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태익 차기 TBS 사장 후보가 SBS 라디오센터장 시절 '나는꼼수다'(나꼼수) 멤버 김용민 씨를 라디오 진행자로 섭외해 그의 팬덤을 SBS로 가져오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나꼼수 멤버 김어준 씨의 팬덤과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로 지적하며 TBS 대표 거취와 자금줄을 압박해왔다. 차기 TBS 사장으로 정태익 후보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TBS 사장 후보자인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지난 2018년 4월 3일 SBS 노사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룬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을 두고 편파방송 논란이 일자 공정방송실천협의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블랙하우스' 논란과 함께 방송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며 공정방송실천협의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날 공정방송실천협의회에 사측에서 박정훈 사장·남상문 시사교양본부장·정태익 라디오센터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윤창현 본부장·김규형 사무처장·심영구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이 참석했다. 언론노조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제기했으며 정태익 센터장을 비롯한 사측은 방송·진행자 편향성 논란이 컨트롤 가능한 영역에 있고 회사에 득이 된다고 대응했다. 

심영구 공방위원장은 "SBS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팟캐스트, SNS 등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자기 의견을 자주 드러내면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것"이라며 "이를테면 '<SBS 김용민의 정치쇼> 진행자 김용민씨는…' 하면서 기사에 인용되곤 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라고 물었다. 윤창현 본부장은 "우리 방송에서는 문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SNS도 그렇지만 팟캐스트 들어보면 육두문자를 비롯해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했다. 

이에 정태익 센터장은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번에도 김용민 씨가 정봉주 전 의원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면서도 "저희가 퍼블리셔로 있는 곳은 일정 부분 조절한다. 김용민 씨의 인지도와 팬덤을 지상파로 가져오고 차용하는 성공 공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익 센터장은 "정통 시사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시사로 접근하고 있는데 성적도 괜찮고 더 발전시켜볼 요량"이라고 덧붙였다. 

정태익 센터장의 접근법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청취율 1위를 기록한 방식과 다르지 않다. 당시 정태익 센터장은 PD저널에 "김용민 씨는 출연하는 팟캐스트 3개를 더하면 한 주에 400~500만 정도 다운로드 받을 정도로 팬덤이 굳건하다"며 "SBS <김용민의 뉴스브리핑>도 큰 문제 없이 진행한 경험도 있어 발탁했다"고 인터뷰했다. 

하지만 윤창현 본부장은 "나꼼수 멤버였던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SBS에서 일정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담도 커졌다. 팬덤은 단기간에 실적 낼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망각하면 꺼지는 것도 한순간"이라며 "라디오, 교양, 보도 등 정보 다루는 방송에서는 공정성 문제가 늘 따라붙는다. 청취율,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신뢰를 어떻게 쌓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훈 사장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논란에 대해 "보수든 진보든 편향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진행자는 없다. 김어준 씨는 그 정도가 상당히 강한데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며 "프로그램을 당장 없애는 건 쉽지만 공든 탑 쌓듯 하나씩 만들어가는 건 어렵다.(중략)‘그것이 알고 싶다’도 초기엔 편향성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잘 극복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윤창현 본부장은 "이번 사안은 가치를 다투는 게 아니라 범죄 여부를 가리는 사안이었다"며 "엄정하게 조정, 수정, 보완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 드린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12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BS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12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BS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단독으로 TBS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TBS는 2024년 1월부터 서울시 출연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TBS는 전체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특정 프로그램 진행자와 공정성을 이유로 공영방송의 공적재원을 없앤 것이다.  

서울시는 조례 폐지와 별개로 TBS 예산을 삭감했다. TBS는 직원 인건비만 지원받는 상황에 처했다. TBS 민영화 압박 과정에서 이강택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아닌 밤중에 주진우> 등 TBS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문화일보는 "TBS 새 수장으로 정태익 SBS 제작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며 "TBS의 기능 전환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는 TBS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복수의 후보를 추천받아 결격사유 조회 등 검증절차에 돌입했다며 문화일보 보도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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