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종임 칼럼] 이태원 참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156명이 숨지고 173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태원을 찾은 많은 젊은이들이 숨졌고, 숨진 희생자 중 10대도 있고 외국인도 20여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무겁고 참담하다.

이태원에서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신속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속보가 전해졌을 때에도,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난 10월 29일 밤 사건 발생 직후 언론사들은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사건 발생으로 언론사들은 목격자들이 전달한 현장 제보 영상을 뉴스 자료 화면으로 사용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지만, 좁은 골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갇혀 괴로워하는 상황, 경찰과 현장 시민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CPR을 하는 사람들, 막히는 길 위에 있는 구조 차량들, 그리고 길가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매년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론보도의 현장보도 영상·사진과 언어 선택의 적절성, 보도에 적합한 자료였는지를 논해왔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상황이 보편화된 지금, 레거시 미디어 보도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태원 참사와 같은 참사 보도에서는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 보도를 선호하게 된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통해 혼란에 빠진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났던 수많은 재난 참사 상황에서 언론보도의 매뉴얼을 지적하며 그에 준한 보도를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보도에서도 지상파 뉴스,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 모두 초기 보도에서 현장 제보 영상 등을 통해 뉴스를 보도했다.

상황 파악이 필요한 만큼 취재 전 제보 영상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왜 이 영상을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론사 내부 가이드라인에 이러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사용자단체, 언론현업단체,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언론계 공동대응 공개 제안서’를 보냈다. 수많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현장 취재에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선정적 보도와 혐오 표현을 거부합니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도청 관계자들이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변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도청 관계자들이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변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정부 산하기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사고 사망자’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지만, 언론사들은 ‘참사 희생자’ 표기를 선택했다. 사건 발생 원인과 현장 상황 등을 맥락적으로 고려한 언론사들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의 주체적 판단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속보 경쟁이 매몰되어 클릭 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진이나 기사 제목을 선택해왔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가 생산되고 기사를 생산해야 되는 언론환경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문제적 보도를 지양하려는 지금의 노력들은 그 의미가 크다. 결국 이러한 참사 관련 보도는 공중의 안전을 위해 필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언론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BBC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국가 재난, 테러 등의 상황에서 관련 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이유가 명확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뉴스 단어 선택에 있어서도 객관성과 일관성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참사 보도에서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는 관련 보도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목격자들 그리고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정보 제공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78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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