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본관 출입을 제지했다. KBS는 '일반시민'이 아닌 시민은 KBS 건물 내로 들어갈 수 없다며 유가족의 화장실 이용을 막아섰다고 한다. 시민을 '일반시민'과 '비일반시민'으로 갈라치는 결정을 누가 내린 것이냐는 내부 비판이 제기된다. KBS가 세월호 유가족과 노조 조합원들의 집회 현장을 채증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3일 KBS를 방문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본관 출입을 제지당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저녁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시민 촛불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3일 행사 시작 전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원 1명이 본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자 KBS 시큐리티 직원들이 막아섰다. KBS 시큐리티 직원들은 '일반시민'이 아닌 시민들은 KBS 건물 내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유를 제시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이 유가족은 '일반시민'이 아니냐고 묻자 KBS 시큐리티 직원들은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KBS 건물 내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본관 화장실만 잠시 이용하고 나오려는 것 뿐이라며 노조가 직접 인솔해 화장실만 다녀오겠다고 요청했지만, KBS 시큐리티 직원들은 유가족 출입을 불허하며 인근 공원 화장실을 이용해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앞서 지난 2월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큐 불방과 관련해 박민 KBS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박 사장을 만날 수 없었다. KBS는 박 사장의 일정과 방송법상 '편성의 자유와 독립' 등을 내세워 유가족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무기를 소지한 것도 아니고, 어떠한 시위용 피켓을 들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세월호 가족들이 항상 입는 노란 잠바만 입고 있었을 뿐"이라며 "세월호 가족의 얼굴을 외우고 있을 리 없을 테니, 노란잠바는 사내 진입을 막으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 무슨 파렴치한 행위인가"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세월호 가족의 KBS 출입을 막으라고 결정한 사람이 누구인가. 시큐리티 김승욱 사장과 남대영 이사의 낙하산 사장에 대한 과잉 충성에서 이뤄진 것 아닌가"라며 "김 사장과 남 이사는 세월호 가족 출입 제지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국민을 자기 멋대로 일반시민, 비일반시민으로 편가르기 하고, 과잉경호로 사장 눈에 들 생각만 하는 김 사장과 남 이사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KBS 시큐리티 사장·이사는 본사가 선임한다.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11월, KBS 시큐리티는 과잉·불법 경호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시큐리티가 내근직까지 동원해 인의 장막을 펼치는 등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
KBS는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KBS 시큐리티는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업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KBS 시큐리티의 경비업무는 특정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업체명을 표시한 이름표를 부착했을 때 이뤄질 수 있다. 경비업무에 투입될 때는 영등포 경찰서에 투입 인원 등을 보고하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시큐리티의 '불법 채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KBS 시큐리티가 법적 권한 없이 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조합원들을 채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월 사측에 보낸 '불법 채증에 대한 재발방지 촉구 및 경고'에서 "지난 2월 19일, 2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노사협력 및 시큐리티 방호 인력에 '불법적인 채증활동'에 대해 중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2월 22일 본관 앞 기자회견 참석자들에 대해 불법 채증을 한 것이 재차 확인됐다"며 "회사는 시큐리티 직원들의 불법 채증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시큐리티는 경비업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경비업체로 그 업무 범위는 청사 방호에 있다. 그 어디에도 기자회견 관리, 참가인원에 대한 채증 업무는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경찰청의 '집회 등 채증활동규칙'상 채증의 범위는 ▲폭력 등 범죄행위가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 ▲범죄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 ▲그 전후 사정에 관하여 긴급히 증거를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다며 KBS 시큐리티의 채증이 경찰의 권한을 넘어서는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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