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KBS 기자 해외연수를 취소한 데 대해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에 들러리 섰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언론재단 임원들은 '한일정상회담 일장기 오보'를 이유로 심사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KBS 기자 연수를 취소했다.  

18일 한국기자협회 편집위원회는 <[우리의 주장] 교묘해지고 악랄해진 언론 길들이기>에서 언론재단의 KBS 기자 해외연수 지원 결정 취소에 대해 "대일 굴욕외교로 뺨맞고 기자에게 눈 흘긴 격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양국 국기에 예를 갖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협회 편집위는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는커녕 일본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정부가 기자에게 분풀이를 했다면 쪼잔하다"면서 "언론재단은 해외연수자 선발 규정에 없는 재심사를 진행해 입길에 올랐다. 특히 심사위원 5명 중 외부 위원 3명이 '규정이 없어 재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줬는데도, 재난 내부 임원들이 취소를 결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KBS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일장기 보도 뒤 면접이 있었고, 당시엔 문제 삼지 않았던 사안을 되짚어 선발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재심 사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요청을 들었지만, 방통심의위는 아직 안건 회부조차 안 했다"면 "재심을 앞둔 기자가 재단 간부한테 '괜한 수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 재심은 어차피 요식행위였음이 드러났다. 언론재단은 연수자 취소에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목에 가시 같은' 보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 CIA 도·감청 의혹, 대통령 관저 이전 '천공' 개입 의혹, '바이든-날리면' 사태 등을 거론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언론이 꼬투리 잡힐만한 보도를 하면 침소봉대해 마치 언론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듯 몰아간다. 여세를 몰아 비판언론을 배제하려는 패턴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채우려는 그 속뜻을 모르지 않는다.(중략)KBS 기자 해외연수 취소도 이런 정치적 구도와 무관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보도 실수를 수차례 사과했는데도, 보도 기자를 찍어내는 뒤끝 작렬 행태는 물불 안 가리는 조폭과 다름없다. 언론재단이 이 판에 들러리를 섰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언론시민사회에서도 언론재단이 '비판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비상시국회의, 동아·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등 5개 단체는 18일 논평에서 언론재단의 KBS 기자 연수 취소를 "비판적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 사후 검열"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언론재단은 심사위원단이 선발규정에 따라 내린 최종 결정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필요한 절차도 밟지 않고 번복했다. 단언컨대 정권 핵심의 심기를 거스르는 오보를 했다는 이유로, 심사위원단의 결정을 내부 임원들이 뒤집은 것"이라며 "치졸한 보복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이 조치가 중립적인 자세로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지원해야 할 언론재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울러 이번 사태가 최근 '친윤 언론인들'이 언론재단의 임원으로 임명된 직후 벌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언론재단에 "정권에 굴종하는 자세를 버리고 언론인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언론재단은 임원들이 뒤늦게 심사결과를 뒤집은 이유와 관련해 심사 당시에는 KBS 중계방송 논란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언론재단은 오보 사건으로 방통심의위 심의가 진행 중이고, KBS 차원의 징계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재단 임원진은 이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언론재단 상임 임원은 표완수 이사장, 유병철 경영본부장(상임이사),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상임이사),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상임이사)이다. 표 이사장을 제외한 3인의 본부장은 지난달 14일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으로 임명됐다. 유 본부장은 연합뉴스, 남 본부장은 중앙일보, 정 본부장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KBS 중계방송일은 지난달 16일이다. 언론재단 심사위원회 심사는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이뤄졌다. 미디어스 확인결과 현재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9월 민원이 접수된 지상파 심의 안건을 다루고 있다.

KBS 기자는 심의실 차원의 '경고'를 받았다. 기자가 받은 심의실 '경고'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지 않고, 인사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KBS 규정상 '징계'는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관련기사▶언론재단 'KBS 기자 해외연수 취소' 절차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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