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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 집행 기준이라는 신기루에 대하여[해설] 일종의 상행위로 정부광고는 정부-매체 간 협상으로 결정… ABC·정부개편안은 '참고자료'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7.14 08:5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새 정부광고 집행 기준이 언론계 화두로 떠올랐다. 대안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구독자 조사를 기반하는 정부광고 집행 기준 마련을, 더불어민주당은 미디어바우처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ABC협회 인증 부수는 참고자료에 불과해 이 같은 논의는 사상누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ABC협회 인증 부수 조작 의혹, 이에 따른 특정매체에 대한 정부광고 과다 집행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문체부 개편안 발표 이후 '언론자유 위축'을 제기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애초 ABC협회 인증 부수의 '정책적 활용'이란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것일 뿐이다. 정부광고는 어디까지나 상행위로 광고액수는 광고주(정부)와 매체 간 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ABC협회 유료부수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ABC제도는 정부광고 집행의 '기준', '근거', '정책적 활용' 등으로 포장됐다. 이런 표현은 마치 ABC협회 인증 부수에 따라 각 매체에 대한 정부광고 액수가 정해지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국회 논의에서도 신문 유료부수 조작의혹을 정부광고와 정부 보조금 부당 수령으로 인식해 '혈세 탈취', '사기죄' 등의 차원에서 다뤄져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측 설명을 종합하면, ABC부수나 향후 개편되는 지표들은 정부광고주에게 제공하는 참고자료로 한정된다. 13일 언론재단 관계자는 ABC 인증 부수의 성격은 정부광고액 산정에 있어 일종의 정부광고 자격기준·참고자료냐는 질문에 "실제 그렇다. 사실상 민간 광고시장과 다를 바가 없다"며 "단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체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고, 언론재단이 가지고 있는 단가라는 건 없다. 다만 ABC라는 참고자료를 토대로 협상을 해서 가격을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문체부가 발표한 개편안에 대해 "참고자료로 정부광고주에게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해서, 광고주가 자유롭게 그 내용들을 판단해 매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 지표 등을 제시하면 광고주가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지표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제공할 거냐를 문체부와 협의를 통해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 역시 "참고자료로써 어떤 매체를 선정할지 정할 때 볼 수 있도록 정부 광고주들에게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단가는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광고법 시행령에서 제시한 건 ABC 부수 하나밖에 없었는데, 사실 광고를 집행할 때 그것 하나만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BC 부수 외에 정부광고주가 검토하는 수치화된 참고자료는 없다는 얘기다.  

문체부 관계자는 "특히 정부광고이기 때문에 정부광고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재선정이나 가격협상에 있어 종합적 검토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오해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가격은 결국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조선일보는 <本紙보다 동아 2배, 중앙 1.9배… 한겨레는 4배 더 많았다> 기사를 통해 ABC 유료부수와 정부광고액을 비교하고, 정부가 신문을 평가하는 기준을 설정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정부광고액이 ABC제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내며 한편에서는 정부광고가 '협상' 구조로 이뤄진다는 점을 왜곡하고 있다. 

조선일보 7월 10일 <本紙보다 동아 2배, 중앙 1.9배… 한겨레는 4배 더 많았다>

다만, 정부광고가 아닌 정부 보조금 영역에서 ABC 부수가 지표로 활용된 건 사실이다. 언론진흥기금 중 우송료 지원사업(16억원)과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사업(18억원) 등에 ABC 자료가 활용됐다. 언론재단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두 지원사업에 대해 ABC 부수는 50% 반영되었고, ABC 부수 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반영 비율이 20%로 조정됐다. ABC협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쇄매체의 유료부수를 인증하는 민법상 법인이지만 유료부수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반영 비율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일종의 투표권인 미디어바우처와 마이너스바우처를 언론사에 행사하면 이를 기준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미디어바우처제도'를 대안으로 추진 중이다. 정부광고 집행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식으로, 그간 ABC협회 인증 부수를 통해 정부광고가 잘못 집행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민주당은 9월 입법을 추진 중이다.  

문체부는 정부광고주가 참고할 자료로 열독률·구독률 조사 결과, 언론중재위 직권조정(정정보도) 건수, 자율심의기구 참여 결과, 포털 제휴여부, 인력현황, 법령 위반여부 등을 제공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난 8일 미디어바우처제도에 대해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 정부광고는 저희가 드라이하게 하기 때문에, 언론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광고가 얼마만큼 영향력 있게 전달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정부가 내놓은 두 제도는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미디어바우처제도에 대해 광고·홍보라는 본연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공공기관은 자신들이 원하는 홍보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기 어려워지고,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전문매체나 지역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바우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체부 개편안에 대해 신문산업 양극화와 언론보도 위축 우려가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구독자 조사에 기반한 정부광고 집행이 신문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고, 포털제휴 지표 활용 역시 포털 뉴스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중앙-지역, 제휴-미제휴 형평성 문제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정보도 지표활용에 대해 언론노조는 "언론사가 오히려 언론중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 지표 점수는 하락할 수 있다는 역설은 재고되어야 한다"며 "만약 언론중재나 자율심의에 대상이 되는 보도가 권력·자본 감시 성격이라면 언론사 내부에서 보도 위축 효과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제도 개편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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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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