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아 304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회적 참사는 반복됐다. 국가 안전·재난관리체계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정부는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2024년 4월 16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안전·재난관리체계를 점검하고, 희생자 유족들과 생존자의 삶을 조명하고,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을 비판하며 세월호를 기억했다.
한국일보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을 끊어버리려는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기사 <"세월호 참사 10년 됐으니 의료 지원 끊는다"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참사가 10년이 지났다'는 게 이유인데, 국가가 참사 이후의 치유 문제까지 '비용·편익' 논리로 재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16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의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은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된다. 어제부로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이 종료된 것이다.

한국일보는 "의료지원금 지급 기한이 '10년'으로 정해진 이유는 따로 없다"고 했다. 당초 박근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한 의료지원급 지급 기간은 1년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유족들 요청으로 10년으로 연장됐다. 21대 국회에서 기한 제한 없이 참사피해자의 의료비용을 지원하는 세월호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이 민주당에서 발의됐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세월호 10주기… 추모와 치유에 유효 기간은 없다>에서 "먼저 간 자식에게 모든 게 미안한 부모는 상당 기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잖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트라우마 치료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피해자 의료 지원을 2090년까지 하고, 일본이 1995년 고베 대지진 피해자를 지금도 돕는 건 이런 이유다. 세월호 피해자 의료비를 기계적으로 끊는 건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계속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세월호 유족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연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10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잊어선 안 되는 교훈이다.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9명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진 것도 세월호 비극의 교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탐욕과 잇속만 밝히는 사이 정작 지켜져야 할 원칙과 기본은 망각됐고, 안전불감증은 고질병이 됐다. 그래서 세월호는 지금도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세월호 10년 더 멀어진 안전사회, 생명안전기본법 만들라>에서 "한국 사회는 더 안전해졌는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보듯 대답은 ‘아니요’"라며 "국가의 책임 회피와 공감 부재라는 측면에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지"라며 이태원참사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멀어진 안전사회'의 한 사례로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 중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그릇된 대응도 있다고 본다. 정부·여당의 국정쇄신 다짐이 진심이라면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수용하고, 재난 조사의 제도화를 위한 생명안전기본법도 제정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어른들의 책무이자 10년 전 꽃다운 목숨을 잃은 단원고 아이들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라고 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지난 2020년 11월 민주당에서 발의돼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말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한겨레는 사설 <세월호 10년, 잊지 않겠습니다>에서 "반성과 성찰로 참사를 대하는 시민들과 달리, 정부는 세월호가 빨리 잊히기만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2022년 6월 활동을 종료하면서 권고한 54개 조처 중 정부가 이행한 것은 단 1개(해양재난 수색구조 체계 개선)뿐이라는 4·16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세월호 유족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세월호 조사 방해에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는 권고를 거부했다.
한겨레는 "지난 한해 동안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무려 598명에 달했다. 자살 인구는 1만명이 훌쩍 넘었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압사한 사건은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라며 "정부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 대신 진상 축소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동아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가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실시한 재난안전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우리나라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고, 안전에 대한 책임은 중앙정부(34%)와 대통령(41.4%)에 답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사설 <세월호 참사 10주기, 변하지 않은 ‘각자도생’ 재난수칙>에서 "참사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가슴이 먹먹한 이유는 슬픔의 무게 탓만은 아닐 것"이라며 "고교 시절 세월호를 겪고 20대에 이태원 참사를 당한 ‘세월호-이태원 세대’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아프게 증명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세월호를 계기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국가 재난 시스템이 재정비됐지만 대책본부는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 새벽에야 늑장 가동됐다. 1조 5000억 원을 들여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고도 구조 기관 간 소통 실패로 인명 피해를 키웠다"며 "정부는 야당의 이태원 특별법을 거부하면서 자체 진상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자로서 치유단체를 결성해 살아가는 유가영 씨, 단원고 기간제 교사 고 김초원 씨의 순직 인정을 이끌어 낸 아버지 김성욱 씨, 4·16가족나눔봉사단의 단장인 단원고 희생자 고 조은정 양 어머니 박정화 씨,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사죄를 끌어낸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등을 인터뷰했다.
조선일보는 인천과 전남 완도, 강원 춘천의 여객선·유람선 4척을 점검한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기사 <세월호 10주기...비상 대피로엔 짐 가득, 車 고정 벨트는 아슬아슬>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지적됐던 문제가 개선된 곳은 적었다"고 했다. 비상손전등은 케이블 타이에 메여 있어 사실상 사용할 수 없었다. 선박에 실린 차량은 낡은 밧줄형 벨트로 고정돼 있었고, 벨트를 선체에 고정하는 철제 고리는 상당수 녹슬어 있었다. 비상시 대피로는 통로 폭 3분의 2가량에 짐이 쌓여 있었다.
다만 조선일보는 책임자 처벌과 규제 강화에 집중하면 현장에서 안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세월호 겪고도… 해양사고 34% 증가>에서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고 했다. ‘책임자 처벌’에만 몰두하는 사이 정작 안전 사회를 향한 실질적인 변화·진전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10면 기사 <“사고만 나면 반복되는 재난의 정치화 경계를”>에서 인명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 부담으로 안전관리직 이직률이 높다는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의 발언, 규제에 신경쓰다 과부하가 생기면 현장에서 안전과 직결된 본질을 놓치게 된다는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명예교수 발언 등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세월호 10년, 우리 사회는 안전해졌는가>에서 "국가적 재난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일부터 삼가야 한다.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 등 8년간 9차례에 걸쳐 진상 조사 활동이 이뤄진 세월호 참사가 단적인 예"라며 "700억원의 예산과 수많은 인력이 투입됐건만 여전히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동안의 진상 조사가 실체 규명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된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중략)재난의 정쟁화를 막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재난대책의 제1 조건"이라고 썼다.
서울신문 진경호 논설위원실장은 지난 2022년 11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고맙다는 말은 말라>는 칼럼을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대선후보 시절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은 일을 이태원 참사와 엮은 제목이다. 진 실장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이 비등해지자 세월호 참사 정쟁화를 거론하며 '좌파' 탓을 했다.(관련기사▶이태원 참사, '정쟁' 말한 언론인과 '미안함' 밝힌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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