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조선 재승인 점수가 수정된 경위를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이 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재승인 심사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고 심사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두어 실시하는 재승인 심사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점수 수정은 심사위원 재량이다.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방통위원장으로서 그 직무를 방임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방기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면직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방통위 공무원들이 개입해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에 과락이 발생한 것은 심사 공정성 훼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점수 수정 사실을 보고받고도 경위를 조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방통위 전체회의에 '유효기간 3년' 조건부 재승인 안건을 상정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을 때 점수 수정에 관한 조사를 하지 않고 '방통위는 심사위원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게 했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법원이 법 위반 행위를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검토 의견을 밝혔다. 안 위원은 "서울행정법원은 한 마디로 방통위원장이 재승인 심사에 개입해야 하는데 개입하지 않고 외면했다는 것 때문에 면직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설령 한 전 위원장이 사후에 점수가 수정된 사실을 인지하였더라도, 이에 대해 사실관계와 경위를 조사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심사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된다. 심사위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법원이 말한 바와 같이 위원장은 일반 행정업무와 관련해 소속 공무원을 지원·감독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러나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방송사업자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전문성을 갖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독립·독자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은 "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시 실무적으로 심사위원회를 지원하는 소속 공무원들에게 일반 행정업무와 같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권한남용·월권행위"라며 "법원은 방통위 설치 목적과 존재 이유,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역할, 방송사업자 재승인·재허가 심사 절차·과정·평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TV조선 3년 조건부 재승인' 안건을 상정하도록 지시했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안 위원은 "위원장이 무조건 '3년 조건부 재승인'만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지시할 수가 없다는 점을 간과한 판단"이라며 "무엇보다 3년 조건부 재승인 안건을 상정하도록 '지시'한 사실에 대한 증거도 없다"고 했다.
방통위는 재승인 심사가 이뤄지기 전년도에 심사계획(사전기본계획)을 확정한다.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가 나오면, 사전에 확정한 심사계획에 따라 유효기간과 조건 부과 등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합의한다.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3년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안건을 정해 상정을 지시했다는 법원의 판단은 재승인 심사 구조상 성립할 수 없다는 게 안 위원의 지적이다.

한 전 위원장이 공무원들에게 '허위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게 했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안 위원은 "언론이 감사원 입장을 보도하는 상황에서 심사위원회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해 점수를 매겼고, 여기에 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원들은 일절 개입하지 않았음을 보도설명자료로 배포한 것"이라며 "방통위를 대표하는 기관장의 입장에서 당연히 심사위원회의 심사과정과 위원회 최종 결정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안 위원은 법원이 한 전 위원장, 방통위 공무원, 심사위원장, 일부 심사위원 등이 재판에 넘겨진 것을 '위법한 행위'로 규정한 데 대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편파적 판단을 한 것으로 사법부의 근간을 스스로 훼손하는 반헌법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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