스' 사례를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또 "피해구제 사례집, 대응 메뉴얼도 발간해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체부의 가짜뉴스 규정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악성 정보전염병 퇴치를 위한 범정부적 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정부 정책 관련 가짜뉴스 사례'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하고,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허위·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 대표 소통채널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기헌 의원실 확인 결과, 언론재단 '가짜뉴스센터'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년 간 접수받은 신고상담 건수는 총 86건이다. 월 평균 6.1건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 관계자는 "대부분 피해사실 확인이 불가하거나 SNS상의 정보에 대한 불만 등 기타 사유"라며 "특정 연예인 팬덤층이 언론 기사를 '가짜뉴스'라고 신고한 것들이 신고 건수의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기헌 의원실은 "언론재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거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다. 언론중재위에 가짜뉴스 사례를 전달하지도, 피해구제 사례집도 만들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언론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기헌 의원실은 "언론재단은 신문법에 규정된 언론진흥기관으로서 가짜뉴스를 유형화할 권한도, 가짜뉴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할 권한도 없는 데다, 실제 개소 이후 센터는 신고건에 대해 언론중재위, 방통심의위 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연합뉴스)

언론재단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에 의거해 설치된 공공기관으로, 신문법은 재단의 직무를 ▲언론산업 진흥에 필요한 사업 ▲신문의 발행·유통 등의 발전을 위한 사업 ▲한국 언론매체의 해외진출 및 국제교류 지원 ▲언론진흥기금의 조성과 관리·운용 ▲언론산업 진흥 등을 위한 조사·연구·교육·연수 ▲문체부 장관이 위탁하는 사업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언론재단 '가짜뉴스센터' 설치는 '문체부 장관 위탁' 조항에 의거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언론진흥기관이 '가짜뉴스 유형화한다'는 윤석열 정부)

방통심의위가 지난해 9월 출범시킨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중단됐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장은 지난 1월 미디어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정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방통심의위에 ‘가짜뉴스 심의 전담센터’라는 기구를 만들었는데 이게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처음엔 ‘가짜뉴스’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 같다.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하기 위해서 방통심의위에 센터를 만들었는데 운영이 여의치가 않았다"고 말했다.

2023년 9월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연합뉴스)
2023년 9월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연합뉴스)

22대 국회 들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가짜뉴스 규제법'에 대해 윤석열 정부 방통위·방통심의위는 '신중 검토' '우려'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김장겸 의원 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거짓·왜곡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오인되도록 조작된 정보'로 규정하고, 플랫폼사업자에게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플랫폼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가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방통위의 이행명령을 거부한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방통위는 김장겸 의원 법안에 대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명확하게 수렴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령에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개념 및 판단기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방통심의위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명확하게 수렴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령에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개념 및 판단기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관련기사▶방통위·방심위도 손사래 치는 네이버 가짜뉴스 유통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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