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임기 종료를 두 달 앞두고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검찰 공소장과 언론보도를 통해 혐의사실에도 없는 '미치겠네'라는 문구가 퍼져 나가면서 여론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1일 면직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 전 위원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검찰의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 수사와 관련해 "초기부터 직원들이 조사를 받으면 내가 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위원장이 뭐라고 하더냐' 이런 (검찰측)질문이 이어졌다"며 "언론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건 뼈저리게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미치겠네'가 제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렸다. SNS에 글을 올리더라도 '미치겠네'라는 댓글을 다는 분들이 꽤 있다"면서 "이것은 범죄 혐의사실에 포함이 안 되는 내용이다. 공소가 제기된 사실에서 (TV조선 재승인 점수를)조작했다거나 수정 지시했다는 내용이 아예 없다. (언론도)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한 전 위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인 지난 2~3월, 언론은 '검찰은 한 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 구속영장에 점수 조작 지시 혐의는 없었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 구속영장을 "주요 범죄혐의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한 전 위원장 기소를 전한 보도자료에 "TV조선이 일반 재승인 점수를 획득하자, 한상혁은 하급자인 방송통신위원회 국장 A 등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A 등은 평가 점수를 누설하여 사후에 점수조작 등을 진행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이 2020년 3월 20일 아침 7시경, 방통위 국장으로부터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고 과락도 없다'는 사실을 전화로 보고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이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말하며 TV조선 재승인 심사점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한 전 위원장이 했다는 발언을 작은 따옴표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이 공소장에 넣은 '미치겠네' 등의 표현은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선입견을 품지 않고 재판에 공정을 기할 수 있도록 검사가 공소장에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상당수 언론은 한 전 위원장 공소장 보도에서 "미치겠네"를 이른바 '야마'(기사의 핵심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로 잡아 보도했다. 정부는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검찰 공소장으로 방통위원장 날린 윤석열 정권
- 한상혁 "두 달 남았는데 굳이 면직하는지 되묻고 싶다"
- 한상혁 "그런 분이 방송장악에 나선다면 더 큰 문제"
- 언론현업단체 "방통위 장악되면 정부·여당 칼춤 시작될 것"
- 한상혁 "면직 절차,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 조승래 "검찰, 한상혁 '관심법'으로 재판 넘겼나"
-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시 집행정지 신청·행정소송"
- 검찰 공소장 그대로 옮긴 한상혁 청문 통지서
-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은 '땡윤 뉴스' 만들려는 시도"
- 윤석열 정부, 한상혁 면직 '절차적 정당성' 갖추려 안간힘
- 법적 논란 부르는 방통위원장 '면직' 검토
- 민언련 "검찰의 방통위원장 정치기획 기소 규탄한다"
- 검찰, 한상혁 방통위원장 불구속 기소
- 퇴임하는 방통위원 "검찰, '점수조작' 운운하며 과잉수사"
-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사유, 표현 부드럽지만 검찰 질책한 것"
-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정치 수사' 논란 불가피
- 한상혁, 영장심사에 앞서 "억울하지만 무고함 소명할 것"
- 민주당 "검찰 동원한 방통위원장 교체 시도 중단해야"
- 언론노조 "한상혁 구속영장은 윤석열 정권 청부영장"
- 'TV조선 재승인 심사 의혹' 방통위 간부, 심사위원장 보석 석방
- 민주당 "'김효재 대행체제' 방통위, 월권 중단하라"
- '한상혁 면직' 효력 유지… 법원 "지휘·감독 의무 방기"
- 한상혁, 면직 집행정지 기각에 "재판부 논리 모순"
- 한상혁 면직 집행정지 기각에 "법원이 법 위반 행위 옹호"…왜?
- 방통위, 12일 '윤석년 이사 해임제청안' 상정·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