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태익 차기 TBS 사장 후보가 SBS 라디오센터장 시절 제작PD들의 문제제기에도 라디오 동시송출, 재방송 송출 등 편성 변경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정 전 센터장은 '사장 지시' 'SBS 재허가' 등을 거론하며 이 같은 편성 변경을 강행했으며 이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 전 센터장이 차기 TBS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0년 9월 SBS는 라디오 편성 문제로 방송편성위원회를 개최했다. 당시 정 센터장이 밀어붙인 라디오 편성과 관련해 내부 반발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SBS 라디오 편성과 관련해 방송편성위원회가 열린 최초 사례다. 방송편성위원회는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근거를 두고 있다. 

TBS 사장 후보자인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TBS 사장 후보자인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정 센터장은 그해 6월 오후 4시 파워FM(107.7 MHz)에 편성된 <붐붐 파워>를 러브FM(103.5MHz)에 동시에 송출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시간대 러브FM에서 방송되던 <김창열의 올드스쿨>은 15년 만에 폐지됐다. 제작PD들이 청취자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정으로 비난이 예상된다고 문제 제기했지만 정 센터장은 강행을 통보했다. 

또 정 센터장은 오후 4시 파워FM과 러브FM에 동시에 송출되던 <붐붐파워>를 오후 6시 러브FM에서 재방송 송출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오후 6시대 프로그램 개편을 준비하던 제작진이 혼란에 빠졌고, 제작PD들은 일방적인 편성 변경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등 문제를 제기했다.

정 센터장은 제작PD들에게 "동시송출이 재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재방송으로 편성을 바꾸라는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제작PD들은 정 센터장 발언의 진위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고, 유례 없는 라디오 편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방송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방송편성위원회에서 정 센터장은 "사장은 (편성 변경이)경쟁력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재허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제작PD들에게 설명한 것은 여러 정황들을 센터장이 혼자 확대 해석한 것이다. 라디오 편성의 모든 결정은 내가 하는 것으로 러브F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급하게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라디오센터장이 제작PD들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른다"면서 "사장이 재허가에 손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없다. 특히 재허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쪽으로 편성 변경을 강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무진 측이 3개월 사이 벌어진 편성 난맥상이 사장 지시에 의한 것이었냐고 묻자 박 사장은 "당시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의 회의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SBS 사측 해명을 종합하면 '사장 지시' '재허가 영향' 등의 편성 변경 사유가 정 센터장의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했다. 실제 사장의 편성 변경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실무진 측은 "여전히 사실관계는 불명확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실무진 측은 "이 문제는 개인의 과실로 접근하라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라디오센터 차원의 편성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경영진 측은 정기 편성위원회 개최를 약속하며, 실무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연합뉴스)

한편, 문화일보는 "TBS 새 수장으로 정태익(사진) SBS 제작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며 "TBS의 기능 전환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는 TBS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복수의 후보를 추천받아 결격사유 조회 등 검증절차에 돌입했다며 문화일보 보도에 선을 그었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센터장은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배다.

TBS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선임 절차와 후보자 등을 전부 비공개 처리했다. 미디어스가 확인한 TBS 사장 후보자는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배재성 KBS 해설위원(전 스포츠국장) ▲오수학 전 YTN DMB 상무 ▲오필훈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 ▲이재춘 전 SBS PD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 등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