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사장 후보 3명 가운데 2명이 돌연 자진사퇴한 것에 대해 KBS 내부에서 “무책임하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200여 명의 시민들이 3인의 후보를 평가하는 비전발표회를 하루 앞두고 2명의 후보가 사퇴하자 이사회는 긴급 회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22일 임병걸 후보에 이어 서재석 후보가 이사회에 사장 후보 사퇴서를 제출했다. 소수노조인 KBS 노동조합에 따르면, 21일 임시 이사회에서 야권 성향의 이사 1명이 임병걸 후보에게 KBS 재직 중 서울 소재 모 대학원에 다닌 사실을 문제 제기했고, 이에 따라 임 후보가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석래 이사가 해당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걸 후보와 서재석 후보 (사진=연합뉴스)

임병걸 후보는 사퇴 이유에 대해 “재직 중 대학원에 다닌 사실로 논란이 일었던 부분 때문에 이사회와 회사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선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임병걸 후보가 사장 후보로 지원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4월 KBS 신임 부사장에 내정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당시 KBS 공영노조와 자유한국당은 부적격하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2013년 KBS 재직 당시 정 의원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다녔으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로 인해 2018년 10월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 정필모 의원의 학위취득과 외부 겸직 문제가 지적됐다. 임 후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이사회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재석 후보 역시 비판받고 있다. 서 후보는 사퇴 사유서에서 “임병걸 후보의 사퇴소식을 접했다"면서 "이런 구도 하에 남은 한 후보와 다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공정한 선발 과정이었다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선임제도가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 후보는 지난 8일 사장 후보에 응모하고 3배수로 사장 후보가 추려질 때까지 사장 선임제도에 대해 한번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두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KBS 내부에서는 여러 후보자의 비전을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여론과 함께 이사회의 후보자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설계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 노동조합은 이날 “임병걸, 서재석 후보자의 이런 결정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며 “이럴 거면 처음부터 왜 사장 후보자로 손을 들고 나섰냐. KBS인은 물론이고 국민들과 시민참여단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일 유튜브로 생중계될 예정이었던 정책발표회와 시민참여평가단의 후보자 평가절차도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사장 후보자의 사퇴여부는 본인의 자유로운 결정으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임명제청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런 사퇴 결정을 벌이는 행태는 부적절하며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비정규직 근로감독 등 KBS 신임 사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선임 전부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결국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됐는지 이사회의 역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장 내일 시민 평가단의 역할에 한계가 생길 것 같다”며 “과거에는 3명의 후보를 비교 평가했는데 지금은 비교 대상이 없어진 상황이라 한 명의 후보가 적임자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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