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제75주기 제주 4.3 추념일을 앞두고 이를 왜곡하는 현수막이 제주 지역에 게재돼 유족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했다. 또한 최근 정부·여당 인사들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농락하거나 왜곡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 인사들의 이같은 행보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5.18 정신을 기리고 4.3사건의 상흔을 기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17일 제헌절, 5.18 민주묘지에 참배한 뒤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삽입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며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4일 개인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에서 과거사의 진실과 화해를 위한다는 임명직 인사와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 5.18 정신을 부정하는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이쯤 되면 대통령 공약도 어기냐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본심이 그렇다고 봐야 한다. 본색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23일 제주시 이도이동에 있는 한 거리에 '제주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사진 위쪽)이 게시돼 있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은 제주4·3을 공산폭동이라고 왜곡 주장하는 현수막(사진 아래)이 최근 설치돼 유족 등 도민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현수막을 이날 걸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23일 제주시 이도이동에 있는 한 거리에 '제주4·3 영령이여, 저들을 용서치 마소서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사진 위쪽)이 게시돼 있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은 제주4·3을 공산폭동이라고 왜곡 주장하는 현수막(사진 아래)이 최근 설치돼 유족 등 도민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현수막을 이날 걸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22일 제주 지역 도내 약 60여 곳에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4.3 왜곡 현수막이 내걸렸다. 해당 현수막은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보수정당과 극우단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은 23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같은 날 제주4.3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등도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는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성명을 내고 "역사 왜곡‧도민 자존심을 짓밟는 4.3왜곡‧폄훼 행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망발에 이어 일부 보수 정당까지 제주4.3 왜곡‧폄훼에 나선 현재 상황은 실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고 규탄했다. 지난 12일 태영호 최고위원은 12일 제주를 방문해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해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4.3사건은 1947년 3월1일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기마대에 어린이가 치였고, 이에 항의하는 도민들을 경찰이 발포해 시민이 희생되면서 비롯됐다. 2003년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4.3사건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2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목사는 "이번에(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사실 우리가 김기현 장로님을 밀었는데"라며 "우리한테 찬물을 끼얹은 게 뭐냐하면 헌법 정신에 5·18 정신을, 헌법에다 넣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며 "전라도는 영원히 10%다. 영원히"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왼쪽)의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오른쪽)이 참석했다. 가운데는 유튜버 신혜식 씨.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왼쪽)의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오른쪽)이 참석했다. 가운데는 유튜버 신혜식 씨. (사진=유튜브 캡처)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 목사가 "불가능해요?"라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예"라고 답했고, 전 목사가 "불가능하죠?"라고 재차 묻자 김 최고위원은 "예,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라고 말했다. 전 목사가 "전라도에 대해 립서비스 한다고 한 거지?"라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뭐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들 아니냐"라고 대답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거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이 본인들의 의도대로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고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는 없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제주 4.3사건이 공산폭동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주에서 발생한 대량의 양민학살사건이란 점에는 틀림이 없다"며 "다만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봉기로 시작됐다. 이 표현은 지금까지 발표된 의견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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