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ABC협회 신문 유료부수 조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관련 법안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24일 신문에 바코드를 넣어 유료부수 판매 규모를 집계하는 방안(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까지 나왔다. 아이디어 경쟁을 방불케하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안, 정부광고법 개정안, 같은당 정청래 의원의 정부광고법 개정안, 김의겸 열린우리당 의원의 신문법·정부광고법 개정안 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제도개선뿐만 아니라 신문사의 자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입법조사처는 22일 <ABC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ABC제도 자체에 대한 폐지 의견도 있지만 매체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ABC제도가 한국에서 유독 비판받는 것은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불투명한 운용 때문”이라며 ▲정부광고 집행 공정성·효율성 확보 ▲신문사 자정 노력 ▲부수공사 투명성 강화 ▲인증 및 감독 강화 ▲디지털 부수공사 제도(통합ABC제도) 도입 등을 권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입법조사처는 “정부광고는 민간광고와 달리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공익적 목적의 광고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ABC 부수 공사 결과가 정부 광고 집행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근거 자료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부수 공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현재와 같은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유통되는 부수(유료부수와 무료부수를 합산한 것)를 지표로 하여 도달률을 측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제안이다. 향후 ABC협회의 기능은 대폭 축소될 수도 있으므로 정부 광고 집행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ABC협회 부수 공사를 여론집중도 조사로 대체하는 신문법·정부광고법 개정안을,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정부광고를 배분하자는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신문사의 자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댈러스 모닝 뉴스’는 2003년 발행 부수와 구독자 수를 조작했다. 조작 사실이 적발되자 댈러스 모닝 뉴스는 책임자를 징계하고 광고주에게 금전적 보상을 했다. 입법조사처는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광고주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보상했다”며 “ABC 제도의 기능을 유지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ABC 제도는 신문 부수를 조사하여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신문 시장의 공공성·공익성과 진실성이 검증되는 수단”이라며 “기본적으로 신문사가 스스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발행 부수 조작 의혹은 결국 독자들을 이탈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신문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ABC 제도가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신문을 포함한 부수 공사대상 매체사의 자정 노력과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개선해야 하지만 매체사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가 개선되어도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부수공사 투명성과 사후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부수 인증) 표본지국이 통보되면 신문사 직원은 지국을 미리 방문해 증빙자료를 준비하거나 수정했다”며 “표본지국 조사를 상시로 하거나 부수를 증명하는 통장 사본,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영국의 부수 인증 방식을 참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은 신문 부수를 조사할 때 ABC협회 공사원에 의한 공사와 외부 회계 법인 등 전문가 공사를 병행한다.

입법조사처는 통합ABC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ABC제도는 신문 구독률과 온라인신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종이신문 이용률의 급격한 감소라는 매체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종이신문과 온라인신문을 통합하여 정확한 디지털 부수 공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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