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1일 오전 11시로 예고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은 글을 쓰는 시점에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의료 취약 지역 의사 부족분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 수요 대응을 위해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게 불가피하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000명’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이 신문의 예측인 셈이다.

아무튼 대통령이 방향이야 어쨌든 대국민 담화 카드를 꺼낸 건 여론이 심상찮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거다. 국민 여론이 심상찮은 지는 꽤 됐다. 지금 시점에 신경쓰이는 건 여당 내의 여론이다. 가령 경남 김해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3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 및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했다. 물론 조해진 의원은 당내 주류가 아니므로 당내 다수 의견이 반영된 것인가에 대해선 해석이 갈릴 수 있다. 다만 1일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의정 갈등 등에 열린 자세와 유감 표명 정도는 필요하다”는 당내 후보들의 기류를 전했다. 사과는 무리여도 자세를 낮춘 입장 표명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라는 거다.
그간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인 핵심 요인으로 평가되던 이종섭 호주 대사의 사임이 뒤늦게야 이뤄진 것도 당내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과정의 정치적 측면에 의문이 남는다는 것도 문제다. 이종섭 대사 사임은 정치적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정밀한 메시지 기획 및 관리라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령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이종섭 대사의 사의 표명 사실을 밝히며 본인의 강력한 의사가 반영된 거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여 결단한 거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본인도 유세 현장에서 “저도 건의했습니다만, (이 대사가)사퇴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겨레 3월 29일자 기사를 보면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한 위원장이 ‘내가 이 대사를 귀국시켰고, 사퇴를 이끌어냈다’고 하는 데 불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고 돼 있다. 친윤계 핵심 관계자가 “한 위원장이 건의하고 대통령실이 받아들인 상황은 아닌 걸로 안다”고 했다는 거다. 이러면 이종섭 대사 사임의 맥락이 뭔지를 알 수 없게 된다.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그만둔 건가, 대통령이 혼자 갑자기 고집을 꺾고 결단을 한 건가, 여당이 요구한 걸 대통령이 수용한 건가?

여당의 전략적 혼선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메시지를 둘러싸고도 불거지고 있다. 동아일보 1일 보도에 의하면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이조-심판론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야당 욕만 한다고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남 탓보다는 더욱 낮은 자세로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각 권역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 김성태 전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주장한다.
그런데, 감히 말하건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조 심판론’을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게 특기고, 평생 해온 일이며, 그렇기에 지금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주 내내 ‘민생’ 메시지에 힘을 주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의정갈등의 중재자로 나서는 것에는 대통령실이 호응하지 않아 실패했다.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은 민생을 개발로 대체하는 일의 하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품목에 대한 부가세 인하는 보수언론도 나서서 비판한다. “선거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세금의 근간까지 흔들면 안 된다. 보수는 보수다워야 한다”(1일 중앙일보 서경호 논설위원)는 거다. 이쯤되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생-경제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건지 의문이다.
그런데 논란이 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양문석 후보나 조국혁신당의 박은정 후보에 대한 비난 논리를 보면, 그야말로 귀에 딱딱 박힌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양문석 후보가 딸에게 사업자 대출을 받도록 한 뒤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사채 상환에 동원한 걸 두고 “새마을금고는 서민에 대한 대출기관”이라며 “누군가 진짜 필요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못 받은 것 아닌가”, “서민을 착취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서술은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그럴듯한 논리인 것인데, 통상 특수부 검사들이 공소를 제기할 때에 ‘이 범죄가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얼마나 큰 사회적 피해를 야기한 것인지’ 등을 크게 강조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그런데, ‘이-조 심판론’은 언뜻 보기에 여당의 반성 모드나 낮은 자세와 충돌하는 것 같지만 유권자의 공포, 억울함 등 감정선과 이어지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범야권 200석’ 공포를 반복 언급하거나 대통령 탄핵, 심지어 하야 시나리오까지 언급하는 게 그 예다. 정권과 여당, 보수언론이 합심해 ‘이렇게 나쁜 사람들이, 200석을 얻어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식물 정권 상태를 만드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는데, 그냥 두고 보시겠습니까?’라는 방식으로 보수층 결집에 나서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자해공갈’에 가까운 논리는 정권과 여당의 전략이 엉망일수록 설득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다'는 말이 있는데, 막판에 이런 맥락에서 현재 분열돼 있는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범민주당 지지층의 이완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엄살경계론’이나 ‘낙관론 단속’ 정도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양문석 후보 등의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된 대응을 해야 한다. 공식적으로야 후보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겠지만, 물 밑에서라도 어떤 모색이나 제안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문제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시세차익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등의 입장 표명과 이에 따르는 구체적 실천을 약속하는 것 등은 최소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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