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시청자위원회가 '10·29 이태원 참사' 보도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사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양이현경 시청자위원은 KBS 뉴스특보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보도준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이 위원은 ▲희생자 심폐소생술 장면 ▲경찰이 희생자를 빼내려는 장면 ▲군중이 쏠리는 장면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영상들이 반복적으로 방송됐고, 특히 피해자·지인에 대한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양이 위원은 "10월 31일 KBS는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참사 현장 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뒤늦은 발표였다”면서 “정확한 보도보다 무리한 속보 경쟁에 치우쳐진 재난특보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진임 위원은 “KBS는 재난포털, 재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재난주관방송사”라며 “자연재난 못지 않게 사회적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와 보도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도 자연재난 수준으로 다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위원은 “더 나아가 사회적 트라우마나 공동체 회복, 사건 처리 등과 관련해 단발성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연결해서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며 “이런 정보를 모아 함께 전달해주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형 위원은 “타 방송사에서 ‘참사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해 특정하기 어렵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말도 안 되는 보도들인데, KBS도 ‘주최 측이 없어 책임소재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논조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있는 것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인데 그런 것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KBS가 실체를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지미 위원은 KBS가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S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경찰 인력 운용계획에서 이태원이 빠진 부분’이나 ‘112신고가 11건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사실 79건이라는 부분’ 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렸다”며 “왜 차이가 날까 봤을 때 정부의 발표를 보도하는 차원을 넘어 드러나지 않은 사실까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번 참사는 행안부, 법무부, 경찰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을 쫓아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KBS 보도 자체가 원만하다는 느낌이다. 매서운 질타나 비판,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제보 영상의 경우 가급적이면 클로즈업한 영상은 사용하지 않고, 모든 화면을 블러 처리해서 사용했다”며 “많은 시청자 위원들이 ‘(영상을) 아예 안 보여주는 게 더 낫다'는 말씀을 주고 있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일부에서는 참혹한 현장을 지나치게 매끄럽게 보여준다는 비판도 분명히 있다”며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친구 인터뷰’와 관련해 김 국장은 “준칙에 따라 최대한 유족 인터뷰를 동의를 얻어서 했다”며 “‘CPR 했던 피해자 친구’ 인터뷰가 나가니 ‘해당 친구가 힘들겠다’는 댓글이 달려서 삭제하고 그 이후로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후 CNN과 BBC가 피해자 가족 인터뷰를 다 하는 것을 보면서 ‘가족 인터뷰는 괜찮고 친구 인터뷰는 안 된다는 것인지’ 고민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재난 상황에서는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서 ‘마약 얘기’, ‘미끄러운 것을 뿌렸다’ 이런 얘기가 많았지만 그렇게 떠도는 소문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전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오보가 없었던 것은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했다는 것”이라며 “속보 경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청자위 모두발언에서 강희중 편성본부장은 “이번 참사의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아차리고 경고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특히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인 KBS는 이번 사고에 대해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9시 뉴스를 통해서도 말씀드렸듯 제 역할에 충실했는지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