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민 10명 중 8명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과학적 보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7일 발간한 <미디어 이슈>는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전했다. 언론재단은 지난달 25~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 평가 ▲뉴스 정보이용 행태 ▲댓글에 대한 인식 ▲심각성 인식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1.2%는 언론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67.5%, 정확하게 보도하고 있다 57.8%, 믿을 만하게 보도하고 있다 56.2%다. 반면 과학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38.3%로, 항목 중 유일하게 50%를 넘지 못했다.
언론재단은 “우리 국민은 과학적인 보도와 관련해서 비교적 낮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언론이 국내 사안이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내용 확인에 치우치면서, 나라 밖 일이라 사안에 대해 좀 더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해외 언론과의 비교 때문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태원 참사 보도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76%는 사고 원인 및 책임에 대한 과학적 분석 보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고 초기 관성적인 24시간 특보체제 73.9%, 너무 많은 뉴스의 양 67.9%, 사고 초기 오보 및 확인되지 않은 정보 전달 67.4%, 사고 초기 무분별한 현장 사진·활용 66.5%, 사고 초기 무리한 현장 인터뷰 59.6% 순이다.
응답자들은 ‘이태원 참사’ 보도 과정에서 ‘유가족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72.8%)이 가장 개선된 점이라고 답했다. ‘희생자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보도 자제’(71.4%), ‘참사 영상 활용 자제’(68.5%), ‘댓글 및 SNS 반응 전달 자제’(65.3%), ‘재난보도 준칙 수립과 준수’(65.2%), ‘오보 및 확인 안 된 정보 전달 감소’(63.3%)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재단은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이태원 참사’ 보도가 이전보다는 개선되었다는 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는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 및 정보를 ‘인터넷 포털 뉴스 서비스’(88.0%)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파TV채널’(86.3%), ‘종편 또는 보도전문TV 채널’(75.6%), ‘지인들과의 대화 또는 통화’(68.6%), ‘동영상 플랫폼’(62.3%), ‘SNS’(52.5%) 등이다. 종이신문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는 비율은 14.6%로 가장 낮았다.
세대별로 보면 20대(87%)와 40대(94.0%)가 인터넷 포털 뉴스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50대(89.8%)와 60대(90.3%)는 지상파TV 채널을 통해 관련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하고 있었다. 언론재단은 “지상파TV 채널 종편 또는 보도전문TV 채널, SNS, 언론사 사이트 등 4개 경로가 이태원 참사 관련해 평소보다 더 많이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은 응답자들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혐오성 댓글을 접한 바 있는지를 물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중 일부는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혐오성 댓글이 가장 마음에 아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71.4%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혐오성 댓글을 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포털뉴스(69.5%), SNS(69.3%), 언론사 사이트(64.2%), 커뮤니티 게시판(56.6%) 등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 시 관련 뉴스 및 정보에 달리는 댓글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5.8%다. 이들을 대상으로 댓글을 우선 차단해야 할 플랫폼을 물은 결과 35.1%는 인터넷 포털 뉴스를 꼽았다. 동영상 플랫폼(24.6%), SNS(20.8%), 언론사 사이트(9.1%) 등이다.
일부 언론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48.9%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보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개를 원칙으로 유족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보도해야 한다’(33.6%), ‘희생자 명단을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10.7%), ‘유족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개해야 한다’(6.8%)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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